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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막내'가 반항기를 맞았다…EX30 CC, 작지만 순하지 않은 전기 SUV[시승기]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6.05.31 06:00
수정 2026.05.31 06:00

계기판 지운 미니멀 실내…세로형 화면에 조작 집중

듀얼모터 사륜구동·3.7초 제로백, 막내급 차체에 강한 출력

가격 4812만원으로 낮췄지만 2열·UI 호불호는 뚜렷

EX30 CC 전측면부.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볼보의 막내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반항기가 왔다. 덩치를 키워 위압감을 주는 방식은 아니었다. 대신 운전석 앞 계기판을 없애고 대부분의 조작을 세로형 디스플레이 안으로 밀어 넣었다. 익숙한 자동차 문법을 하나씩 덜어낸 실내는 깔끔했지만 살갑진 않았다. 처음 앉은 운전자에게 "내 방식에 맞춰보라"고 말하는 듯했다.


성능도 막내답지 않았다. EX30 크로스컨트리(EX30 CC)는 작은 차체에 듀얼모터 사륜구동을 얹고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3.7초 만에 도달한다. 볼보 특유의 안전하고 단정한 이미지는 남아 있지만 그 안에 꽤 빠르고 낯선 성격을 숨겼다.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4일까지 4박5일간 서울 도심과 수도권 일대에서 EX30 CC를 시승했다.


EX30 CC 전면부.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EX30 CC는 볼보의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X30을 기반으로 크로스컨트리 감성을 더한 모델이다. 일반 EX30이 도심형 전기 SUV에 가깝다면 EX30 CC는 여기에 검은 클래딩과 전용 외장 디자인, 높아진 자세, 사륜구동을 더해 조금 더 거친 표정을 만들었다.


그렇다고 이 차를 정통 오프로더로 보면 곤란하다. 산속 깊이 들어가는 차라기보다 평일에는 도심을 달리고 주말에는 근교와 캠핑장으로 방향을 트는 생활형 크로스컨트리에 가깝다.


EX30 CC 전측면부.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첫인상은 차갑다. 얇게 뻗은 헤드램프는 눈을 크게 뜨기보다 살짝 뜨고 상대를 보는 듯하다. 전기차 특유의 막힌 전면 패널에는 산맥을 닮은 그래픽이 새겨져 있다. 이 디테일이 없었다면 자칫 밋밋했을 얼굴에 야외 장비 같은 분위기가 더해졌다. 귀여운 막내를 기대했다면 조금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EX30 CC는 애교보다 무표정에 가깝다.


옆모습에서는 차체 하단을 두른 검은 클래딩과 휠아치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차체 자체는 크지 않지만 바퀴 주변을 검게 감싸면서 흙먼지와 잔돌 정도는 대수롭지 않게 넘길 것 같은 인상이 생겼다. 도어 손잡이도 차체에 납작하게 숨어 있다. 처음에는 어디를 잡아야 할지 잠시 살피게 된다.


EX30 CC 측면부.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EX30 CC 후측면부.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EX30 CC 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EX30 CC는 문 앞에서도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키에는 잠금·해제 버튼이 없었다. '차 문 하나 못 열겠나' 싶었지만 10분쯤 헤맸다. 결국 설명 영상을 찾아본 뒤 키를 운전석 도어 패널 쪽에 대고 나서야 문이 열렸다.


EX30 CC 운전석.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세로형 디스플레이는 사실상 차의 관제탑이다. 공조, 충전, 카메라, 원 페달 드라이브, 운전자 보조 기능, 공기질, 앱까지 대부분의 조작이 이 화면 안으로 들어갔다. 후방 카메라와 상단 뷰를 한 번에 보여주는 주차 화면은 좁은 지하주차장에서 유용했다.


EX30 CC 중앙 디스플레이에 표시된 주차 보조 화면.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다만 화면 하나가 너무 많은 일을 떠안고 있어 처음에는 간단한 기능도 메뉴를 찾아야 한다. 미니멀리즘은 분명하지만 모든 미니멀리즘이 친절한 것은 아니다.


기어 셀렉터도 센터콘솔에 없다. 스티어링 휠 오른쪽 뒤 작은 레버에 R, N, D, P가 모여 있다. 전통적인 자동변속기 표기 순서로 보면 이상한 구성은 아니지만 현대차·기아식 칼럼 시프트에 익숙한 손끝에는 묘하게 반대로 읽힐 수 있다. 앞으로 가려는 마음은 위로 향하는데 레버 표기는 아래쪽의 D를 가리킨다.


