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다못한 주주들까지 거리로…삼성 파업 리스크 어디까지
입력 2026.05.06 11:29
수정 2026.05.06 11:29
6일 오전 이태원서 "망국 파업, 5천만이 분노한다" 현수막
각 주주단체들 "맞불 집회", "손해배상 청구 나설 것" 경고
이례적인 이사회 등판도…노사 문제 넘어 기업 가치 변수로
증권가도 목표가 하향…충당금·생산 차질 우려 반영
지난 23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집회가 열리고 있다. ⓒ데일리안DB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예고를 둘러싼 갈등이 단순 임금 협상의 영역을 넘어 실제 비용과 기업가치 문제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반도체 호황 속에서 불거진 성과급 충돌이 이제는 시장에서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주행동 실천본부'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인근에서 노조 파업에 반대하고 노조 행태를 비판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국가경제 볼모잡는 망국 파업, 5천만이 분노한다", "국가 경제 최악이다 성난민심 국민여론 직시하라" 등의 현수막을 거리에 내걸며 노조를 비판했다.
주주행동 실천본부는 삼성전자 노조가 이달 21일 총파업을 강행할 경우 최대 100명 이상의 주주와 함께 맞불 집회를 놓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역시 '삼성전자 파업 위기 대국민 호소문'을 내고 "노조 파업으로 회사 손실이 발생할 경우 노조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이들은 삼성전자 경영진에게도 경고장을 날린 상황이다. 경영진이 파업을 막기 위해 부당한 성과급 협상에 임한다면 그를 주주 권익 침해로 보고 경영진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이다. 주주운동본부는 "삼성전자 성과는 국가적 지원과 협력사 기여가 포함된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성과 공유를 요구하는 노조와 기업가치 훼손 가능성을 우려하는 주주 간 이해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경영진은 노조 요구를 수용할 경우 대규모 성과급 부담과 주주 반발 가능성을 감수해야 하고, 반대로 요구를 거부할 경우 파업 리스크와 생산 차질 우려에 직면하게 됐다.
성과급 지급 사태가 사내를 넘어 시장, 정치권으로까지 번지자 이사회가 직접 진화에 나섰다. 신제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은 전날 사내 게시판을 통해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경쟁력 저하와 고객 신뢰 훼손, 주주 손실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며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신 의장은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면 노사 모두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사업 경쟁력 저하는 물론 고객 신뢰 상실, 주주 및 투자자 손실로 이어져 국가 경제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기반 산업인 반도체 사업은 타이밍과 고객 신뢰가 핵심"이라며 "개발 및 생산 차질, 납기 미준수 등이 발생할 경우 근본적인 경쟁력을 잃고 경쟁사로 고객이 이탈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임직원들에게 호소했다.
이사회 의장이 노사 문제에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통상 노사 협상은 경영진과 노조 간 문제로 여겨지지만, 이번에는 갈등이 회사 전체 이해관계와 시장 신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시장 역시 이를 실제 비용 변수로 반영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씨티증권은 최근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며 노조 파업 가능성과 성과급 충당금 부담을 실적 변수로 지목했다. 메모리 업황 개선 흐름에도 불구하고 노사 갈등이 수익성과 생산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이번 갈등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가 커지는 시점과 맞물렸다는 점에서 시장 우려를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가 AI 반도체 수요 확대의 핵심 수혜 기업으로 꼽히는 상황에서 내부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호황의 효과를 일부 희석시킬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단순 파업 이슈가 아니라 '이익 배분 구조'를 둘러싼 충돌로 보는 분위기다. 반도체 호황 속에서 성과를 어디까지 공유할 것인지, 또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용과 손실은 누가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시장과 주주 영역까지 번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