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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수·황정민과는 달라”…최수종·양준모가 선보일 ‘인간’ 오이디푸스 [D:현장]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6.05.28 10:28
수정 2026.05.28 10:28

고대 그리스 작가 소포클레스의 비극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혼인할 것이라는 가혹한 신탁을 받은 한 남자가 자신의 잔인한 운명에 맞서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그린 고전의 정수다. 스스로 눈을 멀게 하는 참혹한 결말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과 진실에 대한 의지를 묻는 이 걸작이 2026년 새로운 프로덕션으로 관객을 찾는다.


ⓒ데일리안DB

제작사 수컴퍼니 박수희 대표는 27일 오후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진행된 연극 ‘오이디푸스’의 제작발표회에서 “오이디푸스는 인간의 본질과 우리의 운명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라며 “공연만이 가진 현장성과 동시대성의 특별함이 큰 울림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서재형 연출은 2026년 버전 ‘오이디푸스’가 전하고자 하는 명확한 메시지를 짚었다. 서 연출은 “고전을 하는 이유는 만드는 사람들과 배우들의 생각이 현대 관객들에게 충분히 닿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번 작품은 인간 오이디푸스의 ‘의지’를 전달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이어 “요즘처럼 변동성이 많은 시대에 대한민국 관객들이 힘을 얻고, 의지를 갖고 다시 잘 걸어가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위로를 전달하고자 한다”고 구체적인 연출 목표를 덧붙였다.


비극의 주인공 오이디푸스 역에는 배우 최수종과 양준모가 더블 캐스팅되어 무대에 오른다. 오랜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 최수종은 “오래전 드라마 데뷔를 하며 연극의 매력에 빠져 2년마다 한 번꼴로 무대에 올랐을 만큼 연극에 심취했었다”라며 “몇 년 전부터 이순재, 박근형, 신구, 박정자, 손숙, 남명렬 등 대선배님들이 무대에 서시는 모습을 보며 또 다른 꿈과 희망을 얻었다. 그 연세에도 또렷한 발성과 전달력, 관객과의 호흡을 보여주시는 것을 보고 스스로 반성을 많이 했다”라고 전했다.


오이디푸스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거대한 도전이자 엄청난 에너지를 요구하는 매력적인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치열한 연습 과정에 대해 “눈동자나 손동작 하나, 발걸음 하나하나까지 대사 마디마디에 표현해 내야 하는 연출님의 정교한 디렉팅을 믿고 따라가고 있다”면서도 “첫 일주일 동안은 압박감에 위약금을 물고서라도 관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만큼 치열했다”고 솔직한 심경을 고백했다.


뮤지컬을 베이스로 활동해 온 양준모 역시 이번 작품이 주는 무게감을 전했다. 양준모는 “고전 중의 고전이라 내게는 먼 작품 같았으나, 아예 새로 태어나는 기분으로 무대 인생을 총집합해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표현의 주안점에 대해 “기존의 왕의 이미지보다 신 앞에서는 티끌 같은 나약한 인간의 모습에 집중했다”며 “한 인간이 어떻게 고뇌하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인생을 나아가는지 표현하여 관객들과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맹인 예언자 테레시아스 역은 원로 배우 박정자와 나자명이 함께 맡아 극의 무게중심을 잡는다. 올해로 84세인 박정자는 연극 무대에 대한 묵직한 신념을 드러냈다. 그는 “‘오이디푸스’를 다시 준비한다는 소식을 듣고 내가 하겠다고 직접 손을 들었다”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밝혔다. 이어 “과거에는 느끼지 못했던 오이디푸스에 대한 깊은 연민이 느껴진다”라며 “운명이라는 불길 속으로 짚을 짊어지고 정면으로 걸어 들어가는 오이디푸스의 용기를 관객들이 무대에서 직접 경험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7년 전 서재형 연출의 초연에 이어 이번 재연에도 코린토스 사자 역으로 합류한 남명렬은 세월의 깊이를 담은 연기를 예고했다. 남명렬은 “오이디푸스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신에 의해 조정되는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한 인간의 노력과 용기를 다루며, 신의 세계에서 인간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경계선을 그리기 때문”이라고 고전의 가치를 짚었다. 같은 배역의 오찬욱 또한 “오이디푸스에게 슬픈 소식과 기쁜 소식을 동시에 전달하는 인물로서 대본에 충실하며 작품에 녹아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크레온 역의 최수형은 캐릭터의 상식적인 면모를 부각했다. 최수형은 “연출님께서 우리 작품에 악역은 없다고 말씀하셨다”라며 “크레온은 이오카스테의 동생이자 오이디푸스의 삼촌으로, 약속을 지키고 나라와 가족을 위해 애쓰는 상식적인 인물인 만큼 현대 사회에 메시지를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연출은 “‘오이디푸스’ 앞에 ‘인간’을 반드시 붙여야 한다”며 “앞서 오이디푸스를 연기했던 박해수, 황정민 배우가 보여준 모습과는 또 다른, ‘인간’이라는 키워드가 진하게 붙은 최수종, 양준모만의 오이디푸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극장은 이전보다 작아졌어도 선명하고 밀도가 높아진 것이 차별성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다른 고전 ‘바냐 아재’에도 출연 중인 남명렬 배우는 고전이 현대에 끊임없이 무대화되는 본질적인 이유에 대해 “‘오이디푸스’나 ‘바냐아재’ 같은 작품들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피할 수 없는 운명뿐 아니라 인간의 고뇌를 아주 적나라하고 극명하게 잘 표현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객석에 있는 관객들은 그런 고전을 보면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삼을 수 있고, 고전은 그런 의미에서 계속 공연될 것”이라고 전했다.


‘오이디푸스’는 오는 7월 4일부터 8월 23일까지 서울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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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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