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통제vs과제] 안전 규제 부담에 R&D 시간 통제까지…중처법 확대·주 52시간 고수
입력 2026.03.26 07:30
수정 2026.03.26 07:30
안전·노동 규제 강화
중처법 적용 범위 확대
반도체 주 52시간 예외 불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에서 분주하게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4년이 지났지만 모호한 기준과 가중되는 기업 부담 속에 실효성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의 주 52시간 예외도 불발되며 안전·노동 규제 이중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처벌 기준의 모호성 논란 속에서도 적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고, 반도체 산업은 글로벌 경쟁의 골든타임을 눈앞에 두고도 근로시간 규제의 벽을 넘지 못했다.
유죄 89%인데 실형은 15%…중처법 실효성 논란
서울 시내 한 공사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메인비즈협회(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가 지난해 말 발표한 ‘중대재해처벌법 인식 및 대응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61.2%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경영상 부담이 커졌다고 응답했다. 기업의 74.6%는 안전 관리비를 납품단가에 반영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법적 의무 미이행 시 가장 큰 부담으로는 대표이사 형사처벌(64.0%)을 꼽았다.
처벌 기준의 모호성도 도마에 올랐다. 최근 법원은 ‘경영책임자’ 범위를 놓고 해석 논란이 불거졌다. 법원은 단순히 계열사로부터 보고를 받거나 일정한 지시를 했다는 사정만으로는 경영책임자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실질적으로 해당 사업을 총괄·관리했는지 여부와 안전·보건 관련 의사결정 권한의 존재를 핵심 판단 기준으로 제시했다. 판례가 축적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처벌 수위도 논란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지난해 3월 17일까지 선고된 법원 판결 37건 중 유죄 선고는 33건으로 89.2%에 달한다. 그러나 유죄 선고 중 실형은 5건(15.2%)에 불과하고 집행유예가 26건(78.8%)으로 대부분을 차지해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규제는 더 강화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은 2022년 1월 시행 이후 적용 대상을 순차적으로 넓혀 2024년 1월부터는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확대 적용됐다. 올해는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적용 유예가 완전히 종료된 만큼 법적 의무 준수 여부에 대한 감독과 점검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위험성평가도 더 이상 권고사항이 아닌 모든 사업장이 반드시 이행해야 할 기본 의무로 자리잡았다.
빠르게 흐르는 반도체 패권 골든타임
ⓒ클립아트코리아
안전 규제 부담이 강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도 발목이 잡혔다.
반도체특별법은 지난 1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06인 중 찬성 199인으로 통과됐다. 그러나 핵심 쟁점이었던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 조항은 노동계 반발로 이번 법안에서 삭제됐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연구개발 직무 특성상 시간보다 자율성과 성과가 중요한 만큼 근로시간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무조건적인 완화보다는 합리적인 보상 체계와 연구자 보호 장치가 병행돼야 한다는 조건을 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여야는 주 52시간 예외 조항에 대해 소관 상임위에서 추후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그러나 노동계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실제 입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AI는 선두 업체가 시장을 싹쓸이하는 주도권 싸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앞서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며 “미국은 고소득 전문직은 노동시간 규제를 받지 않는데 우리만 주 52시간 규제에 갇혀 있으면 R&D 분야에서 앞서기가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