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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탕 호통에 헛다리 질문’ 알맹이 빠진 축협 청문회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6.07.31 08:13
수정 2026.07.31 08:13

헛바퀴 돈 축구협회 청문회, 알맹이 없는 질의

감독 선임 수수께끼 그대로, 국회 제 역할 못해

대한축구협회 청문회. ⓒ 국회사진기자단

대한축구협회를 바로 잡겠다며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청문회가 명쾌한 해답 없이 마침표를 찍었다.


30일 국회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현안 관련 청문회에는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과 홍명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을 비롯해 협회 관계자들이 증인석에 섰다. 2026 북중미월드컵 참사와 이에 대한 책임 지분이 있는 이들이 공식 석상에 섰다는 점만으로도 축구팬과 국민적 관심이 최고조에 달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청문회의 실상은 우려대로 참담했다. 국회의원들의 질의는 전문성 결여와 호통치기식 겉핥기에 머물렀고, 증인으로 출석한 정몽규 전 회장과 홍명보 전 감독은 유체이탈식 화법과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번 청문회의 최대 관심사는 홍명보 전 감독의 선임 배경이었다. 전력강화위원회가 파행된 직후 이임생 기술이사에게 전권이 위임된 배경, 그리고 외국인 감독 후보군을 제쳐두고 밤중에 홍 감독의 자택을 찾아가 사정하듯 감독직을 맡긴 이른바 ‘특혜 절차’에 대해 의원들의 질의가 집중됐다.


하지만 질의 과정은 헛다리의 연속이었다. 축구협회 정관과 대표팀 운영 규정의 허점을 송곳처럼 파고들어야 할 의원들은 정작 단편적인 감정적 질의나 호통치기에 그쳤다. 홍 감독이 어떤 전술적 비전을 제시했는지, 전력강화위원들의 동의 없이 이뤄진 지명 과정이 왜 축구협회 규정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논리적으로 규명한 의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홍 감독 역시 “특혜는 없었고 한국 축구를 위한 사명감으로 직을 맡았을 뿐”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며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 감독 선임 과정의 핵심 내막을 밝혀내길 기대했던 팬들에게 돌아온 것은 답답함과 허탈함뿐이었다.


이날 청문회는 정치권의 축구에 대한 무지와 준비 부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자리이기도 했다. 일부 의원들은 축구 행정 기본 구조조차 숙지하지 못한 채 질의에 나섰고, 팩트에 기반한 추궁 대신 모욕성 발언이나 호통으로 일관하다 증인들의 ‘시간 끌기’에 휘말리는 모습이었다.


대한축구협회 청문회. ⓒ 국회사진기자단

사실 축구팬들이 원한 것은 단순한 사과가 아닌, ‘왜 이런 파행 구조가 수년째 반복되고 있는가’에 대한 구조적 규명이었다. 그러나 국회는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무기력함을 보여줬다.


국회 청문회가 사실상 알맹이 없는 정치 쇼로 끝나면서 한국 축구 쇄신의 공은 다시 문화체육관광부와 체육계 내부 개혁 기구로 넘어가게 됐다. 문체부는 이미 감사를 통해 대한축구협회의 문제점을 파악한 바 있다.


또한 박지성 위원장을 필두로 한 K-축구 혁신위원회가 권고한 축구협회장 선거인단 확대 등 구조적 개혁안이 실제로 적용될 수 있느냐가 향후 한국 축구의 백년대계를 좌우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국회 청문회는 끝났지만 국민적 분노와 한국 축구의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정몽규 전 회장과 홍명보 전 감독은 국회 문턱을 넘어섰다는 안도감을 느낄지 모르지만, 팬들의 마음속에서 이들에 대한 신뢰는 이미 무너진지 오래다.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가운데 이제는 축구 구성원 전체가 엄정한 잣대로 축구협회를 바로잡는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어설픈 국회 호통이 아니라, 적폐를 뿌리 뽑을 수 있는 냉정한 진단뿐이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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