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껌값보다 싼 소아 필수약…'아티반' 공급 중단에 의료계 비상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5.11 14:35
수정 2026.05.11 16:21

공급사 생산 중단 이어 시중 재고도 7월 소진 전망

앰플당 782원 저가 구조에 강화된 GMP 부담 겹쳐

의료계 “소아 응급실·중환자실 진료 차질 현실화 우려”

서울의 한 병원 진료실이 진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어린이들로 붐비고 있다. 해당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뉴시스

소아 급성 경련 환자에게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응급약 ‘아티반’ 주사제(성분명 로라제팜)가 생산 중단 여파로 사실상 의료현장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말 생산이 중단된 데 이어 시중 재고도 오는 7월이면 대부분 소진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료계에서는 소아 응급진료 공백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는 오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아티반 공급 중단에 따른 현장 진료 차질과 재고 현황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


아티반은 소아 급성 경련의 1차 치료제로 사용되는 벤조다이아제핀 계열 항발작제다. 열성경련 환아에게 필수적인 응급약물로, 뇌의 과도한 신경 흥분을 빠르게 억제해 발작을 신속히 멈추는 역할을 한다. 현재 국가필수의약품이자 퇴장방지의약품으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1982년부터 국내에서 유일하게 아티반 주사제를 공급해오던 일동제약이 지난해 12월 생산을 중단하면서 공급 공백이 현실화하고 있다. 기존 유통 재고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어 의료계에서는 이르면 오는 7월쯤 시장 재고가 사실상 바닥날 것으로 보고 있다.


생산 중단 배경으로는 강화된 제조 기준과 지나치게 낮은 약가가 동시에 지목된다. 정부가 무균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GMP)을 국제 기준에 맞춰 강화하면서 수십억원의 추가 설비 투자 부담이 발생했지만, 약가가 워낙 낮아 투자 비용을 충당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아티반 주사제. ⓒ일동제약

현재 아티반의 약가는 앰플당(2㎎) 782원으로, 시중에서 판매되는 껌 한 통 가격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가뜩이나 생산 원가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약가에 설비 투자까지 강요받다 보니 제조사가 생산중단으로 내몰렸다는 게 의료계의 시각이다.


현장에서는 이미 수개월 전부터 공급 차질이 이어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도권의 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공급 중단 발표 전부터 약이 부족했고, 저희 병원은 사실상 1년 가까이 아티반 없이 버티고 있다”며 “현재는 다른 약으로 대체하고 있지만 다른 병원들도 기존 재고로 버티다 상황이 더 악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아티반은 효과 발현이 빠르고 지속 시간이 안정적이어서 오랜 기간 소아 경련 환자의 초기 치료 약제로 사용돼왔다. 디아제팜 등 유사 계열 약물이 있긴 하지만 작용 시간과 지속 효과에 차이가 있는 데다 부작용 우려도 있어 의료 현장에서는 사실상 완전한 대체가 어렵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아티반 공백이 단순한 약 부족을 넘어 소아 응급의료 체계 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소아 환자가 장시간 경련을 하면 저산소성 뇌 손상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발작을 최대한 빨리 멈춰야 하고, 그때 가장 신속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약이 아티반 주사”라며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면 응급실과 소아중환자실 환자 관리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고, 향후에는 관련 진료를 기피하는 병원까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회장은 “무균제제 GMP를 강화해 의약품 품질을 높이겠다는 방향 자체는 환자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면서도 “문제는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현장의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원가 보상도 되지 않는 헐값 약가 구조에서 수십억원대 시설 투자를 요구하면 결과는 뻔하다”며 “40년 넘게 생산해온 제약사마저 결국 생산을 포기했다. 규제로 약을 빼앗아갔다면 그에 대한 대안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한편 정부는 아티반 공급 공백 최소화를 위해 대응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데일리안의 질의에 “아티반주가 공급 중단되지 않도록 업체 간 논의 중에 있다”며 “원활한 공급을 위해 업체와 긴밀히 소통하며 행정적 지원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