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기 “사익편취·부당지원 행위에 구조적 조치…사회적 공감대 형성할 것”
입력 2026.05.10 12:06
수정 2026.05.10 12:06
디지털 경제 확산…1~2개 사업자 시장 독식
행태적 조치·사후적 과징금 부과로는 부족
美·EU 등 공정거래법상 구조적 조치 도입
반복 담합 시장에도 적용 가능 시사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7일(현지시간) 국제경쟁네트워크(ICN) 연차총회가 열린 필리핀 마닐라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구조적 조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공정거래위원회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사익편취, 부당지원 행위 등에 대해서는 구조적 조치를 최후의 수단으로 발동하겠다고 밝혔다.
독과점 고착화를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고, 과도한 시장지배력의 폐해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구조적 조치 도입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경쟁정책 기조를 강화하겠다는 점을 시사했다.
행태 규제만으로는 한계…구조적 조치 도입 필요
주병기 위원장이 지난 7일(현지시간) 국제경쟁네트워크(ICN) 연차총회가 열린 필리핀 마닐라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사익편취, 부당지원 행위 등 경제력 집중의 폐해를 억제하는데 구조적 조치의 효과가 클 것”이라며 “구조적 조치가 최후의 수단으로 중대한 상황에 한정해 보충적으로 발동되도록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 신속히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주 위원장은 “디지털 경제 확산과 핵심 기제인 네트워크 효과, 쏠림현상은 1~2개 사업자가 시장을 독식하는 구조를 고착화시키고 있다”며 “위법행위를 미래에 중지시키는 행태적 시정조치와 사후적인 과징금 부과로는 독과점 구조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는 여러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美·EU도 기업분할 활용…구조적 조치 확산
해외에서는 구조적 조치를 통해 시장 독점 구조를 규제하고 있다. 현재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공정거래법상 기업분할명령, 지분매각명령, 영업양도명령 등 구조적 조치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과거에는 기업의 소유·지배구조에 대한 직접 개입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수단이 제한적으로 활용됐지만, 최근 디지털 경제 확산과 독과점 심화가 이어지면서 경쟁 회복을 위한 수단으로 구조적 조치 논의와 활용이 확대되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미국 법무부(DOJ)는 구글이 인터넷 검색·광고 시장에서 불법적으로 시장지배력을 유지한 사안에 대해 크롬 브라우저 사업부 매각과 안드로이드 사업부 분리 등의 구조적 조치를 법원에 요청한 바 있다.
제약시장에서도 제네릭 의약품의 가격을 담합한 사안을 두고 주요 주동자로 지목된 테바제약에 담합의 기반이 된 사업 부문을 제3자에 매각하도록 하는 구조적 조치(DOJ-테바제약 합의)가 내려지기도 했다.
EU 경쟁당국 역시 지난해 구글의 디지털 광고시장 독점 남용 사건과 관련해 자진 시정방안 제출을 요구하면서, 구글 광고기술(애드테크) 사업 부문에 대한 구조적 조치가 사실상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주 위원장은 “이러한 선진국 경쟁당국의 법 집행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공정위도 우리 경제의 독과점 고착화라는 구조적 문제를 엄중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급격하고 압축적인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소수의 대기업에 자원과 지원이 집중되면서 이들이 주요 시장의 독과점 구조를 형성하는 구조적 문제가 해외에 비해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반복 담합 시장도…“구조적 조치 명문화로도 예방 효과”
설탕, 밀가루 등 과점 구조가 고착화된 시장에 대해서도 “수십년 간 담합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설탕 담합의 경우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예를 들어 앞으로 10년 내 CJ 대한제당 등 일부 기업이 다시 담합을 했다면 충분히 검토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고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구조적 조치는 미국, EU, 일본 등 선진 경쟁당국의 표준 행정조치의 하나로서 우리 공정거래법에서도 이를 보다 명확히 규정하는 것만으로도 독과점의 폐해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