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류계좌로 잘못 송금된 1억원…법원은 "못 돌려줘" 판단
입력 2026.03.25 17:31
수정 2026.03.25 17:31
착오송금 당사자가 압류 배당 순위에선 가장 뒤로 밀려
압류계좌주가 변제 능력 없다면 구상권청구도 무용지물
법조계 "선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한 법률적 보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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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로 잘못 송금한 돈이 하필 압류계좌로 들어가는 바람에 돈을 돌려받지 못하게됐다면 과연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25일 데일리안에 접수된 제보에 따르면 결제대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소상공인 A씨는 지난해 2월 한 거래처에 대금을 송금했다. A시는 결제대행사를 운영하는 특성상 한 달에도 수백건의 이체를 실행한다.
그런데 A씨가 계좌번호를 잘못 입력하는 바람에 엉뚱한 계좌로 1억원이라는 돈이 송금됐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은행에 착오송금 사실을 신고하고, 송금받은 계좌 주인으로부터 양해를 구한 뒤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송금받은 계좌가 계좌 소유주의 임금체불, 체납으로 인해 국세청 및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압류가 설정된 상태라는 것이다.
A씨의 법률 대리인인 손광희 변호사(법무법인 가우)는 이 상황에 대해 "상대 계좌주로부터 착오송금된 것이라는 확인서도 받았고 부당이득 반환 청구도 했다"면서도 "은행은 압류된 계좌이기 때문에 착오송금된 돈을 공탁처리했고 그로 인해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변호사는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압류계좌에 있는 금액에 대해 배당절차가 진행 중인데 법원에서는 법리적으로 A씨가 이 돈을 돌려받기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압류계좌의 채권자 우선순위에서 임금채권자, 세무서, 기타공과금, 일반채권자로 순서가 설정됐는데 A씨는 착오송금 당사자임에도 일반채권자로 분류돼 가장 후순위로 밀려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또 "구상권 행사를 통해 상대계좌주로부터 돈을 돌려받는 방법도 검토해봤지만 상대계좌주가 사실상 파산상태라 변제 능력이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손 변호사는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입법 불비(立法不備)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A씨가 착오송금을 했다 하더라도 명백히 그 돈이 A씨의 소유인 것이 확인됐다면 압류계좌라 하더라도 압류의 효력이 배제되는 법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손 변호사는 "이러한 상황에 대비한 입법보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압류계좌로 착오송금된 돈이 압류대상자의 빚을 대신 갚아주는 불합리한 사례가 계속 발생하게 될 것"이라며 "A씨 사례와 같은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에서 법의 사각지대를 메꿔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