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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에 14조 붓는 마이크론…SK·삼성 HBM 아성 넘본다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6.07.05 14:04
수정 2026.07.05 14:04

마이크론, 히로시마 공장에 1.5조 엔 투자, 2028년 출하

HBM4E·차세대 D램 생산 검토…미·일 양쪽 생산능력 확대

메모리 3사 모두 증설전 돌입, 차세대 HBM 주도권 경쟁 예고

마이크론 LPDDR5X 제품.마이크론 홈페이지 캡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주도해온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 마이크론이 추격의 승부수를 던졌다. 일본 히로시마 공장에 14조원을 들여 차세대 HBM 생산 기반을 확보하기로 하면서다. 메모리 3사가 모두 증설 경쟁에 돌입하면서 2028년 이후 차세대 HBM 시장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이날 히로시마 공장 신규 제조동 기공식을 열고 확장 공사에 착수했다. 1조5000억 엔(약 14조2200억원)을 투입해 인공지능(AI) 가속기에 들어가는 HBM 등 첨단 메모리를 생산하며, 2028년 여름께 출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신규 제조동에서는 현행 제품보다 한 세대 이상 앞선 제품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증설 배경에는 생성형 AI 확산으로 촉발된 메모리 공급난이 있다. AI 가속기 수요가 폭발하면서 HBM 등 고성능 메모리 확보가 반도체 업계 최대 과제로 떠올랐고, 마이크론은 미국에서도 아이다호주 보이시에 생산시설 두 곳을 짓는 한편 지난 1월 뉴욕주 시러큐스 인근에서 1000억 달러 규모 시설을 착공했다. 여기에 히로시마까지 더해 미·일 양쪽에서 생산능력을 동시에 늘리는 구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지난달 말 국내 대규모 증설 계획을 내놨다. 마이크론이 HBM4E 이후 세대까지 겨냥한 생산 기반을 확보하면서 3사 간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기공식에서 "AI의 심장인 메모리 기술, 마이크론의 첫 HBM 생산 웨이퍼가 바로 이곳 히로시마에서 만들어졌다"며 "미국의 대담함과 일본의 장인정신이 만나면 타협이 아니라 세계 최고가 탄생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계산도 깔려 있다. 경제산업성은 이번 건설 비용으로 최대 5000억 엔을 배정했다. 연구개발 지원까지 합치면 일본 정부가 마이크론에 책정한 자금은 지금까지 약 7750억 엔에 이른다. 일본 내 유일한 D램 제조업체인 마이크론을 지렛대 삼아 잃어버린 완제품 반도체 경쟁력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산업상은 마이크론에 대한 지원이 "헤아릴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며 "다른 해외 반도체 기업들이 일본에 공장을 지으려 한다면 일본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히로시마 공장은 마이크론이 2013년 파산한 일본 D램 업체 엘피다 메모리를 인수하며 확보한 거점이다. 일본은 소재·장비 분야에선 핵심 기업을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완제품 시장 주도권은 상당 부분 잃었다. 다만 히로시마 공장이 쓰는 반도체 소재의 약 80%는 일본산으로, 현지 공급망과의 결합도가 높다.


일본은 반도체 재건을 국가 전략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지난달 2041년 3월까지 반도체·AI 분야에 101조6000억 엔 규모의 민간·공공 투자를 추진하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TSMC 구마모토 공장 유치, 라피더스 2나노 공정 육성에 이어 마이크론의 첨단 D램·HBM 투자까지 확보하면서 공급망 재건 전략이 탄력을 받게 됐다.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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