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남자도 아녀"…국내로 돌아온 '마약왕' 박왕열 [뉴스속인물]
입력 2026.03.27 12:28
수정 2026.03.27 12:29
박왕열, 2023년 한 방송사와 옥중 인터뷰 진행
"한국 못 간다…마약 판 증거 없다"…보도 이후 취재진 협박도
지난 25일 국내 송환…현장에 인터뷰 진행한 기자도 취재 나서
경기북부경찰청, 박왕열 구속영장 신청...27일 구속 여부 결정
'마약왕'으로 불리던 박왕열이 지난 2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25일 법망을 비웃던 '마약왕' 박왕열(47)이 결국 수갑을 찬 채 한국 땅을 밟았다.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낸 박왕열은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돌연 취재진 중 한 사람을 향해 삿대질하며 "넌 남자도 아녀"라고 쏘아붙였다. 박왕열은 왜 기자를 향해 공격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인지 대중의 궁금증이 집중됐다.
시간은 202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JTBC 취재진은 필리핀 뉴빌리버드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박왕열을 직접 찾아가 옥중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2016년 필리핀 바콜로시의 한 사탕수수밭에서 한국인 3명을 총으로 쏴 살해한, 이른바 '필리핀 사탕수수밭 살인사건'의 주범인 박왕열은 당시 교도소 내에서도 'VIP' 대접을 받으며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었다.
박왕열은 범행 이후 이들로부터 받았던 카지노 투자금 7억2000만원(3000만 필리핀 페소)을 빼돌리기도 했다. 박왕열은 피해자와 카지노 투자 사업 문제로 갈등이 생기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박왕열은 현지에서 살인죄로 수감된 이후 두 차례 탈옥을 벌였다. 결국 필리핀 법원은 지난 2022년 4월 박왕열에게 단기 징역 52년, 장기 징역 60년을 선고했다.
박왕열은 현지 교도소에서 마약유통 업자로 탈바꿈해 호화로운 생활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왕열은 텔레그램에서 '전세계'라는 활동명으로 국내 마약 유통 조직에 물량을 공급하고 판매를 지시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했다.
박왕열은 JTBC 취재진에게 마약 유통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박왕열은 당시 "(내가 입을 열면 한국) 검사부터 옷 벗는 놈들도 많을 것"이라며 "한국 전화 한 통이면 내일모레 마약이 어디로 들어가고 어디로 나가는지 나는 다 안다. 사업을 해봤으니 유통 구조를 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왕열은 인터뷰에서 수사기관을 조롱하는 듯한 발언을 서슴지 않게 했다. 박왕열은 "(한국에) 못 간다. 왜냐면 증거가 없다. 내가 마약 판 증거가 있느냐.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판매한 마약이) 내 것이라는 증거가 없다"라며 "말하면 한 번 뒤집어진다. 검사부터 옷 벗는 놈들도 많을 것"이라고도 했다.
JTBC는 2023년 11월 자사 메인뉴스를 통해 박왕열과의 '옥중 인터뷰'를 공개했다.
공개 직후 박왕열은 지인을 통해 이를 보도한 취재진과 통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연락이 닿지 않자 다른 취재원에게 전화를 걸어 "담당 PD를 죽이겠다"라고 협박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 직후 박왕열을 국내로 송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정부 차원의 노력도 계속됐다. 그러나 필리핀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마약사범은 형기를 모두 마친 뒤에야 국내 강제송환 절차를 밟을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송환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필리핀 국빈 방문 중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직접 범죄인 임시 인도를 요청했고 결국 박왕열은 한국으로 송환하는 데 성공했다. '임시 인도'는 범죄자를 국내로 데려와 수사와 재판을 먼저 진행하고 결과가 나오면 복역 중이던 국가로 돌려보내는 제도다.
박왕열은 지난 25일 새벽 6시35분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현장에는 당시 필리핀에서 박왕열과 옥중 인터뷰를 진행한 최광일 JTBC 기자도 자리해 박왕열의 송환 장면을 취재하고 있었다.
박왕열은 오전 7시16분쯤 공항 입국장을 빠져 나오며 잇단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그러던 중 최 기자는 박왕열을 향해 "오랜만이다"라며 말을 건넸다.
최 기자는 박왕열에게 한 차례 더 "한국에 들어올 줄 몰랐어요"라고 물었고 그러자 박왕열은 손가락질을 하며 "넌 남자도 아녀"라고 비난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박왕열 관련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기북부경찰청은 지난 26일 박왕열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이 이를 청구해 이르면 27일 오후 박왕열의 구속 여부가 결정된다.
박왕열은 필리핀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해 현지 교도소에 복역하면서도 국내에 다량의 마약을 유통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파악한 박 씨의 공범은 판매책 29명, 공급책 10명, 밀반입책 2명, 자금관리책 1명 등이다. 단순 매수자 194명을 포함한 전체 검거 인원은 236명이며, 이 가운데 42명은 구속 상태다.
이들은 소화전이나 우편함 등에 마약을 숨겨둔 뒤 구매자에게 위치 정보를 보내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유통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까지 파악된 유통 마약 규모는 필로폰 약 4.9㎏, 엑스터시 4500여정, 케타민 2㎏, LSD 19정, 대마 3.99g 등으로, 시가는 약 30억원 상당으로 추산됐다.
'마약왕' 박왕열이 27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