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고 위기 속 등판한 신현송 한은 총재 후보자…'물가·환율' 난제 산적
입력 2026.03.31 16:09
수정 2026.03.31 16:22
17년 만에 뚫린 원·달러 환율 1530원
"고환율, 금융 불안으로 직결되지 않아”
신 후보자 호 통화정책 이목 집중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31일 서울 중구 한화금융플라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외환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극에 달한 결과다.
고환율·고유가·고물가라는 '3고' 위기 상황 속에서 한국은행 차기 총재로 오른 신현송 신임 총재 후보자의 입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3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4.4원 오른 1530.1원에 마감했다.
전날보다 4.2원 오른 1519.9원에 개장해 개장 직후 무서운 기세로 치솟은 환율은 장중 1530원선을 돌파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장중 최고 1561.0원) 이후 약 17년 만의 최고 기록이다.
이같은 환율 폭등은 중동 사태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영향이 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종전 합의를 압박하며 발전소와 유전 파괴를 위협했다.
전날 야간 거래에서 이미 1520원을 넘어섰던 환율은 날이 밝자마자 상승 폭을 키웠다.
국제 유가 역시 동반 폭등하고 있다.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각각 배럴당 110달러와 100달러를 재돌파했다.
전쟁 이전 60달러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불과 단기간에 두 배 가까이 뛴 셈이다.
미국의 지상군 투입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시장은 협상보다는 확전에 의한 공급망 붕괴에 주목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연평균 유가가 150달러를 넘어서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망치보다 2.9%포인트(p) 급등하고 경제성장률은 0.8%p 추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첫 출근길에 나선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시장의 우려에 대해 비교적 차분한 진단을 내놓았다.
신 후보자는 현재의 고환율 상황을 과거의 외환위기 공식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신 후보자는 "과거처럼 환율 상승을 금융 불안정으로 직결시켜 우려할 필요는 없다"며 "환율 레벨 자체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외환 스와프를 통해 국내 채권에 투자하며 달러를 공급하고 원화를 빌려 쓰는 구조가 정착됐기 때문에, 환율 수치는 높지만 달러 유동성 지표는 양호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단기적 리스크에 대해서는 경계감을 드러냈다.
신 후보자는 중동 사태에 따른 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이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협이라고 꼽았다.
시장에서 자신을 '실용적 매파'로 분류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분법적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시스템 차원에서 금융 제도와 실물 경제의 상호 작용을 파악해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신 후보자의 신중론과 함께 시장에서는 한은의 금리 향방에 대한 시각이 나뉘고 있다.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 현상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추가 인상에 대한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류도 심상치 않다.
당초 연내 두 차례 금리 인하를 기대했던 시장은 이제 동결 또는 추가 인상에 대한 가능성도 제기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 완화 없이는 금리 인하도 없다"며 고금리 장기화에 힘을 실었다.
차기 의장 지명자인 케빈 워시 역시 강력한 매파적 성향을 띠고 있어 미국의 긴축 기조는 당분간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전쟁이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 된다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수 있다고도 보고 있다.
신 후보자가 평소 고물가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강조해왔지만 전쟁이 빨리 수습국면에 접어든다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통제 가능한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다.
금융권 전문가는 "환율 방어와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자본 유출 압력까지 보면 신임 총재 체제 하에서 전격적인 금리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전문가는 "고환율이 유동성 위기로 번지지 않았다는 실용적 진단을 내놨다"며 "취임 후 통화정책이 어떤 형태로 구현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