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글로벌 기술주 조정 최대 피해”
입력 2026.06.09 06:30
수정 2026.06.09 20:42
코스피 8.3% 급락…삼성전자·SK하이닉스 동반 하락에 투자심리 위축
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뉴시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 증시가 미국발 기술주 조정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세계 주요 시장 중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코스피는 8.3% 급락하며 장중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특히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0%, 7.7% 하락하며 시장 전반의 매도세를 이끌었다. 두 기업은 코스피 시가총액의 약 40%를 차지하는 만큼 주가 하락이 지수 전체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번 급락은 미국 증시 충격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앞서 지난 6일 미국 나스닥지수는 4.2% 하락하며 지난해 4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예상보다 견조한 미국 고용지표가 발표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했고, 이에 따라 기술주 중심의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FT는 “한국 증시는 최근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의 최대 수혜 시장 중 하나로 평가받아 왔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면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됐으나 그만큼 글로벌 기술주 조정 국면에서는 충격도 크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날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3.9%, 대만 가권지수는 3.5% 하락했지만 한국 증시의 낙폭은 이를 크게 웃돌았다. FT는 한국과 대만 시장이 글로벌 AI 투자 열풍의 대표 수혜국으로 꼽혀왔지만, 최근 투자심리 악화로 반도체 관련 종목에 매도세가 집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 불안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세계 최대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이번 주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가운데 메타와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자금 조달 계획이 잇따르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신규 주식 공급 확대가 시장 유동성을 흡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지속되면서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있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의 에마뉘엘 코 애널리스트는 FT에 “금리 불확실성과 대규모 주식 공급, 중동 전쟁이라는 세 가지 악재가 동시에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FT는 한국 증시가 AI 산업 성장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최근 강한 상승세를 이어왔지만, 미국 통화정책 변화와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에 따라 단기 변동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