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백에 갇힌 홍명보 감독…아집 대신 '플랜B' 선보여야
입력 2026.03.31 08:52
수정 2026.03.31 08:55
코트디부아르전서 쓰리백 시스템 사실상 실패
수비수 김민재 장점 극대화할 활용법 재고 필요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 연합뉴스
홍명보호가 벼랑 끝에 섰다. 지난 코트디부아르전에서 드러난 수비 라인의 붕괴는 일시적 부진으로 치부하기에 그 상처가 너무나 깊다. 그리고 유럽의 복병 오스트리아와 다시 마주해야 한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다음 달 1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오스트리아 빈에 위치한 에른스트-하펠 슈타디온에서 오스트리아와 친선전을 벌인다. 두 팀간 A매치는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홍명보호는 지난 28일 코트디부아르에 0-4 대패했다. 당시 대표팀의 수비진은 그야말로 모래성처럼 허물어졌다. 쓰리백 시스템은 수비 시 5명의 수비수로 전환돼 수비 숫자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실점 장면을 살펴보면 측면이 허물어지는 비슷한 패턴이 반복, 전술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빌드업도 원활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패스가 좀처럼 전방으로 향하지 못했다. 빌드업의 기점이 되어야 할 수비진과 미드필더들은 압박에 막혀 공을 뒤로 돌리기에 급급했다. 후방에서 공이 돌기만 하니 최전방 공격수들은 고립될 수밖에 없었다. 전반전 황희찬의 개인 기량에 의존한 돌파 외에는 상대 수비 지역에서 날카로운 장면을 거의 만들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해 동아시안컵부터 쓰리백을 본격적으로 실험해 왔다. 하반기 6차례 평가전 중 5경기에서 쓰리백을 가동했고, 미국이나 멕시코, 파라과이, 가나를 상대로는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본선 무대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완성도가 높아져야 할 전술이 오히려 뒷걸음질 친다는 인상을 강하게 주고 있다. 만약 쓰리백을 '플랜 A'로 밀어붙이겠다면, 지금과는 다른 디테일이 필요하다.
우선 수비수 김민재의 활용법에 대한 재고가 시급하다. 현재 김민재는 쓰리백의 중앙에서 라인을 지휘하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오히려 그를 측면 스토퍼로 이동시켜 특유의 압도적인 1대1 수비 능력과 전진성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경우 중앙 자리에는 이한범처럼 전진 패스 능력이 좋고 수비 라인 리딩이 뛰어난 선수를 배치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김민재 활용법을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 연합뉴스
현재 홍명보호에는 월드컵에 대한 기대감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큰 게 사실이다.
오랫동안 축구 해설을 맡았던 신문선 교수는 지난 코트디부아르전이 끝난 뒤 홍명보호를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월드컵은 감독 개인의 실험장이 아니다"라며 현재 대표팀의 운영 방식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신 교수는 전반에 드러난 전술적 허점을 확인하고도 후반에 아무런 변화를 주지 못한 채 그대로 경기를 이어간 점을 두고 "전술적 유연성이 완전히 결여됐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감독의 책임론을 강조했다. 신 교수는 "감독의 연봉은 축구계 전체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며, 그에 걸맞은 성과와 평가가 뒤따라야 한다"며 현재의 경기력으로는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일갈했다. 대회가 코앞인데 방향성이 명확하지 않고, 실망과 분노만 쌓이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코트디부아르전처럼 쓰리백 시스템이 통하지 않을 시 즉각적으로 변화를 꾀해야 할 '플랜 B'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번 오스트리아전은 ‘대안’을 가동해 볼 마지막 기회다. 과연 홍 감독이 ‘쓰리백 아집’을 내려놓고 전술의 유연성을 선보일지 지켜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