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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소드연기’, 이동휘가 자신에게 던진 가장 솔직한 질문 [D:인터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03.29 10:07
수정 2026.03.29 10:08

"코미디, 괴로움보다 행복하다"

밝은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가 더 어둡게 느껴지는 물리 법칙처럼, 대중에게 보여주는 웃음의 강도가 셀수록 그 이면에 숨겨진 인간적인 고뇌는 더 깊고 대조적으로 다가온다. 배우 이동휘가 가진 ‘유쾌한 이미지’가 강했기에, 그가 영화 ‘메소드연기’를 통해 꺼내놓은 배우로서의 갈등은 더욱 묵직하게 읽힌다.


영화 ‘메소드연기’는 코미디 배우로만 소비되는 현실을 벗어나고자 하는 인물의 고뇌와 도전을 담았다. 과거 알계인이라는 캐릭터로 큰 사랑을 받았으나 동시에 그 이미지에 갇혀버린 배우 이동휘의 실제 이야기를 서사의 중심에 놓았다. 특히 이동휘가 극 중에서도 자신의 본명인 배우 이동휘 역을 맡아,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오가는 독특한 구조를 취한 점이 인상적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이기혁 감독과 함께했던 단편 작업을 장편으로 확장하며 깊이를 더했다. 이동휘는 주연 배우를 넘어 제작 전반에 직접 참여하며, 자신이 걸어온 길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진중한 답을 영화 곳곳에 심어두었다.



이동휘는 이번 작품에서 겪는 갈등을 단순히 특정 배우의 직업적 고민으로 한정 짓지 않았다. 누구나 각자의 자리에서 마주하는 꿈과 현실의 간극, 그 보편적인 감정으로 시선을 넓혔다.


“저는 이게 저만의 고민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모든 사람들이 꿈과 현실 사이에서 살아가잖아요. 원하는 걸 다 이루는 사람은 많지 않고요. 늘 그런 경계에서 스스로와 싸우면서 살아간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40대에 접어들면서, 주어진 기회 자체에 감사함을 느끼는 시기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몰랐던 감정인데, 지금은 어딘가에서 제가 쓸모 있고 필요하다는 게 굉장히 고맙게 느껴져요. 어떻게 보이느냐보다, 그 기회를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더 노력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감사함을 바탕으로 한 이러한 낙관은 안주가 아닌, 오히려 영역 확장을 위한 동력이 됐다. 대중적인 코미디 안에서 보람을 찾는 동시에, 그는 배우로서의 고착화를 막기 위해 활동의 문턱을 낮췄다.


“코미디 장르에 대해서는 괴로움보다는 감사함이 더 커요. 극장에서 관객분들이 제 연기를 보고 웃는 걸 보면 저는 정말 행복하거든요. 그 웃음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한 일이에요. 그런데 배우로서 13년 정도 하다 보니까, 비슷한 캐릭터에 대한 고민은 분명히 생겨요. 이걸 그대로 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독립영화나 연극 무대에서 계속 새로운 걸 시도하려고 해요. 저는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하는 순간 내려가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계속 담금질을 하려고 하고요. 운동선수나 피아니스트처럼 매일 반복하고 연습하는 걸 보면서 저도 게을러지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이러한 개인적인 단련은 현장에서 정교한 계산으로 이어진다. 특히 자전적 요소가 짙은 이번 작품에서 그는 극적 재미를 위해 현실과 허구의 농도를 세밀하게 조정했다.


“현장에서의 이야기는 일부러 현실과 허구의 균형을 맞추려고 했어요. 가족 이야기는 최대한 리얼하게, 촬영 현장은 좀 더 과장된 방향으로요. 실제로 그렇게 극단적인 캐릭터는 본 적이 없어서 영화적인 설정에 가깝다고 생각했어요.”


후반부 이동휘의 감정이 집약된 롱테이크 신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웃음과 울음이 뒤섞인 채 연기와 실제 감정의 경계를 허무는 이 장면은 순간적인 몰입보다 자신의 경험에서 가져와 계산된 설계의 결과다.


