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 넘어 ‘사는 법’까지…삼성, 세탁건조기 ‘구매 전략’ 확장
입력 2026.03.26 11:51
수정 2026.03.26 11:51
구독·혼수 패키지 앞세워 초기 부담 낮춰…신혼 수요 공략
건조 20kg 국내 최대 용량, 세탁·건조 쾌속 코스 69분 완료
2026년 비스포크 ai 콤보.ⓒ임채현 기자
삼성전자가 일체형 세탁건조기 신제품을 앞세워 침체된 가전 시장에서 돌파구 찾기에 나섰다. TV·가전 등 전통 세트 사업의 성장세가 둔화된 상황에서, '세탁건조기'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통해 수요를 만들어내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26일 2026년형 '비스포크 AI 콤보'를 출시하고 세탁부터 건조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한 AI 가전 경쟁력을 강조했다. 신제품은 세탁 용량 25kg, 건조 20kg으로 일체형 제품 중 국내 최대 수준을 구현했다. 건조 용량의 경우 첫 출시였던 2024년 15kg 수준에서 대폭 늘어났다.
세탁부터 건조까지 69분 만에 완료하는 쾌속 코스 역시 신제품의 가장 큰 경쟁력 중 하나다. 이는 2024년 첫 출시 모델(99분) 대비 30분 단축된 수준인데, 삼성전자는 '부스터 열교환기'를 추가해 열 분산 효율을 높였고, 탈수 단계부터 내부 온도를 끌어올리는 '프리히트(Pre-heat)' 방식을 적용해 건조 시간을 단축했다.
2026년 비스포크 AI 콤보. LCD 디스플레이를 통해 빨래 종류에 따라 유연제 투입 설정을 하는 모습 ⓒ임채현 기자
삼성전자는 단순 성능 개선을 넘어 AI 기능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세탁물의 종류와 오염도를 분석해 최적 코스를 자동 설정하는 'AI 맞춤+', 진동과 소음을 제어하는 'AI 진동소음 저감 시스템' 등을 적용했으며, 대형 언어모델(LLM) 기반 '빅스비'를 통해 음성으로 제품 제어와 정보 확인도 가능하다.
이번 신제품 출시는 단순한 라인업 확대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삼성전자는 2024년 2월 첫 일체형 세탁건조기를 출시한 이후 빠르게 시장을 키워왔다. 2025년에는 2세대 모델을 선보이며 제품 완성도를 높였고, 지난해 글로벌 매출은 전년 대비 50% 증가, 국내 시장에서도 36%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내 존재감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2025년 기준 국내 세탁기 시장에서 일체형 제품 비중은 약 25% 수준까지 확대됐다. 초기에는 틈새 제품으로 평가받았지만, 점차 주류 시장으로 편입되는 모습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수요 구조다. 세탁건조기는 기존 제품을 교체하는 수요가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가전을 도입하는 '전환 수요'에 가깝다. 실제로 혼수 시장에서는 냉장고 중심이던 구매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신혼부부의 세탁건조기 구매 비중은 2024년 35%에서 2025년 46%로 늘었고, 올해는 6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한국총괄 CE 팀장 김용훈 상무가 26일 삼성강남에서 열린 2026년 '비스포크 AI 콤보' 세탁건조기 출시 행사에서 신혼부부 대상으로 진행되는 프로모션 행사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삼성전자
이 같은 변화는 가전 시장 구조 변화와 맞물려 있다. TV·냉장고 등 기존 가전은 이미 보급이 완료된 성숙 시장에 들어섰지만, 세탁건조기는 공간·시간·에너지 효율을 동시에 개선하는 제품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신흥 카테고리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최근 커지고 있는 신혼 혼수 시장을 적극 겨냥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혼인건수는 24만 건으로 전년 대비 8.1% 증가했다. 이에 맞춰 이날 행사에서는 제품 성능 못지않게 혼수 마련을 고려한 '구매 방식'에 대한 설명이 비중 있게 다뤄졌다. 구독 서비스, 혼수 패키지 등 초기 구매 부담을 낮추는 방안이 전면에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 측은 혼수 전용 플랫폼과 전문 상담 서비스, 구독형 서비스 등을 통해 초기 구매 부담을 낮추고, 설치·이사·관리까지 아우르는 '원스톱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카드사·금융사와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결제 혜택도 제공한다.
이는 고가 제품에 대한 가격 저항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단순한 성능 경쟁만으로는 시장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세탁건조기를 중심으로 가전 시장의 경쟁 구도가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전국 삼성스토어 160개 지점에서 신혼가전 전문 컨설턴트를 통한 체계적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며, 혼수 패키지 쇼룸이 마련된 '웨딩 전문 스토어'도 운영할 예정이다. '혼수클럽' 멤버십 가입 고객에게 구매 금액대에 따라 최대 80만 삼성전자 멤버십 포인트를 제공한다.
색상은 다크스틸, 실버스틸, 그레이지, 화이트, 블랙캐비어 등 5가지로 출시된다. 가격은 사양에 따라 319만 9000원에서 429만 9000원이다. 김용훈 한국총괄 CE팀장은 "신혼부부의 가사 부담을 줄이고, 가전 구매부터 관리까지 모든 과정을 편리하게 할 것"이라며 "다양한 부담을 함께 나누고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