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휴전에도 ‘물가 전쟁’…정부 개입 딜레마[중동전쟁 물가 대응]
입력 2026.04.09 08:01
수정 2026.04.09 08:01
정부,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
석유·통신·교육비까지 전방위 통제
전문가, 단기 효과있지만…시장 회복 우려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주유소를 찾은 운전자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뉴시스
중동전쟁이 2주간 휴전에 돌입한 가운데 정부가 전방위적 물가 안정 대응에 나섰다. 중동사태로 대외적 불확실성과 고착화된 물가 부담이라는 내부 과제를 동시에 직면한 데 따른 조치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작으로 물가 관리에 돌입했으며 최근에는 시장의 세부 영역까지 ‘정밀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시장 개입이 단기적으로 수치상의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은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기능 왜곡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다.
PC·통신·학원비까지 관리 확대…체감물가 전방위 대응
정부는 9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에서 ▲중동전쟁 관련 품목별 가격동향 점검 및 대응 방안 ▲PC 노트북 가격 동향 및 대응방향 ▲기본통신권 보장을 위한 통신 3사의 요금제 개편방안 ▲학원비 관리 강화 방안 등을 발표했다.
이번 TF를 통해 정부는 에너지 공급망뿐 아니라 디지털 기기, 교육비 등 소비자가 체감하는 핵심 물가 전반에 대한 관리 강화하기로 했다. 고유가·고물가에 따른 불안 심리가 서비스는 물론, 서비스·공산품 등 가격 상승이 산업 전방위로 확산하는 것을 끊어내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정부 관계자는 “특별관리 대상 43개 품목에 대해 매일 한 차례 동향을 점검하고 있다”며 “업계의 부담을 완화하는 한편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고,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한 조치를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동사태가 일시적 휴전에 돌입했지만 정부의 개입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합의로 군사적 긴장은 일부 완화됐지만 글로벌 에너지 수급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더라도 국제 유가 상승 압력이 쉽게 해소되기 어렵고, 휴전 기간 중 재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유가 하락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 관계자는 “추후 공산품 중에서도 나프타 파생상품 등의 수급 상황, 유통 과정을 지켜볼 예정”이라며 “가격이 오르는 품목이 있으면 개별적으로 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은 7일(현지시간) 이란과 2주간의 휴전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는 ‘조건부 2주 휴전’이다.
3차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예고…시장 경제 역효과 우려
정부는 중동전쟁 발발 직후 석유 최고가격제를 가장 먼저 꺼내들었다. 1차 석유 최고가격으로 휘발유 1742원·경유 1713원을, 2차 최고가격으로 휘발유 1934원·경유 1923원을 각각 지정했다.
2차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석유값은 12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8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오후 2시 기준 리터당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전날 대비 8.34원 상승한 1976.72원으로 집계됐다. 서울(2011.82원)과 제주(2024.35원)의 경우 2000원대를 넘어섰다.
정부는 오는 10일 0시부터 3차 석유 최고가격을 적용할 예정이다. 3차 최고가격 역시 기존과 동일한 산정 방식으로 국제 석유 제품 가격 인상률을 반영해 결정한다. 지난달 27일부터는 나프타 수출 제한, 매점매석 근절 등 나프타 수급 안정을 위한 정책도 실시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는 이 같은 정부의 급진적 개입에 우려를 표한다. 우석진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최고가격제, 나프타 수출 금지 등 비교적 강한 정책이 빠르게 실시됐다”며 “시장 경제에 부담을 주면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