“마지막 연기 부분은 단계별로 나눠서 접근했어요. 처음에는 어설픈 배우의 모습, 이후에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변화하는 과정, 그리고 마지막 감정 폭발까지요. 그 장면은 실제 경험에서 많이 가져왔어요. 장례식장에 있다가 촬영 일정 때문에 밝은 얼굴로 행사에 가야 했던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 느낀 감정이 강하게 남아 있었어요. 누구나 슬픔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티 내지 못하고 살아간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 장면을 특별한 판타지로 보기보다는,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현실이라고 느꼈어요. 그리고 결국 그 감정이 기록되지 않고 흩어지는 것도 현실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작품 속에서 대립각을 세우는 후배 배우 강찬희와의 호흡도 빼놓을 수 없다. 강찬희는 연말 시상식 3관왕을 거머쥔 톱스타 정태민 역을 맡아, 신인 시절 자신을 호되게 몰아세웠던 선배 이동휘에게 앙심을 품고 교묘한 복수를 꾀하는 인물을 연기했다. 이동휘는 극 중 서늘한 긴장감을 유발했던 강찬희의 실제 모습과 그가 현장에서 보여준 집요한 몰입도에 대해 높은 찬사를 보냈다.


“강찬희 씨도 정말 인상 깊었어요. 굉장히 선하고 맑은 친구인데, 극 중 캐릭터는 완전히 다른 인물이잖아요. 옆에서 보면서도 쉽지 않았을 텐데 끝까지 몰입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저희도 일부러 더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려고 했고요. 그런 과정 속에서 찬희 씨가 보여준 집중력과 노력은 정말 대단했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이 작품에서 가장 강한 메소드 연기를 보여준 배우는 찬희 씨라고 느꼈어요.”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흐리는 전략은 소품 활용에서도 드러난다. 이동휘는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청재킷이나 영화 관련 문구가 새겨진 모자 등 평소 본인이 즐겨 사용하는 소지품들을 실제 촬영에 썼다. 극 중 소소한 흥미를 유발했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모자를 예로 들며, 사소한 소품 하나에도 캐릭터의 리얼리티를 담으려 했던 의도를 설명했다.


“디카프리오를 떠올리게 한 건 ‘가장 행복한 배우가 누구일까’라는 질문에서였어요. 최고의 감독, 최고의 환경에서 원하는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극 중 인물이 부러워하는 존재로 설정했어요.”


영화 ‘메소드연기’는 배우 이동휘와 이기혁 감독, 제작사 런업컴퍼니의 김동현 대표 등 오랜 친분을 쌓아온 이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결과물이다. 사적인 유대감이 자칫 공적인 작업의 객관성을 흐릴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이들은 오히려 더 엄격한 선을 지키며 현장을 운영했다.


“이 작품은 친구들과 함께 만든 작품인데, 과정이 정말 쉽지 않았어요. 친구들이랑 일하다 보니까 더 조심해야 했고, 서로 존댓말까지 쓰면서 예의를 지키려고 했어요. 문제가 생기면 따로 연락해서 조율하고요. 그만큼 관계를 지키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감독은 배우 출신이라 강점이 확실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배우의 감정 상태나 타이밍을 너무 잘 알고 있고, 모니터를 보면 같이 연기하는 것처럼 몰입해 있어요. 친구로서는 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저를 영화 안에 담아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성취에 안주하기보다 과정의 성실함을 택한 이동휘의 시선은 이제 내일로 향한다. 특정 이미지에 머물기보다 배우라는 이름 아래 마주할 새로운 변신과 도전을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를 마친 모양새다.


“저는 계속 저를 몰아붙이려고 해요. 어떤 결과를 이루겠다는 것보다, 매일 성실하게 살아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코미디를 포기할 생각은 없어요. 좋아하는 장르고, 더 잘하고 싶어요. 동시에 새로운 기회가 오면 계속 도전하려고 해요. 제가 목표로 하는 건 ‘이견 없는 배우’예요.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배우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지점에 한 번 가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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