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2000 쇼크] 검찰 칼끝 4대 정유사로…담합 혐의 성립 위한 조건은?
입력 2026.04.08 15:00
수정 2026.04.08 15:00
서울중앙지검, 지난달 4개 정유사 및 대한석유협회 압수수색
법조계 "공정거래법,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상품 가격 등 제한하는 행위 부당공동행위로 규정"
"시장 상황으로 원가 상승 합리적 설명 가능하거나…기업 간 접촉 흔적 없는 경우 성립 어려워"
"명시적 합의 없어도 정황증거 통해 인정되는 경우 많아…업체 간 접촉 여부 등이 중요한 판단 기준"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부산방향 만남의 광장 주유소에서 한 시민이 주유하고 있다. ⓒ뉴시스
중동 전쟁이 40일을 넘기면서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미국과 이란이 휴전을 합의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이미 우리 정치와 경제, 산업, 문화 전반은 고유가·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4고(高) 위기를 맞으며 충격에 휩싸였다. 중동 전쟁이 현재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과 종전 이후에 우리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조망해 본다. <편집자 주>
미국·이란 전쟁의 여파로 기름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정유사 간 담합이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정유사 4곳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담합은 단순히 가격이 비슷하다고 해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가격과 관련해 사업자 간 직·간접적 접촉 사실이 존재하고, 가격·조건이 동일한 시점에 동일하게 변화해야 하며 내부 자료에서 협의 정황이 확인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나희석 부장검사)는 지난달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S-OIL)·HD현대오일뱅크 등 4개 정유사와 이들을 회원사로 하는 대한석유협회를 사흘 연속 압수수색 했다.
당시 압수수색은 PC와 이메일, 내부 자료 등 광범위한 물증 확보를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정유사들이 담합을 통해 국내에 유통하는 기름과 석유제품 가격을 임의로 설정한 정황과 함께 직영 주유소와 자영 주유소 사이 납품 가격에 차이를 둔 혐의를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주유소 기름값이 폭등한 지난달 초를 전후로 정유 4사간 가격 관련 논의가 오갔는지도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각 정유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 주유소에 자영 주유소보다 싼 가격으로 기름을 공급해 유가 변동에 영향을 미쳤다고 의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이란이 전쟁 39일째인 이달 7일(현지시간) 2주 간의 휴전에 사실상 합의하면서 국제 유가도 최대 19% 하락하는 등 한숨을 돌리게 된 것과 별개로 검찰 수사는 속도감 있게 진행될 전망이다.
정부가 국제 정세에 따른 기름값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가격 상한을 정하는 석유 최고가격제가 30년 만에 시행된 지난달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만남의광장 휴게소 내 주유소에서 운전자들이 차량에 주유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법조계 전문가들은 담합 행위 성립 여부와 관련해 실무에서는 명시적 합의가 없어도 정황증거를 통해 담합이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최건 변호사(법무법인 건양)는 "공정거래법 제40조는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상품(또는 용역)의 가격·거래조건·거래량 등을 제한하는 행위를 부당공동행위로 규정하고 있다"며 "실제 담합 행위를 입증하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위 부분에 관해서 논의하거나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정황이 있는 경우 일반적으로 담합이 있었다고 본다. 이 경우 과징금, 영업정지 등 처분 외에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담합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가격 관련 사업자 간 직간접 접촉 사실이 존재하고 가격·조건이 동일한 시점에 동일하게 변화해야 하며 내부 자료에서 협의 정황이 확인될 필요가 있다"면서 "그러나 단순히 비슷한 가격만 존재하거나 시장 상황으로 원가 상승이 합리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상황이나 사인, 기업 간 접촉이나 정보교환 흔적 없는 경우에는 성립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결국 담합은 단순히 가격이 비슷하다고 해서 성립하는 것은 아니고, 사업자들 사이에 사전 합의나 정보교환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라며 "특히 실무에서는 명시적 합의가 없어도 정황증거를 통해 담합이 인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번 사안에서도 업체 간 접촉이나 내부 자료가 확보되는지가 향후 판단의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