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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에서 감사로...약속 지킨 삼성, 주총 분위기 바꿨다(종합)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6.03.18 12:23
수정 2026.03.18 12:23

주가 반등 속 '방어→확인' 전환

AI·HBM 자신감에 주주 환호

일부에선 업황 지속성 우려도

삼성전자 제57기 정기 주주 총회 행사장 한 켠에 마련된 전시 부스. 현재 미국에서 진행 중인 GTC 2026에서 최초 공개된 HBM4E(7세대 HBM)이 전시된 모습.ⓒ임채현 기자

삼성전자 주주총회장의 분위기가 1년 만에 극적으로 달라졌다. 지난해 '5만전자' 시절과 달리, 올해는 '20만전자'를 돌파한 주가 흐름 속에 주주들의 표정부터 한층 밝아진 모습이다. 실적과 주가가 동시에 반등하며, 주총장은 '방어의 자리'에서 '확인의 자리'로 성격이 바뀌었다.


18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 57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 현장에는 전반적으로 여유롭고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 주주들은 행사장 곳곳에서 최근 주가 상승 흐름과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공유했고, 현장의 긴장감도 눈에 띄게 완화된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달라진 점은 '자신감'이었다. 행사장에는 AI 반도체를 비롯해 스마트폰, 가전 등 주요 제품이 전시된 부스가 마련되며 기술 경쟁력을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지난해 실적 부진 속에서 다소 위축됐던 모습과 달리, 올해는 미래 기술과 사업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는 분위기였다.


엔비디아 젠슨 황 CEO가 GTC 2026 현장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좌측부터 황상준 메모리개발담당 부사장, 엔비디아 젠슨 황 CEO, 한진만 파운드리 사업부장 사장. 제품은 사진 좌측부터 삼성전자 HBM4 코어다이 웨이퍼와 그록(Groq) LPU 파운드리 4나노 웨이퍼. 각 웨이퍼에는 'AMAZING HBM4'와 'Groq Super FAST'라는 젠슨 황 CEO의 친필 서명이 적혀있다.ⓒ삼성전자

특히 HBM(고대역폭메모리) 7세대 HBM4E의 경우 현재 미국 새너제이에서 진행되고 있는 엔비디아 GTC 2026 행사에서 최초로 공개된 신제품이다. 6세대 HBM4와 나란히 배치하면서 반도체 기술 초격차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경영진의 메시지도 확연히 달라졌다. 이날 주총 의장을 맡은 전영현 부회장은 지난해 주총에서 실적 부진을 언급하며 고개를 숙였던 것과 달리, 올해는 주주들의 지지와 격려에 감사의 뜻을 전하며 보다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다. 실적 회복과 주가 상승이 경영진의 발언 기조까지 바꿔놓았다는 관측이다.


전 부회장은 "작년 한 해는 어려운 대내외적 환경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333.6조원이라는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며 "주가도 큰 폭으로 상승해 한국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1000조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AI 수요 대응을 위해 시설투자와 미래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제57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 현장에서 발언하는 모습.ⓒ삼성전자

이날 주총에서는 보상 체계와 인재 유출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전 부회장은 "반도체 부문의 성과급 지급률이 낮아지며 임금 경쟁력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최근 성과 회복으로 보상이 개선되고 있고, 개별 인센티브와 과제 기반 보상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서는 기존 기조를 유지하면서 확대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정규 배당과 추가 배당을 포함해 연간 9조8000억원 규모를 지급할 예정"이라며 "실적이 개선되면 배당도 자연스럽게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2027년 초까지 새로운 주주환원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장밋빛 분위기 속에서도 신중론은 존재했다. 최근 반도체 업황이 빠르게 개선되며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이 같은 호황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일부 주주들 사이에서 제기된 것이다. 업황 특성상 변동성이 큰 만큼, 현재의 상승 흐름이 단기에 그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에 전 부회장은 "중장기 사업 불확실성을 최소화시키고 건전한 메모리 수급 환경을 유지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고객사들과의 거래 환경을 3~5년씩 장기 공급 계약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답했다. 수요 변동과 투자 규모를 조정해 리스크를 줄인다는 취지다.


아울러 메모리 사업의 호황과 대비되는 파운드리 사업 실정을 두고서도 삼성전자 경영진의 신뢰 당부가 이어졌다. 송재혁 삼성전자 DS부문 CTO(최고기술책임자)는 "테슬라와 지난해 7월 계약했는데, 이는 단순 파운드리 고객이 아니라 미래지향적 계약이었다. 파운드리 업황 특성상 최소 3년 이상의 기간이 지나봐야한다. 1~2년 정도 성과를 더 기다려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전영현 부회장은 "저희가 작년에 이 자리에서 약속했던 부분에 대해 삼성전자가 그 약속을 지켰다. 아울러 메모리 이외의 사업, 이런 종합반도체 기업이 글로벌에서 삼성전자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주총은 단순한 실적 보고를 넘어 향후 사업 전략을 구체화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DS부문은 메모리, 파운드리, 로직, 패키징을 아우르는 '원스톱 솔루션'을 기반으로 종합 AI 반도체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HBM4 등 고부가 메모리와 2나노 공정을 중심으로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AI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에 대응해 선단 공정 사업을 본격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DX부문 역시 AI 중심의 사업 재편을 강조했다. 스마트폰, TV, 가전 등 전 제품군에 AI를 적용하고, '에이전틱 AI' 기반의 사용자 경험을 확대해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갤럭시 AI 기기 확산과 함께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해 하드웨어 중심 구조에서 플랫폼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전략도 제시됐다. 아울러 지난해 독일 플렉트 그룹 인수 등으로 인한 HVAC 공조 사업 강화도 언급됐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정관 일부 변경, 재무제표 승인, 사내이사 김용관 선임, 사외이사 허은녕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자기부식 보유 및 처분 계획 승인 등이 안건으로 상정됐다. 현장에는 전영현 의장과 노태문 대표이사 사장 겸 DX 부문장, 송재혁 CTO, 용석우 VD사업부장, 김철기 DA사업부장, 박순철 CFO 등이 배석했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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