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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광안대교 뒤흔든 2만 명의 진동, 벤츠와 함께 달린 나눔의 10km

부산 =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6.04.06 09:00
수정 2026.04.06 09:00

자동차 대신 사람의 두 발로 채운 제13회 벤츠 기브앤 레이스

​2만 명의 발걸음에 출렁인 광안대교와 서로를 향한 응원

역대 최대 10억2000만원 조성하며 누적 기부금 86억원 달성

지난 5일 부산 광안대교 위 전광판에 평소 시속 80km 대신 10km가 표시되고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지난 5일 오전 부산 광안대교 위 전광판에는 평소에 보기 어려운 숫자가 찍혔다. 평소 시속 80km 과속을 단속하던 전광판에는 사람의 달리기 속도인 5~10km가 표시됐다.

행사를 위해 자동차 통행이 전면 통제되면서 도로 위를 점령한 것이 자동차가 아닌 2만 명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사회공헌위원회가 개최한 '제13회 메르세데스-벤츠 기브앤 레이스(GIVE 'N RACE)'는 참가비 전액을 취약계층 아동과 청소년을 위해 기부하는 나눔 달리기 행사다. 올해에는 오는 7월 독일 본사 발령을 앞둔 마티아스 바이틀 대표이사 사장도 직접 코스를 완주하며 상생 행보를 함께하며 의미를 더했다.


자동차 전용도로인 광안대교를 사람에게 내어주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달리기'라는 이름에 걸맞은 장관을 연출한 이번 행사는 이동 수단을 만드는 글로벌 기업이 정작 자신들의 제품인 자동차를 치우고 사람의 두 발을 주로에 세웠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대조를 이뤘다.


자동차 대신 사람의 두 발로 채운 광안대교의 10km
지난 5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일대에서 열린 ‘제13회 메르세데스-벤츠 기브앤 레이스’ 출발 전, 2만명의 참가자들이 집결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이번 행사는 접수 시작 단 15분 만에 선착순 2만명이 마감되며 지역사회의 폭발적인 관심을 증명했다. 지난해 3시간 만에 마감됐던 것과 비교하면 기부 문화에 대한 대중의 참여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지 알 수 있었다.


워낙 많은 인파가 몰리다 보니 주로 위 풍경은 실제 자동차 교통 흐름을 방불케 했다. 1차선은 멈추지 않고 달리는 러너들이 차지했고 4차선으로 갈수록 걷는 이들이 자리를 잡으며 자연스러운 속도 층위가 형성됐다. 옆 차선으로 이동하고 싶은 참가자들은 차량이 차선 변경을 하듯 고개를 돌려 뒤에 오는 사람을 확인하고 움직여야 할 정도였다.


출발선인 벡스코 야외광장에 서자 끝이 보이지 않는 하얀색 티셔츠의 인파가 도로를 가득 메웠다. 초등학생 아이부터 머리가 희끗한 노인 그리고 유모차를 끄는 부모와 외국인까지 참가자들의 모습은 다양했다. 참가자들이 입은 하얀색 티셔츠 배번표에는 '오늘 나의 하루를 기부합니다' 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지난 5일 부산 광안대교 구간에서 ‘제13회 메르세데스-벤츠 기브앤 레이스’ 참가자들이 바다 위 광안대교를 따라 달리며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이번 코스는 벡스코 야외광장을 출발해 광안대교를 거쳐 광안리 해수욕장에 도착하는 경로로 구성됐다. 1km 지점부터 이번 마라톤의 백미인 광안대교 구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참가자들은 쾌청한 날씨 아래 펼쳐진 바다를 배경으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10km와 8km 코스는 같은 지점에서 출발하지만 중간에 갈라진다. 4km 지점을 지나며 두 코스가 나뉘었고 10km 코스는 반환점을 돌아 다시 8km 코스로 합류해 최종 목적지로 향한다.


레이스 중반에 접어들자 빠르게 앞질러 가는 이들을 보며 생기는 조급함이 생겼다. 그때 어디선가 들려온 "괜찮아, 또 만날 거야" 라는 목소리에 이내 위안으로 바뀌었다.


지난 5일 부산 광안대교 주로에서 열린 ‘제13회 메르세데스-벤츠 기브앤 레이스’에서 한 드럼 연주자가 공연을 펼치고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지칠 무렵 주로에서 만난 드럼 연주자는 땡볕 아래 땀에 흠뻑 젖은 채 혼신을 다해 연주를 이어갔다. 몇몇 러너들은 잠시 멈춰 감상하기도 했고 걸음이 느려졌던 참가자들은 경쾌한 박자에 맞춰 다시 속도를 냈다.


달리는 내내 웃는 얼굴로 "화이팅"이나 "할 수 있다"를 외쳐주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주로 곳곳을 채웠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힘든 상황이었지만 참가자들은 대부분 밝은 얼굴이었다.


이렇듯 마라톤은 어찌 보면 혼자 하는 싸움 같지만, 결국 서로를 북돋으며 끝까지 같이 하는 과정이란 것을 보여주는 듯했다. 기부가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보내는 일종의 응원이듯 마라톤 역시 일면식 없는 사람들이 서로를 격려하는 행위 자체가 이미 하나의 기부가 된 듯 했다. 이것이 사회를 작동시키는 진정한 힘임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지난 5일 부산 광안대교 구간에서 ‘제13회 메르세데스-벤츠 기브앤 레이스’ 참가자들이 바다 위 도로를 따라 달리며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특히 이날 인상 깊었던 것은 2만명의 발걸음이 동시에 지면을 구르자 거대한 광안대교가 출렁거릴 정도로 흔들린 부분이었다. 개인의 작은 발걸음은 거대한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지만 2만명의 합심한 발걸음이 다리를 뒤흔들듯 우리 사회의 소외된 곳을 돌보는 일 역시 개개인의 작은 힘이 모여 거대한 사회적 움직임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직접 체감케 했다.


코스 내내 벚꽃을 보며 기념 촬영을 하고 구경하던 주민들이 즐거운 얼굴로 응원하는 모습은 단순한 기업 행사를 넘어선 축제였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이번 행사를 통해 기본 참가비 5만원 외 자발적인 추가 기부금을 포함해 총 10억2000만원이라는 역대 최대 기부금을 조성했다. 2017년 서울에서 시작된 이래 10년 차를 맞이한 기브앤 레이스는 누적 참가자 16만5000명과 누적 기부금 86억원을 기록하며 국내를 대표하는 사회공헌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조성된 기부금 전액은 아동보호전문기관 및 스포츠 유망주 장학사업 지원 등에 사용돼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쓰인다. 이번 레이스가 남긴 진동은 행사 종료 후에도 우리 사회의 소외된 곳곳으로 뻗어 나가 실질적인 변화를 이끄는 씨앗이 돼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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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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