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곡점을 기회로"…LG에너지솔루션, ESS·신사업 비중 40% 이상 확대[주총]
입력 2026.03.20 12:45
수정 2026.03.20 12:45
전기차 캐즘 뚫을 돌파구로 ESS 지목…사업 비중 40% 중반까지 대폭 확대
유휴 라인 활용·북미 현지 생산 가속…"현금흐름 확보 후 주주가치 제고"
김동명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 20일 서울 여의도LG트윈타워에서 열린 제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 수요 정체기인 캐즘을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는 대대적인 사업 축 이동을 선포했다.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급격히 팽창하는 전력망 시장을 선점해 전기차 의존도를 낮추고 현재 20% 수준인 에너지저장장치 및 신사업 비중을 향후 40% 중반까지 대폭 확대해 균형 잡힌 사업 구조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제6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배터리 산업은 지금 수요 구조가 재편되는 변곡점에 있다"며 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대응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대대적으로 고도화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그는 현재 시장을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국면"으로 규정했다. 전기차(EV) 시장은 보조금 축소와 규제 완화 영향으로 성장세가 둔화되는 반면 AI 데이터센터 확산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전력 수요가 급증하며 ESS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사장은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30년 기준 2024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며 "기존 발전원만으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진단했다. 이어 "ESS는 빠른 구축과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며 단순 저장을 넘어 전력 인프라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ESS 시장은 모든 기업에 열려 있는 시장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현지 생산과 공급망 요건이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면서 준비된 업체 중심으로 시장 재편이 이뤄지고 있다"며 "북미와 유럽 모두 현지 생산 중심 구조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 같은 변화에 맞춰 ESS 중심 포트폴리오 전환을 가속한다. ESS와 신사업 비중을 현재 약 20%에서 향후 40% 중반까지 확대하고 유휴 생산라인을 활용해 ESS 생산 능력을 빠르게 확보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년간 약 140기가와트시(GWh)의 ESS 수주 잔고를 확보했다. 올해 신규 수주 목표를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해 기록 90GWh를 상회하는 것으로 잡았다. 특히 북미 지역에서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중심의 전략을 실행하고 유휴 라인을 활용한 현지 생산 기반을 누구보다 먼저 구축해 급성장하는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시장에 대해서는 단기 둔화 속에서도 중장기 성장 방향성은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김 사장은 "EV 시장은 정책 중심에서 제품 경쟁력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차세대 모델이 출시되는 시점이 수요 회복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품 전략도 이에 맞춰 다변화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에너지 밀도와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전고체 전지 상용화와 제조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건식 전극 공정의 양산 적용을 2029년 목표로 진행 중이다. 또한 46시리즈 원통형 배터리와 고전압 미드니켈 파우치 제품 등 고객 니즈에 맞춘 다양한 폼팩터 도입을 통해 가격과 성능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기존 배터리 제조를 넘어 사업 영역도 대폭 확장한다. 김 사장은 "신사업으로서 휴머노이드, UAM 그리고 선박 등 신시장 애플리케이션 영역에서 고객 접점을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하드웨어를 넘어서 소프트웨어 그리고 서비스 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해서 미래 성장 기회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재무 전략 역시 변화한다. 김 사장은 "당사의 투자 방식은 규모의 확대가 아닌 선택과 집중을 통해 그 효율을 높이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며 "설비투자는 2024년을 정점으로 이미 감소 추세로 접어들었으며 앞으로도 필수적인 투자를 중심으로 이러한 기조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익성 중심 프로젝트를 통해 에비타를 개선하고 현금흐름을 확보해 주주가치 제고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개정 상법 조항들을 반영해 정관 변경 안건이 승인됐다. 주요 내용으로는 대규모 상장회사가 집중투표제를 정관으로 배제할 수 없게 됨에 따라 관련 배제 조항을 삭제했다.
또한 현장 주주총회와 전자 주주총회를 병행해 개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으며 사외이사의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고 감사위원회 내 분리 선임된 감사위원을 2인 이상으로 구성하도록 정관을 정비했다.
배당 절차 역시 개선해 배당액 확정 이후 배당 기준일을 설정할 수 있도록 중간 배당 관련 규정을 수정함으로써 주주 권익을 강화했다. 감사위원 선임 또는 해임 시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산해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규정도 승인됐다.
한편, 주주총회 현장에서는 실적 악화와 주가 하락에 따른 주주들의 날 선 비판이 쏟아지며 긴장감이 고조됐다.
한 소액 주주는 "주식도 많이 빠져 있고 배당 정책에 대해서도 아무런 말씀이 없어 굉장히 실망했다"며 "우리 주주들한테는 큰 도움이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다"고 경영진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또한 주주들은 실질적인 주가 부양책과 경영진의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충분한 설명이 못 됐던 것은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투자의 방향을 규모 확대에서 효율 중심으로 전환해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조기에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주 가치 제고를 실현할 수 있는 구간에 빠르게 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