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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모세포종 면역치료 새 단서…'면역세포 순서'가 핵심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7.30 09:54
수정 2026.07.30 09:54

서울대병원·성균관대 공동연구

면역세포 유입 순서 따라 항암 효과 달라져

환자 예후 재현 플랫폼 개발…맞춤치료 기대

다중 유입구 미세유체 플랫폼을 활용한 교모세포종 면역 미세환경 제어 모델. ⓒ서울대병원

치료가 어려운 교모세포종 환자의 면역치료 효과를 높일 새로운 단서가 발견됐다. 국내 연구진은 면역세포가 종양에 도달하는 순서에 따라 항암 효과가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실제 환자의 예후를 재현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해 맞춤형 치료 전략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30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백선하 신경외과 교수팀(김요나 박사)과 박성수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팀(한석규 박사)은 순서를 조절할 수 있는 미세유체 플랫폼을 활용해 교모세포종 내 암세포와 미세아교세포, 자연살해세포(NK세포)의 상호작용을 분석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교모세포종은 중추신경계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악성 뇌종양이다. 2020년 국가암등록통계 기준 신규 환자는 841명, 인구 10만 명당 조발생률은 1.64명, 연령표준화발생률은 0.90명으로 집계됐다.


뇌의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와 혈액에서 유래한 대식세포는 종양 조직의 30~50%를 차지하며 암세포 주변에 강한 면역 억제 환경을 조성해 NK세포 같은 항암 면역세포의 공격을 방해한다. 그러나 기존 세포 배양법으로는 세포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고 면역세포가 종양에 유입되는 순서도 조절할 수 없어 실제 뇌 속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상호작용을 재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왼쪽부터)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백선하 교수·김요나 박사,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박성수 교수·한석규 박사. ⓒ서울대병원

연구팀은 원하는 순서대로 면역세포를 투입할 수 있는 ‘프로그램 제어형 다중 유입구 미세유체 플랫폼’을 개발해 지름 약 400㎛ 크기의 3차원 인공 뇌종양 조직(스페로이드)을 구현했다. 암세포와 미세아교세포, NK세포의 구성 비율은 동일하게 유지한 채 세포가 종양에 도달하는 순서만 달리해 종양의 반응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먼저 도착한 면역세포가 종양의 면역 반응 방향을 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아교세포가 먼저 유입되면 종양을 보호하는 신호(STAT3)가 활성화돼 NK세포의 침투를 억제했다. 반면 NK세포가 먼저 도달한 경우에는 암세포를 공격하는 유전자 발현이 활성화되면서 뚜렷한 항암 효과가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실제 환자의 임상 경과와도 일치했다. 연구팀이 10년 이상 생존한 환자와 그렇지 못한 환자의 뇌종양 세포를 비교한 결과, 생존 기간이 짧았던 환자의 종양 세포는 미세아교세포를 만났을 때 증식률이 더 높았고 NK세포의 공격에도 더 강한 저항성을 보였다.


연구팀은 전사체 분석을 통해 NK세포가 먼저 유입될 경우 생존율을 높이는 핵심 면역 물질인 ‘IL12A’가 선택적으로 증가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환자 27명과 약 33만8000개의 세포를 분석한 결과 IL12A는 환자 27명 중 2명(7.4%), 전체 세포의 0.45%에서만 관찰될 정도로 뇌종양 안에서 극히 억제돼 있었다. 대규모 교모세포종 환자 데이터베이스 분석에서도 IL12A 발현이 높은 환자일수록 생존 기간이 유의하게 길어, 이 물질이 뇌종양을 면역 활성 상태로 바꾸는 핵심 요인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어 종양 보호 신호를 차단하는 표적 억제제 ‘WP1066’를 기존 표준 항암제인 테모졸로마이드와 함께 투여하는 실험도 진행했다. 그 결과 미세아교세포에 의해 억제됐던 IL12A의 발현과 분비가 회복됐고, NK세포가 종양 내부로 더 깊이 침투하면서 암세포 사멸 효과도 크게 향상됐다.


백선하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교모세포종의 면역 환경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암세포와 면역세포가 만나는 순서에 따라 역동적으로 변화한다는 점을 입증했다”며 “환자의 예후를 재현할 수 있는 이 플랫폼이 난치성 뇌종양 환자의 치료 반응을 미리 예측하고 맞춤형 면역치료 전략을 세우는 데 중요한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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