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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틈투성이 코인 과세 밀어붙이나…뒤탈은 투자자 몫?

김민희 기자 (minimi@dailian.co.kr)
입력 2026.08.05 07:01
수정 2026.08.05 07:01

정부, 세제개편안서 추가 유예 제외

내년 1월 시행 무게

폐지법·국민청원은 국회로

금투세 형평성은 여전히 숙제

정부가 내년 가상자산 과세를 예정대로 추진하면서 해외·온체인 거래와 손실 이월공제 등 제도적 공백에 따른 혼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세 번이나 미뤄진 가상자산 과세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해외 거래소·온체인 거래의 과세 기준과 손실 이월공제 등 제도적 빈틈이 여전하다는 지적에도 정부는 추가 유예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시장에서는 제도가 충분히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단 시행한 뒤 문제가 생기면 보완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할 경우, 혼선과 부담이 투자자나 일선 세무 현장에 전가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5일 관계 당국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재정경제부가 지난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는 가상자산 과세 시점을 다시 늦추는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가상자산 과세는 현행 소득세법에 내년 1월 시행하도록 규정돼 있다.


국회가 연말까지 별도의 유예·폐지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예정대로 시행된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예정대로 내년부터 과세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며 “일단 시행해 보면서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과세는 2020년 12월 도입됐지만 과세 인프라 미비와 투자자 보호, 금융투자소득세와의 형평성 논란으로 시행 시점이 2022년에서 2023년, 2025년, 2027년으로 세 차례 밀렸다.


하지만 정부가 이번 세제개편안에 추가 유예안을 담지 않은 데다 ‘선시행·후보완’ 방침까지 밝히면서 업계는 추진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과세가 다시 유예될 것이라 기대하는 목소리는 사실상 사라졌다”고 전했다.


예정대로 시행되면 가상자산 양도·대여로 얻은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된다.


연간 소득 가운데 기본공제액 25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에는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22%의 세율이 적용된다.


내년에 발생한 손익은 2028년 5월 처음 신고·납부하게 된다.


국내 거래소 밖은 ‘깜깜’…해외·디파이 사각지대


우여곡절 끝에 과세 방식이 정해졌으나 실제 시행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일례로 국내 거래소를 통한 매매는 거래 내역을 비교적 쉽게 확인할 수 있지만, 해외 거래소·개인지갑·온체인·디파이 관련 거래는 투자자가 거래 내역과 취득가액을 직접 입증해야 한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과세를 위한 행정 체계는 어느 정도 완성됐다”면서도 “에어드롭과 디파이 거래에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 취득가액을 어떻게 산정할지 등 세부적으로 정리해야 할 부분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거래는 거래소 자료로 확인할 수 있지만 해외 거래소와 온체인 거래는 사실상 투자자의 자진신고에 의존해야 한다”며 “이 부분은 준비된 것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암호화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를 통해 2027년부터 참여국과 거래정보를 교환할 예정이다.


그러나 국가별 도입 일정이 다르고 개인지갑과 탈중앙화 거래는 포착하기 어려워 사각지대를 모두 메우기 힘들다.


윤현근 인사이트3 대표는 “성실하게 국내 거래소를 이용한 투자자만 세금을 내고 자산을 해외로 옮긴 투자자는 과세망 밖에 놓이는 역차별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외 거래소나 개인지갑에서 장기간 보유한 가상자산은 실제 매입 가격을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


에어드롭·하드포크·스테이킹 보상 역시 취득가액을 0원으로 볼지, 받은 시점의 시가로 볼지에 따라 세 부담이 크게 달라지지만 구체적인 기준은 마련되지 않았다.


손실은 못 넘기고 주식은 비과세…형평성 논란


손실 이월공제가 허용되지 않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같은 해 여러 거래에서 발생한 이익과 손실은 합산할 수 있지만, 연간 손실을 다음 해로 넘겨 이후 발생한 이익에서 공제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첫해 5000만원을 잃고 이듬해 5000만원을 벌면 2년간 누적 손익은 0원이다.


그러나 이듬해 발생한 이익 가운데 기본공제액을 제외한 4750만원이 과세 대상이 돼 약 1045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금투세 폐지로 국내 상장주식 소액주주의 양도차익은 과세하지 않으면서 가상자산에는 250만원의 기본공제만 적용하는 점도 논란이다.


고위 금융권 관계자는 “소득에 과세한다는 원칙은 당연하지만 주식에는 과세하지 않고 가상자산에만 과세하면 형평성 논란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는 과세 폐지 청원과 법안이 계류 중이다.


지난 5월 올라온 ‘가상자산 과세 폐지’ 국민동의청원은 5만8000여명의 동의를 얻어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 회부됐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과세 폐지법도 지난달 29일 재경위 전체회의에 상정됐다.


다만 정부가 시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어 추가 유예나 과세 폐지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세법은 시행한 뒤 고치기보다 부작용을 줄일 수 있도록 정교하게 설계한 뒤 시행해야 한다”며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추진하면 투자자 자금의 해외 이탈과 신고·과세 과정의 혼선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민희 기자 (minim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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