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멈춘 케이팝 메가 이벤트…BTS 광화문 공연의 이면 [D:초점]
입력 2026.03.20 13:11
수정 2026.03.20 13:25
BTS, 광화문서 대규모 컴백 공연...시민들, 공권력 통제와 충돌
김도헌 평론가 "광장 공연의 기대 광경은 포용과 화합이었지, 통제와 금지 아니었다"
BTS(방탄소년단)가 정규 5집 '아리랑'(ARIRANG) 발매를 기념해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대규모 컴백 공연을 개최할 예정인 가운데, 행사 지원을 위해 투입되는 전방위적인 공권력과 통제 조치가 시민의 일상적 권리와 충돌하며 사회적 논의의 중심에 섰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이번 공연은 멤버 전원이 군 복무를 마친 뒤 약 3년 9개월 만에 선보이는 완전체 무대라는 점에서 전 세계적인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으며, 공식 티켓 예매에 성공한 2만 2000명을 크게 웃도는 최대 26만 명의 인파가 현장에 몰릴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이번 무대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에 실시간으로 생중계될 예정이어서, 케이팝(K-POP)의 위상을 전 세계에 다시 한번 각인시키는 국가적 이벤트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러한 화려한 축제의 이면에는 도심 기능을 일시적으로 정지시키는 수준의 고강도 행정 조치가 자리하고 있다. 서울시와 경찰청 등 관계 당국에 따르면 이번 행사의 안전 관리를 위해 기동대 72개 부대와 형사팀을 포함하여 약 7000명에 육박하는 대규모 경찰 인력이 현장에 배치된다. 또한 테러 위협에 대비한 경찰특공대 차량과 소방 및 구급 차량이 동원되며, 공연장 주요 출입구 31곳에는 문형 금속탐지기와 300대 이상의 휴대용 스캐너가 배치되어 국제 행사급 보안 검사가 실시된다. 이는 역대급 인파가 집결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풀이된다.
교통 및 이동권 통제 역시 전례 없는 규모다. 공연 전날인 20일 오후 9시부터 22일 오전 6시까지 세종대로와 사직로, 새문안로 등 광화문 일대 주요 도로의 차량 통행이 단계적으로 전면 통제된다. 이에 따라 해당 구간을 지나는 시내버스 51개 노선이 우회 운행하며, 특히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은 오후 2시부터, 1·2호선 시청역과 3호선 경복궁역은 오후 3시부터 밤 10시까지 열차가 무정차 통과하고 모든 출입구가 폐쇄된다.
보행자 안전 확보를 명목으로 따릉이 대여소와 전동 킥보드 운영이 중단되고 인근 박물관과 미술관까지 휴관을 결정하면서,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누리던 이동의 자유와 문화 향유의 기회는 잠시 멈추게 됐다.
여기에 더해 인근 예식장 하객들을 대상으로 한 소지품 검사나 주변 건물의 출입구 폐쇄, 옥상 및 발코니 관람 금지 등의 조치는 안전 관리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에게 심리적 위축과 과도한 통제감을 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20만 명이라는 유례가 없는 인파를 관리해야 하는 당국의 고충은 이해되나, 그 과정에서 시민 개개인을 잠재적 위해 요소로 간주하는 듯한 권위주의적 발상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공적 통제의 여파는 민간 경제 활동 영역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상에서는 광화문 인근 직장인들이 행사 당일의 혼잡을 이유로 회사 측으로부터 연차나 반차 사용을 권고받았다는 사례가 공유되며 논란이 일었다. 아티스트와 팬들에게는 4년 가까이 기다려온 감격적인 축제의 장이지만, 생업을 이어가는 인근 소상공인과 직장인들에게는 이번 이벤트가 '자발적 참여'가 아닌 '강요된 희생'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시민의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세밀한 행정적 배려보다는 '케이팝의 위상을 위해 시민이 양보해야 한다'는 식의 일방향적 소통에 치우쳤다는 비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공공의 장소인 광장이 모두의 공간으로서 기능하기보다 특정 목적을 지닌 행사를 위해 배타적으로 점유되는 현상에 대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적 공간 사용에 대한 원칙과 기준의 부재를 꼬집고 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자신의 SNS를 통해 "광화문 광장은 가뜩이나 교통량도 많고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이라며 "광화문 광장에서 공연할 계획이었다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기획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금 수준은 BTS의 컴백이니 하루쯤 불편해도 참으라는 통보식에 가깝다"며 "처음부터 이 정도 규모를 생각했다면 대형 페스티벌이 열리는 부지를 물색했어야 한다. 도심 기능을 잠시 마비시키는 수준의 공연이 가능하다면, 앞으로 다른 가수나 기획사도 같은 공간 사용을 요청할 때 서울시가 어떤 기준으로 허용하고 거부할 것인지 행정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공공 공간 사용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 역시 이번 공연이 지향해야 할 가치와 실제 집행 방식 사이의 괴리를 언급했다. 김 평론가는 "광장에서의 공연을 발표했을 때 처음 생각한 광경은 포용과 화합이었지, 통제와 금지가 아니었다. 세대와 문화를 초월하는 보편적인 서사의 앨범을 올리는 무대가 집단의 불편 위에 세워지는 배타적 축제처럼 진행되는 것이 아이러니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정부의 주도적 참여와 대규모 자본이 투자되는 만큼 공연이야 탈 없이 마무리되겠지만, 공적 공간 사용에 대한 정당성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공연이 시민에게 직접 제공하는 공공적 가치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비용은 시민이 부담하고 이익은 사기업이 가져가는 구조"라는 점을 명확히 짚으며 상업적 수익 구조와 공적 자원 투입 사이의 불균형을 비판했다.
이번 논의에서 빠질 수 없는 지점은 공적 자원의 투입과 상업적 이익 창출 사이의 균형 문제다. 이번 공연은 표면적으로 '무료 공연'의 형식을 띠며 대중에게 열려 있는 축제를 지향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하이브 측의 글로벌 마케팅과 넷플릭스 생중계권 판매 수익 등으로 연결되는 상업적 성격이 짙다. 기업의 영리 활동과 직결된 행사를 지원하기 위해 투입되는 수천 명의 경찰 인력 운용비와 각종 행정 비용이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된다는 점은 형평성 논란의 단초가 된다.
대한민국 대중문화의 상징적 공간인 광화문을 활용함에 있어 그에 걸맞은 사회적 합의와 기업의 공적 책임 분담이 선행되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특정 기업의 마케팅 성공이 시민의 일상적인 권리를 앞지르는 전례가 고착화될 경우, 공공 공간의 본질적인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