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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0원 초저가 소주 등장...‘마케팅 성공’ vs ‘시장 영향 제한’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6.04.03 07:00
수정 2026.04.03 07:00

초저가 전략 등장…990원 소주 ‘화제성’ 부각

동네 슈퍼 한정 공급…골목상권 유입 효과 기대

가정 vs 외식, 가격 구조 분리…시장 영향 제한적

주류시장 과점 구조 속 ‘인지도 제고’에 무게

동네 슈퍼마켓에 진열된 착한소주 990 모습.ⓒ선양소주

경기 침체 국면 속에서 병당 990원짜리 ‘초저가 소주’가 등장했지만, 업계에선 시장 판도를 바꾸기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가정용 판매에 한정된 데다 외식시장과 가격 구조가 분리돼 있는 만큼 실질적 영향보다는 브랜드 인지도 제고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충청권 주류기업 선양소주에 따르면 이달부터 ‘착한소주 990’을 990만병 한정 출시한다. 해당 제품은 대형마트와 편의점을 제외한 동네 슈퍼마켓 전용으로, 외식업소에서 판매되지 않는 사실상 가정 채널 중심 전략이다.


제품은 도수 16도, 360mL 용량으로 병당 소비자가격 역시 제품명에 부합하는 990원으로 책정했다.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참이슬·처음처럼 360mL 제품이 통상 1900원 안팎으로, 대형마트 가격도 1200~1300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 수준에 가까운 파격적인 가격이다.


선양소주가 이런 승부수를 던진 것은 최근 물가상승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고물가로 소비자 가격 민감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초저가 상품을 통해 체감 부담을 낮추고 소비 접점을 확대하려는 전략에 나선 것이다.


이 같은 마케팅은 다양한 장점을 갖는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우선 ‘990원’이라는 상징적 가격은 강한 화제성을 만들어 단기간에 소비자 관심을 끌 수 있다. 가격 대비 체감 혜택이 크기 때문에 신규 소비자 유입과 체험 구매를 유도하는 데 효과적이다.


동시에 동네슈퍼를 중심으로 한 유통 채널에 차별화 상품을 공급해 골목상권 유입을 유도하고, 브랜드 노출을 강화할 수 있다. 동네슈퍼 한정 판매라는 점에서 유통 채널 차별화를 통해 특정 상권에 트래픽을 집중시키는 역할도 기대된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물가 부담 완화와 상생 이미지를 동시에 강조할 수 있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연결된 메시지를 강화할 수 있다. 단순한 가격 할인 이벤트를 넘어 ‘서민 부담을 낮추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동네슈퍼 전용 상품은 유통 채널에 차별성을 부여해 점주 입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라며 “단순 할인보다 상권과 함께 가는 전략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소주 상품이 진열돼 있다.ⓒ뉴시스

다만 반짝 마케팅 효과를 넘어 시장 구조에 변화를 주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주류 소비가 여전히 채널별 구조에 크게 좌우되는 만큼 단일 상품 전략 만으로는 흐름을 바꾸기 어렵다는 게 관계자들의 절대적인 평가다.


소주 소비 구조는 과거와 달라졌다. 업계에서는 과거 외식 채널이 약 65%, 가정 채널이 35% 수준이었다면, 최근에는 외식 55%, 가정 45% 수준까지 격차가 좁혀진 것으로 보고 있다. 가정 소비 비중이 확대되긴 했지만, 여전히 외식 채널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선양소주의 ‘990원 소주’ 사례가 업계 전반의 저가 소주 출시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정 물량에 기반한 이벤트 성격이 강한 데다, 원가 부담을 감내해야 하는 구조상 다른 업체들이 동일한 가격 전략을 지속적으로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채널 간 가격 형성 구조도 완전히 다르다. 가정채널은 대형마트와 슈퍼 간 최저가 경쟁이 치열해 출고가에 따른 가격 차이가 크지 않지만, 외식채널은 업주마다 가격 전략이 달라 동일 제품이라도 가격 편차가 크다.


현재 외식업소에서 소주 가격이 4000~6000원대에 형성된 것도 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와 주류 마진 구조가 반영된 결과다. 출고가가 소폭만 변동해도 메뉴 가격에 즉각 반영하기 어려운 외식업 특성상 이를 주류 가격에 반영해 수익을 보전하는 관행이 자리 잡았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식당은 술에서 마진을 남길지, 안주에서 남길지에 따라 소주 가격이 달라진다”며 “제조사가 출고가를 낮춘다고 해도 외식채널에서는 소비자가 인하로 이어지기 어렵고, 유통이나 업소 마진으로 흡수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를 배경으로 선양소주가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도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내 소주시장은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가 약 80% 이상을 차지하는 과점 구조로, 지방 소주업체들의 점유율은 개별 기준 한 자릿수 초반에 머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선양소주의 연매출 규모를 고려하면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가정채널을 겨냥한 초저가 전략은 소비자 접점을 넓히는 데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브랜드 인지도 제고 정도의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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