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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출신 의사과학자들…서울성모병원에 다시 모인 이유[내일의 닥터]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5.11 05:00
수정 2026.05.11 05:00

한지원·성필수·최윤석 서울성모병원 교수 인터뷰

고령화·감염병 시대 속 커지는 융합형 의료 인재 필요성

정부, 의사과학자 양성 확대…시스템은 아직 ‘초기 단계’

“재미·지속 가능성 갖춘 연구 환경 만들어야”



‘내일의 닥터’는 의료산업의 혁신 흐름을 읽습니다. AI·로봇·데이터가 바꾸는 병원 생태계, 그리고 그 변화를 이끄는 기술·정책·시장 트렌드를 심층 분석합니다.



5월 7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서 (왼쪽부터) 한지원, 성필수, 최윤석 교수가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좋아하는 연구를 오래, 안정적으로 하고 싶습니다.”


진료실에서 품은 질문을 연구실로 가져간 의사들이 있다. 같은 병을 앓고 같은 치료를 받는데도 누구는 회복되고, 악화되는 이유를 알고 싶었던 사람들이다. 의과대학 졸업 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박사과정에서 만나 같은 연구실에서 면역학을 공부하며 밤을 새웠던 세 명의 의사들은 이제 미래 의료를 이끌 ‘의사과학자’로 성장해 같은 병원에서 함께하고 있다.


지난 7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서 만난 한지원·성필수·최윤석 교수는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의사과학자의 길을 선택한 이유는 결국 환자였다”고 회상했다.


한지원 교수는 “전공의 시절, 같은 환자에게 같은 약과 시술을 했는데도 어떤 환자는 좋아지고 어떤 환자는 더 나빠지는 모습을 많이 봤다”며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지 연구를 통해 원인과 기전을 밝혀내는 것도 의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했고, 의사과학자를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의료계에서는 의사과학자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고령화와 감염병 유행을 거치며 과학·공학·의학을 함께 이해하는 융합형 인재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을 확대하며 관련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연구 기반 구축도 본격화되고 있다. 가톨릭대 의생명공학연구원과 포항공대는 최근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원하는 ‘K-MediST 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연구진은 오는 2030년까지 총 166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한국형 Harvard-MIT Broad 연구소’를 목표로 의공학 융합 연구와 의사과학자 양성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성필수 교수는 “의사들은 결국 환자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기 때문에 어떤 연구가 필요한지 직접 질문을 발견할 수 있다”며 “정부가 의사과학자를 육성하려는 이유 역시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신약 후보물질이나 신의료기술을 더 잘 발굴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5월 7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서 (왼쪽부터) 한지원, 성필수, 최윤석 교수가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이들의 역할은 연구실에만 머물지 않는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연구를 통해 축적한 데이터가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고 있다. 최윤석 교수는 “비슷한 효과를 가진 두 치료법이 있을 때 어떤 환자에게 어떤 치료가 더 적합할지를 고민하게 된다”며 “환자들의 검체와 데이터를 장기적으로 축적·분석하다 보면 특정 환자에게 더 잘 맞는 치료 방향이 보이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의사과학자’인 이들은 국내에선 생소한 존재다. 그리고 그 생소함은 우리 의료계가 가진 근본적 한계다. 국내 의사과학자 시스템은 아직 초기 단계다. 일반적으로 의사면허와 이공계 박사학위를 모두 가진 연구자를 의미하지만, 우리나라는 그 숫자가 적을 뿐더러 역할과 개념조차 명확하게 자리 잡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의 약 37%, 글로벌 제약사 최고기술책임자(CTO)의 약 70%는 의사과학자 출신으로 알려져 있지만, 국내 의사과학자는 전체 의사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미국은 연간 의과대학 졸업생 4만5000명 중 약 3.7%(1700명)가 의사과학자로 육성되는 반면, 국내는 연간 3000여명의 의대 졸업생 가운데 0.3~0.7% 수준에 그친다.


이 때문에 대학가에서는 의사과학자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 교수는 “최근에는 의대생 시절부터 연구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수업과 실제 연구 참여 기회를 확대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아직 초기 단계지만 조금씩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결국 ‘재미’와 ‘지속 가능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지금은 다소 정책 중심으로 의사과학자를 육성하려는 분위기가 있는데,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나도 저 연구를 해보고 싶다’고 느낄 수 있는 환경이 더 중요하다”며 “억지로 만드는 게 아니라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의사과학자의 역할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한 교수는 “인공지능(AI)이 학습하는 데이터 역시 결국 의사과학자들이 축적한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한다”며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의사과학자의 역할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 교수도 “실험 데이터를 이해하는 사람이 AI 분석까지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 의사과학자의 강점”이라며 “데이터의 의미를 알고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세 사람의 목표는 조금씩 달랐지만 결국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진료실에서 시작된 질문은 연구실로 이어졌고, 다시 환자 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AI 시대 속에서도 세 의사과학자가 연구를 멈추지 않는 이유 역시 결국 더 나은 치료와 의료를 환자에게 돌려주기 위해서다.


한 교수는 “좋아하는 연구를 오래, 안정적으로 하고 싶다”고 말했고, 성 교수는 “좋은 치료제를 개발해 기술을 널리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최 교수 또한 “우리가 만든 연구 결과가 실제 환자 치료에 활용되는 순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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