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푼 추경, 남아야 할 건 성과 [기자수첩-정책경제]
입력 2026.04.16 07:00
수정 2026.04.16 07:00
상반기 85% 집행 내세운 중동전쟁 대응 추경
속도보다 중요한 건 현장 체감·사후 성과 검증
1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정부가 제출한 '26.2조'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중동전쟁 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신속 집행 계획을 연이어 내놓으며 속도전에 나섰다. 위기 대응 예산을 빠르게 편성한 데 이어 집행 일정까지 앞당기며, 정책 대응 절차도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정부는 26조2000억원 규모 추경안을 의결해 국회에 제출했다. 이달 11일 임시국무회의 의결 직후에는 신속 집행 계획도 내놨다. 신속 집행이 필요한 10조5000억원 규모 사업은 상반기 안에 85% 이상 집행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이번 추경의 목표를 민생 안정과 경기 대응 효과의 조기 창출로 잡았다. 국민 체감도가 높은 사업의 정책 효과를 앞당기겠다고도 밝혔다. 그렇다면 남는 질문도 분명하다. 그 85%가 실제로 무엇을 바꿨느냐다.
고유가 피해지원금은 이달 27일 1차 지급과 내달 18일 2차 지급 일정에 맞춰 집행하겠다고 했다. 1차 지급 전에 국고보조금 80%를 지방정부에 먼저 내려보내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속도만 놓고 보면 정부는 위기 대응 수단을 서둘러 가동한 셈이다.
다만 집행률은 성과 그 자체가 아니다. 관건은 예산이 얼마나 빨리 풀렸느냐가 아닌 현장의 어려움을 실제로 얼마나 줄였느냐다.
정부가 이번 추경에서 앞세운 것도 이러한 관리 지표들이다. 상반기 85% 집행 계획은 제시하기 쉬운 숫자다. 의미 있는 대목일 수는 있어도 추경의 성과를 온전히 설명하진 못한다.
이번 추경은 추가 국채 발행이 없다는 점도 강조됐다. 정부로서는 내세울 만한 대목이다. 그것 역시 재정 운용의 최종 성과라기보다 편성과 집행 과정에 대한 설명에 가깝다.
나라 곳간의 신뢰는 빚을 덜 냈다는 말만으로 쌓이지 않는다. 급하게 편성한 돈이 실제 현장 피해를 줄였는지, 취약계층과 피해 업종에 제대로 닿았는지, 공급망 불안을 누그러뜨렸는지까지 입증돼야 한다.
이런 입증이 빠진 채 2차 추경 논의까지 이어진다면 문제는 더 커진다. 1차 추경의 성과와 한계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음 추경을 서두르는 건 재정을 위기 대응 수단이 아니라 상시 처방처럼 쓰는 모습으로 읽힐 수 있다. 필요한 건 다음 카드가 아니라 먼저 꺼낸 카드의 효과를 확인하는 일이다.
이제 필요한 건 이번 돈이 정말 위기 완충판이 됐는지 확인하는 사후 점검이다. 성과가 보이지 않으면 속도는 공치사에 그치고 숫자는 홍보 문구로 소비된다.
위기 대응 재정의 무게는 얼마나 빨랐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제대로 닿았는지에서 드러난다. 결국 이번 추경도 현장의 변화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