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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땜질식’ 개헌, 서두를 일인가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3.24 07:31
수정 2026.03.24 07:31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19일 국회의장실에서 원내 6개 정당 원내대표와 회동하기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불참했다. 왼쪽부터 기본소득당 용혜인 원내대표, 진보당 윤종오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우원식 국회의장, 조국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 사회민주당 한창민 원내대표 ⓒ연합뉴스

지난 19일 우원식 국회의장과 국민의힘을 제외한 6개 원내 정당 원내대표들이 모여 6.3 지방선거에서 개헌을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우 의장이 “할 수 있는 만큼, 합의되는 만큼”만 단계적으로 부분 개헌을 하자고 공식 제안한 지 9일 만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5.18 민주화운동과 부마민주항쟁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지역균형 발전 원칙, 대통령 비상계엄에 대한 통제 강화 등을 개헌안에 넣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다음달 7일까지 개헌안을 공동발의한 후 국민의힘이 동참하도록 압박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헌법은 1987년에 개정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지난 39년 동안 우리나라의 정치·경제·사회 모든 분야는 획기적으로 변화됐다. 그리고 그런 변화에 맞게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필자 또한 원칙적으로 이에 공감한다. 하지만 지금 국회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단계적 개헌’은 적절한 방법이 아닌 듯하다.


먼저, 내용면에서 그렇다. 헌법 전문에 민주화운동 정신을 수록하자는 데는 동의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고도 선행돼야 할 것은 정치권이 민주주의 원칙을 존중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주지하다 시피 지금 우리나라 국회는 여당인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의석을 무기로 사법권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법왜곡죄’를 만들고, 대법원장을 탄핵하겠다고 겁박하고 있다. 민주화운동 정신을 말하기 전에 민주주의의 기초인 삼권분립의 근간을 흔드는 이런 행위부터 멈춰야 한다.


지역균형 발전 문제는 헌법 여부와 관계없이 정치권에서 의지를 갖고 시행하면 되는 것이다. 공공기관의 지방 분산 이전과 지역의사제 도입 등이 그 좋은 사례다. 이처럼 지방을 발전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을 연구‧개발해서 추진하면 된다.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헌법적 근거가 아니라 정치권의 적극적인 의지다.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대한 국회통제권 강화도 필요하기는 하나 당장 개헌해야 될 사안은 아닌 듯하다. 무모한 비상계엄으로 대통령이 탄핵되고 그 바탕에서 출범한 현 정부, 그것도 여당이 절대다수의석을 가진 상황에서 비상계엄을 발령할 가능성은 제로다. 또한 앞으로 어떤 정부라도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무도한 일이다.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개헌 국민투표를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한다는 것도 적절치 않다. 다수 국민들의 생각도 그렇다. 최근 국회가 실시한 ‘헌법개정 관련 대국민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도 함께 실시하자는 의견(39.6%)보다 다음 총선이나 대선에서 실시하자는 의견이 우세하다.(54.2% : 총선 37.2%, 대선 17.0%)


선거관리적 측면에서도 상당한 무리가 따를 게 분명하다. 이번 지방선거에 국민투표가 추가된다면 8개 선거, 국회의원보궐선거 지역에서는 9개 선거를 관리해야 된다. 투표용지만 해도 약 3억5000만 장이다.


아무리 철저하게 준비하고 관리한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완벽할 수는 없다. 기계적 오류나 일부 관리상의 하자를 부정선거 증거라며 국민들을 호도하는 상황에서, 업무의 과부하로 인해 막상 지방선거관리에 허점이 생긴다면 부정선거 논란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이다.


또한 ‘단계적 개헌’이라면 이번에 개헌하더라도 합의 되는 사안이 있으면 그때 또 개헌을 하겠다는 건데, 국가의 최고법을 자주 개정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로 인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예산이 낭비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개헌은 국가의 기본 틀을 바꾸는 것이므로 신중해야 한다.


우 의장은 “전면적 개헌 시도가 번번이 실패”했으니 여야 이견 없는 사안부터 단계적으로 개헌하자는 입장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급하지도 않은 사안을 넣기 위해 무리하게 개헌할 필요도 없지 않은가.


이처럼 “전면적 개헌 시도가 번번이 실패”한 이유는 정치인들이 국가나 국민보다 정파적 이익을 앞세웠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권이 나설 게 아니라,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학계나 변협, 시민단체 등이 중심이 돼서 개헌안에 대한 중지(衆智)를 모아야 한다.


거기에는 ‘국민의 대표’라는 탈을 쓰고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 돼버린 국회를 통제할 수 있는 장치, 예컨대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 등도 당연히 포함돼야 한다. 그리고 그 안을 바탕으로 개헌을 추진한다면 보다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좀 늦더라도 그게 바른 길이다.

글/ 이기선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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