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습 여고생 두고 도망간 것 아냐" 17세 남고생 아버지 호소
입력 2026.05.10 14:25
수정 2026.05.10 14:27
최근 광주에서 흉기 피습을 당한 여고생이 숨진 가운데 피해자를 도우려다 중상을 입은 고교생이 당시 상황을 직접 전했다.
한밤중 광주 도심에서 흉기를 휘둘러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살해하고 남고생을 다치게 한 혐의(살인 등)를 받는 장 모(24)씨가 7일 오전 광주 동구 광주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경찰 호송 차량에 탑승해 있다. 2026.05.07. ⓒ뉴시스
10일 뉴스1에 따르면 고교생 A군(17)은 지난 5일 0시 11분쯤 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대학교 인근 도로에서 피해자의 비명을 듣고 "처음에는 멀리서 연인끼리 싸우는 줄 알았다"면서 "비명 소리에 그냥 몸이 먼저 움직였다"고 떠올렸다.
달려간 A군은 피를 흘리며 쓰러진 피해자를 발견했다. 피해자는 A군에게 119 신고를 요청했고 A군이 휴대전화를 꺼내 신고하려는 순간 가해자 장 모씨(24)가 흉기를 들고 다가왔다고 한다.
흉기를 막으려다 손등을 크게 다친 A군은 목 부위도 두 차례 찔렸다. A군은 범인을 밀치고 현장에서 벗어나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사람이 칼에 찔렸다. 도움을 요청해달라"고 외쳤다.
피해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사망했다.
A군은 "그 학생이 살았어야 했는데 안타깝다"며 "무작정 뛰어들기보다는 먼저 신고하고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면서 신중하게 대응했다면…"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같은 상황이 오면 또 몸이 움직일 것 같다"고 말했다.
A군은 전북대학교에서 긴급 수술 받은 뒤 현재 광주 모 병원으로 전원 돼 치료받고 있다.
평소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는 성격이었던 A군은 이 사건 이후 낯선 사람이 가까이 다가오면 몸이 먼저 움츠러들고 주변을 계속 살피게 되는 등 외상 후 스트레스(PTSD) 증세도 나타나고 있다. 병실에서도 인기척이 들리면 문 쪽부터 바라보게 된다고도 말했다.
A군의 아버지는 "사건이 국민들에게 알려진 후 온라인상에서는 '남고생이 도망갔다'는 식의 댓글들을 봐야 했다"며 "상처를 조금 입고 도망간 것처럼 말하는 걸 보고 마음이 무너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사건 직후 아이는 살이 다 떨어져 나간 상태였고 목까지 찔린 위험한 상태였다. 왜 그렇게 위험한 데를 갔냐고 뭐라고 했다"며 눈물을 참기도 했다.
그러면서 "영웅처럼 봐달라는 게 아니다. 다만 아이가 잘못한 행동을 한 건 아니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광주 여고생 살해범, 우발 범행 주장
신상정보 14일 공개
이번 사건은 지난 5일 0시 11분쯤 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대학교 인근 도로에서 장씨가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흉기로 공격해 일어났다.
경찰 조사에서 장 씨는 "죽을 때 누군가를 데려가려 했다. 사는 게 재미없어 자살을 고민하다가 충동이 들어 범행을 저질렀다"는 진술로 일관하며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장 씨는 범행에 앞서 휴대전화를 꺼두고, 이틀 전 미리 구입한 흉기 2점을 소지한 채 거리를 배회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범행 후에는 흉기를 현장 인근에 버린 채 도주했다. 또한 무인세탁소에 들러 혈흔이 묻은 자기 옷을 세탁했다. 휴대전화 2대 중 1대를 강에 던져 버리는 등 증거 인멸 시도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찰은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 수사 중인 장 씨에 대한 신상정보를 공개하기로 했다. 오는 14일 오전 9시부터 6월 12일까지 30일간 광주경찰청 누리집에 게시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