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 호불호 갈릴 수록 뜨겁다…극장가 흔든 나홍진이라는 장르 [영화 뷰]
입력 2026.07.20 14:19
수정 2026.07.20 14:19
'나홍진표' 영화, 좋든 싫든 관객을 끌어당기는 힘은?
나홍진 감독의 10년 만의 신작 '호프'가 흥행과 화제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며 올여름 극장가의 중심에 섰다. 개봉 첫 주말 200만 관객을 돌파한 흥행 성적은 물론, 최근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수준의 논쟁과 해석을 낳으며 극장 안팎의 대화를 이끌고 있다.
ⓒ'호프' 포스터ⓒ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2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호프'는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주말 150만4013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누적 관객 수는 212만9720명으로, 개봉 5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해 최단 기록을 세웠다. 개봉 첫날에는 33만3918명을 모으며 올해 최고 오프닝 기록도 갈아치웠다.
사실 '호프'를 둘러싼 열기는 개봉 전부터 시작됐다. 지난 5월 제7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처음 공개된 직후부터 외신과 평단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지금껏 본 적 없는 영화"라는 극찬과 "과감하지만 호불호가 갈릴 작품"이라는 평가가 동시에 나왔고, 예술영화 중심의 경쟁 부문에서 보기 드문 장르 영화로 칸의 화제 한복판에 섰다. 호평과 혹평을 떠나 "도대체 무슨 영화냐"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며 영화제 기간 내내 가장 많이 회자된 작품 가운데 하나였다.
국내 개봉 이후에도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다. 걸작이라는 평가와 괴작이라는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감상과 해석, 비판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스포일러를 당하기 전에 봐야 한다", "직접 보고 판단하겠다"는 반응이 확산되며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에도 관객들을 극장으로 이끌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나홍진 감독의 전작 '곡성'을 떠올리게 한다. '곡성'이 상징과 복선을 해석하는 N차 관람 문화를 만들었다면, '호프'는 해석을 넘어 토론과 논쟁의 대상으로 소비되고 있다. 호불호 자체가 또 하나의 관람 동력이 되고 있는 셈이다.
관람 이후 이어지는 소비 방식도 흥미롭다. 시대적 배경과 국내외 촬영지, 외계인 설정과 세계관, 제작 비하인드를 정리한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영화 속 욕설 횟수나 숨겨진 설정을 분석하는 게시물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숏폼과 OTT 중심으로 콘텐츠가 소비되는 요즘, 영화 한 편이 상영관을 넘어 이렇게까지 파고들게 만드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호프' 포스터·스틸컷ⓒ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음문석을 비롯해 서범식, 백승철, 이용녀, 김기천, 유순웅, 민경진 등 조연 배우들의 활약도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메인 포스터 전면에 등장한 서범식은 짧은 출연 분량에도 강렬한 존재감을 남기며 "더 보고 싶었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고, 외계인을 향해 비장하게 돌진하는 노인들도 뜻밖의 '신스틸러'로 떠올랐다.
성기(조인성 분)가 이끄는 사냥꾼 무리는 팬들 사이에서 '호포항 호르티스'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황석정이 연기한 보건소장은 '한국형 매드 사이언티스트'라는 해석을 얻는 등 관객들은 영화 속 캐릭터와 설정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소비하며 작품의 세계를 확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창동, 봉준호, 장재현 감독이 참여한 GV 영상이 다시 회자되고,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나 나 감독의 전작 '곡성'과 연결해 연출 세계를 분석하는 콘텐츠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호프'는 모두를 만족시키는 영화는 아니다. "도대체 내가 뭘 본 거지"라는 당혹감과 "이런 영화는 처음 본다"는 감탄이 동시에 나온다. 서사의 개연성과 명확한 캐릭터를 기대한 관객에게는 낯설고 불친절하게 다가갈 수 있지만, 장르적 체험과 압도적인 스케일을 받아들인 관객에게는 전에 없던 극장 경험으로 남는다.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쉽게 지나치지 못하고 저마다의 해석과 감상을 쏟아내며, 결국 다른 사람에게 "직접 보고 판단해보라"고 권하게 된다.
이제 관심은 이 같은 초반 열기를 얼마나 오래 이어갈 수 있느냐다. '호프'의 손익분기점은 약 700만 명으로 알려져 있다. 오는 29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가 개봉을 앞두고 있는 만큼 흥행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최종 흥행 성적은 시간이 말해주겠지만, 호평과 혹평이 팽팽하게 맞서는 지금의 논쟁 구도 자체가 '호프'에게는 이미 성공적인 첫발이다. 나홍진이 10년 만에 만들어낸 이 낯선 장르 영화가, 좋든 싫든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당기는 힘 하나만은 분명히 증명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