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속 아기 살려주세요" 고위험 출산 느는데…중환자실도, 의사도 없다
입력 2026.07.14 10:35
수정 2026.07.14 10:46
출생아 감소에도 고위험 산모·신생아 진료 수요는 증가
분만기관 29.7%↓·NICU 전문의 부족…현장 부담 가중
“고위험 임신 예방·신생아 진료체계 동시 강화해야”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저출산으로 출생아 수는 줄고 있지만 의료 현장의 부담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고령 산모 증가와 난임 시술 확대로 고위험 출산이 늘어나는 반면, 이를 뒷받침할 의료체계는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어서다. 신생아중환자실(NICU) 인력난이 심화하면서 의료계에서는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를 위한 의료체계 전반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4일 의료계와 대한신생아학회 등에 따르면 고위험 신생아 진료를 담당하는 의료 인프라는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국에서 신생아중환자실을 운영하는 병원은 77곳에 불과하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전문의 1~2명만으로 운영되고 있다. 분만 진료 시행 의료기관도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2015년 620개소에서 지난해 기준 436개소까지 29.7%나 감소했다.
이 같은 인력난은 지방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최근 전북대병원에서는 신생아중환자실을 홀로 책임져온 전담 교수가 사직하면서 호남권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 진료체계가 사실상 중단됐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해당 교수는 지난달 대한산부인과학회 등이 주최한 한 정책포럼에서 주 90시간 근무와 50시간 연속 근무 등 열악한 근무환경을 토로했으며, 지난 10일 병원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진이 감당해야 하는 부담은 과중한 근무에만 그치지 않는다. 신생아중환자실은 24시간 응급 대응이 필요한 데다 전문의를 확보하기도 어려워 소수 의료진에게 업무가 집중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의료계는 이러한 구조가 필수의료 기피를 심화시키고 지역 신생아 진료체계를 더욱 취약하게 만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한신생아학회는 입장문을 통해 “전국의 NICU는 마지막 한계에 도달했고 비수도권 상황은 재난에 가깝다”며 “전북대병원 사례는 특정 병원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붕괴의 시작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진 개인의 희생과 헌신만으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며 정부 차원의 긴급 지원책 마련을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늘어나는 고위험 출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진료 인프라 확충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치료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고위험 임신 자체를 줄일 수 있는 예방 전략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방 과제로는 난임 시술 증가에 따른 다태임신 관리가 꼽힌다. 다태임신은 대표적인 고위험 임신으로, 건강한 단태아 출산을 위해 배아이식 기준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설명이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난임 치료의 목표는 단순히 임신에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산모와 아이 모두가 안전하게 출산하는 데 있다”며 “임신 성공률뿐 아니라 다태임신에 따른 위험성도 충분히 설명하고 건강한 단태아 출산을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출산 시대라고 해서 고위험 출산 의료 수요까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며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를 위한 진료 인프라를 확충하는 동시에 다태임신을 줄이기 위한 예방 정책도 함께 추진해야 지속 가능한 의료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제도 개선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정부는 체외수정 시술 증가로 인한 다태임신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배아이식 가이드라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에 공감한다”며 “배아이식 가이드라인 개정은 근거 중심의 학술적 검토와 의료계 의견 수렴을 거쳐 관련 논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