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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잠수함 판정패 뒤 나토 승부수…李대통령의 '2.0' 전략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입력 2026.07.09 00:00
수정 2026.07.09 00:00

나토 방산포럼서 공동연구·생산·운용 격상 제안

전문가 "나토 조달 체계 공백기 파고든 것"

"캐나다는 애초 해군 협력국 우선…판 자체가 불리"

이재명 대통령이 7일(현지 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산포럼 제4세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캐나다 잠수함 수주 불발 직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무대에서 '한-나토 방위산업 파트너십 2.0'을 제안했다. 무기 거래를 넘어 공동연구·생산·운용으로 협력을 격상하자는 구상으로, 전문가들은 나토가 방산 조달 체계를 정비하려는 시점을 정확히 포착한 선택이라고 평가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나토 방산포럼 4세션 기조연설에서 "단순히 무기체계를 거래하는 현재의 방산 협력을 넘어 함께 연구하고, 함께 생산하며, 함께 운용하는 '한-나토 방위산업 파트너십 2.0'으로 격상하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무기를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것과 함께 글로벌 공급망을 견고하게 유지할 수 있는지가 억제력의 본질이 됐다"며 "첨단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소와 무기를 생산하는 산업 현장이 곧 국가 안보의 최전선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대통령은 첨단기술 공동연구 확장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함께 연구 개발하는 과정은 기술의 표준을 일치시키고 혁신의 방향을 공유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한국이 참여하는 나토의 탄약·우주 분야 협력 프로그램처럼 더 많은 공동연구 프로그램을 추진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나토 동맹국 중 폴란드·독일·프랑스·루마니아·노르웨이 등과 긴밀한 협력을 이어왔다. 대나토 무기 수출 비중은 8.6%로 미국에 이어 2위다. 나토가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 5% 국방비 증액에 합의하면서 시장 자체도 급팽창하는 국면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제안이 나토의 제도적 공백기를 파고든 시의적절한 시도라고 짚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나토가 자체적으로 조달 획득을 인증하는 절차를 여태 마련하지 않았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자국 방산 현실이 얼마나 취약한지 깨달으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양 연구위원은 "전 정권 때부터 나토와는 정치적 신뢰가 어느 정도 쌓여 있었고, 나토가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려는 시점에 제안했다는 점에서 나토도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이 됐다"며 "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대통령이 직접 제안한 것은 잘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양 연구위원은 "이번에 협정을 체결한 것은 아니고 추후 체결을 위한 실무 논의를 하는 단계"라며 "이것이 당장 수출 세일즈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동안 나토 개별 국가에 개별적으로 무기를 팔아왔는데, 나토 전체를 상대로 공식적인 무기 거래 제도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에 대해서는 애초 판 자체가 불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 연구위원은 "캐나다의 의도 자체가 잠수함보다 해군 협력이 가능한 국가를 우선한 것"이라며 "캐나다가 사업에 산업 협력 요구를 잔뜩 담은 것을 보면 경제협력을 잘하는 국가를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캐나다가 필요한 잠수함의 용도는 북극해 순찰인데 이는 태평양이 아닌 대서양 쪽에서 움직여야 해 협력 대상이 미국이나 나토가 된다"며 "현재 캐나다와 나토 관계가 좋지 않다 보니 캐나다가 나토 쪽에 자국 정체성을 투영·강화하려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캐나다가 한국을 거론한 것은 경쟁 구도를 만들어 반사이익을 노린 측면이 강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방산 파트너십 2.0' 제안은 캐나다발 판정패를 만회하려는 성격도 있다는 분석이다. 양 연구위원은 "나토에 계속 장사를 하려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며 "운 좋게 폴란드에 대량 수출했지만, 앞으로도 팔려면 이런 제도화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다만 실질 성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캐나다 잠수함 수주 불발로 나토 시장의 높은 문턱을 확인한 직후인 데다, 방산 협력은 상호운용성 인증과 현지생산 요구 등 절차가 까다로워 단기 계약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8일에는 노르웨이·우크라이나·네덜란드·루마니아와 연쇄 정상회담이 진행돼, 이 자리에서 나온 논의가 이번 제안의 실효성을 가늠할 단서가 될 전망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2.0' 제안은 당장의 수주보다 제도적 발판을 놓는 데 방점이 있다"며 "나토 조달 시장에 공식 참여할 근거를 마련한 만큼, 폴란드 이후 두 번째 도약을 위한 장기 포석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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