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는 딴 세상 얘기"…계란값 폭등, 소상공인 '울상'
입력 2026.04.17 07:36
수정 2026.04.17 07:36
'스태그플레이션' 심화에 경기 불황 지속
설상가상 '1판 7000원' 에그플레이션까지
李정부, 19일부터 '태국산 계란' 판매개시
자영업자들 "태국 계란? 글쎄"…신중모드
서울 서대문구 일대 한 대형마트에서 계란이 진열돼 있다.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사회 전반을 휩쓸고 있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이 심화되며 영세 소상공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설상가상 고물가와 경기불황 속 이례적 봄철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국민 식재료인 계란 가격이 폭등하는 '에그플레이션'(계란+인플레이션) 현상까지 발발했다.
주식 투자를 독려하는 이재명 정부 기조에 국내 주가종합지수가 상승가도를 달리며 국가 경쟁력이 탄탄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소상공인들은 이를 "딴 세상 이야기"라며 고개를 돌렸다. 이들이 처한 현실과의 괴리 탓이다.
최근 계란값 폭등의 주원인은 고병원성 AI다. 지난해 11월 발발 이후 현재까지 전체 산란계 1200만마리가 살처분되면서 공급망이 무너졌다. 전체 사육 마릿수의 14% 규모다.
AI 파동으로 계란 수급의 차질이 빚어지자 가격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이달 초 계란 한 판(특란·30구) 소매가격은 평년보다 5% 이상 오른 7000원선을 웃돌았다. 1인 가구가 주로 찾는 10구 한 판 가격도 4000원대를 돌파해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인왕시장 내 한 식료품 점에서 '왕란'이 진열돼 있다.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계란값 급등은 소비자 체감 물가를 넘어 제과·제빵, 외식·급식 산업, 김밥·튀김 등 관련 산업 전반은 물론, 식탁 물가에도 부담을 키울 수 밖에 없다. 이는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특별관리 품목에 계란을 지정한 이유기도 하다.
이에 최근 정부가 미국·스페인에 이어 태국산 계란 수입을 통해 가격 방어에 나섰지만, 소상공인들 사이에서는 '고육지책'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마포구에서 개인 백반집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뉴스에서 매일 같이 '코스피가 6000(포인트)을 돌파했다' '정부가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면서 계속 주식 얘기만 나오던데 이건 소상공인들이 처한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분개했다.
서울 인왕시장에서 식료품업을 운영하는 업주는 "어제만 해도 계란 왕란 한판당 도매가를 이틀 전보다 1000원 더 비싸게 줬다"며 "이마저도 찾는 고객들이 있어 소량 떼오는 것이지, 안 팔린 채로 소비기한이 지나면 그대로 폐기하는 일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내 '따뜻한 밥상 3호점' 내부에 마련된 계란 프라이 제조 공간. 계란 1알에 500원씩 판매되고 있다.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서대문구 홍제동 일대에서 '따뜻한 밥상 3호점'을 맡아 운영하는 한 목사는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하면서도 "물가가 오르고 계란값이 올라 힘들었으면 진작 이런 일을 시작 조차 못했다. 사명감으로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따뜻한 밥상은 지난 2018년 최운형 목사가 미국에서 귀국해 연 식당이다. 메뉴는 김치찌개 단일로 1인분에 3000원, 밥은 무료에 무한리필로 제공된다.
또 500원만 추가하면 계란 프라이를 셀프로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전국 곳곳의 목사들이 맡아 운영하는 식당으로 사실상 자영업보다 지역공동체 성격이지만, 지속 상승하는 물가를 감당하기엔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인근 스마일 분식집의 모습. 점주는 계란 가격이 폭등해도 서민 음식 특성상 쉽게 가격을 올릴 수 없다고 토로했다.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분식 업종도 직격탄을 맞고 있었다.
서대문구 유진상가 인근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한 여성 업주는 "우리 같은 영세 분식점은 김밥 가격 500원만 올려도 고객이 알아차린다"이라며 "메뉴 가운데 한 줄에 계란 3알이 들어가는 것도 있는데 타격이 크다. 그렇다고 가격을 올릴 수도 없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태국산 계란이 국내로 들어오는 데 대해 "개인이나 가정이라면 알아서 구매해 먹겠지만, 식당에서 태국산 계란을 쓴다고 하면 고객이 어떻게 생각할까"라며 "급한 불 끄자고 잔불에 기름 붓는 짓은 할 수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한편 홈플러스는 국내 대형마트 최초로 '태국산 신선란'을 판매한다. 이번에 도입되는 물량은 정부가 미국 내 AI 발생에 따른 수급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수입한 물량 중 홈플러스가 확보한 4만6000여판이다.
가격은 30구 한 판당 5890원이다. 국내산 특란 한 판 가격(7990원)의 74% 수준이다. 홈플러스는 고물가 상황을 고려해 1인당 구매 수량을 2판으로 제한하고, 전국 대형마트와 일부 익스프레스 매장에서 다음 달 초까지 6차례에 걸쳐 순차 공급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