EX30 CC 칼럼식 기어.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그럼에도 실내 분위기는 매력적이다. 전자제품처럼 차갑지만 북유럽 가구처럼 단정하다.


주행을 시작하면 작은 차체가 먼저 장점으로 다가온다. 서울 도심 골목과 지하주차장에서 부담이 적다. 차선 변경도 가볍고 주차 공간에 넣을 때도 큰 SUV처럼 몸을 사릴 필요가 없다. 크로스컨트리라는 이름 때문에 거친 길을 먼저 떠올릴 수 있지만 실제 일상에서는 작은 차체가 주는 심리적 여유가 더 자주 체감된다.


EX30 CC 중앙 디스플레이에 표시된 주행 정보 화면.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EX30 CC 중앙 디스플레이에 표시된 공조 조작 화면.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발끝에 힘을 주면 반전이 온다. EX30 CC는 듀얼모터 사륜구동 기반으로 최고출력 428마력, 최대토크 55.4kgf·m를 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3.7초 만에 도달한다. 소형 전기 SUV라는 말만 듣고 얌전한 차를 상상했다면 오산이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차는 조용히 튀어나간다. 소리를 높여 존재감을 과시하지 않지만 이미 앞서 나가 있는 타입이다.


전기차 특유의 울컥임은 우려보다 덜했다. 원 페달 드라이브를 적극적으로 쓰면 감속감이 도드라지지만 설정을 조절하면 내연기관차에서 넘어온 운전자도 이질감을 크게 느끼지 않을 만했다. 전기 택시에서 느꼈던 꿀렁임 때문에 멀미를 걱정했다면 EX30 CC는 생각보다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다. 밟으면 즉각 나가지만 멈출 때 운전자를 과하게 흔들지는 않았다.



EX30 CC 트렁크 공간.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정숙성도 준수했다. 이중접합 유리가 아니라 소음에 민감한 운전자라면 걱정할 수 있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조용하다는 인상이 강했다. 다만 바닥에서 올라오는 잔소리까지 완전히 지우는 차는 아니다. 오히려 실내가 조용하다 보니 낮게 틀어둔 공조기 소리나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리가 더 또렷하게 의식될 때가 있었다.


2열은 냉정하게 봐야 한다. 차급을 뛰어넘을 만큼 넓다고 보긴 어렵다. 성인 3명이 장거리를 타기에는 무리가 있고 앞좌석 위치에 따라 무릎 공간도 민감하게 느껴질 수 있다. 다만 밝은 시트와 얇게 정리한 앞좌석 등받이 덕분에 시각적 답답함은 덜하다. 공간을 넓힌 차라기보다 좁아 보이지 않게 정리한 차에 가깝다.


EX30 CC 2열 공간.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주행가능거리도 현실적으로 봐야 한다. 국내 인증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는 329km다. 시승 중 표시 주행가능거리는 배터리 잔량 56%에서 210km 안팎, 34%에서 128km 수준으로 나타났다. 도심과 근교 위주의 이동에는 큰 불안감이 없지만 장거리 이동에서는 충전 계획을 세우는 편이 안전하다. 차의 분위기는 자꾸 밖으로 나가자고 말하지만 배터리는 일정 관리를 요구한다.


가격 부담은 출시 초기보다 낮아졌다. EX30 CC 울트라의 가격은 기존 5516만원에서 700만원 낮아진 4812만원으로 조정됐다. 소형 SUV라는 차급만 놓고 보면 여전히 가볍지 않은 숫자지만, 3.7초 제로백과 사륜구동, 볼보의 안전 이미지, 독특한 실내 구성을 감안하면 '비싼 소형차'라는 인상은 다소 줄었다.


EX30 CC 후면부.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타깃

-'작은 고추가 맵다'는 속담을 차로 확인하고 싶은 당신

-볼보는 타고 싶은데 너무 착한 모범생 이미지는 심심했다면

-계기판도, 기어노브도 없어도 되는 극단적 미니멀리스트


주의할 점

-숨바꼭질을 싫어한다면 답답할 수도. 많은 기능이 화면 속에 숨어 있다

-뒷좌석은 사람보다 가방, 외투, 반려견이 더 자주 앉는 자리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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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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