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권, 인과응보를 기억하라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
입력 2026.03.18 07:53
수정 2026.03.18 10:27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조작 기소된 사건을 대통령이기에 공소 취소하면 안 된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6일 최고위원회에서 한 말이다. 말뜻이 무엇인지 선뜻 잡히지 않는다. 필자의 문해력 부족 탓일 수도 있는데, 검찰이 조작 기소한 사건이니, 대통령에 대한 공소를 취소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이해하면 되는 건가?
일단 그렇게 알고, 다시 읽어보자.
1. 사건이 조작됐다는 판단은 누가 한 것인가?
2.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에 대한 비판을 겨냥해서 한 말이겠는데, 그렇다면 일반 국민도 당사자가 주장할 경우 '조작된 사건'으로 인정해 공소취소 압박을 가해 줄건가?
3. 검찰이 공소한 사건을 재판도 하기 전에 민주당이 '조작된 사건'이라고 단정하고, 공소취소를 요구할 수 있다면 사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뭔가?
사건이 조작됐다는 판단, 누가 내렸나
이런 의문들도 생긴다.
1. 정 대표는 검찰이 '조작된 사건'이라는 민주당의 판단을 전적으로 존중, 법원에 제기했던 공소를 취소하고 '혐의 없음'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뜻인 듯 한데, 그건 권력분립의 의의와 국가형사사법체계를 무시하라는 것 아닌가?
2. 90%는 진실인데 10%가 조작일 경우는 공소를 취소해야 한다면 공소는 100%의 진실이 담보될 때에만 가능하다는 뜻인가? 그럴 경우 재판이라는 절차가 왜 필요한가.
3. 검찰이 자발적으로 공소를 취소한다는 것은 자기부정이자 사법부의 판결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 된다. 집권여당의 다수 의원들이 조직까지 만들어 이런 요구와 압력을 가하고 당 대표가 이를 뒷받침하는 말을 해도 되는가?
4. 정치권력의 수사기관 및 사법부에 대한 공공연한 압박이라고 할 수 있다. 사법제도를 정치적 프레임 안에 가두려는 시도다. 이렇게 할 수 있는 바탕은 권력집단의 오만인가?
'90%의 진실, 10%의 조작'론을 따라가다 보면 언뜻 스치는 생각이 있다.
이 대통령에 대한 공소 내용 가운데 90%는 진실임을 정 대표 자신도 믿고 있거나, 그게 아니라면 최소한 '90%가 진실이라고 해도"라는 의미를 내포하는 말일 수도 있다. 이 대통령이 받고 있는 혐의가 100% 조작이라고 여기지는 않는다는 전제 하에 하는 말로 이해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과연 이 대통령의 혐의 가운데 조작된 것이 몇% 쯤이라고 여기는지 궁금해진다.
정 대표는 "대통령이기에 특혜를 받아서도 안 되지만 역피해ㆍ역차별을 받아서도 안 된다"고 했다. 어디 한 군데 흠잡을 데 없는 '옳은 말'이다. 이는 바꾸어 말하자면 어느 국민도 대통령과 같이 역피해·역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 그러니까 형사범죄 혐의로 기소를 당한 모든 국민도 공소취소 요구를 할 수 있어야 하고, 집권여당은 그들을 위해 당에 특별기구를 설치, 검찰을 압박해야 한다. 이 말에 모순이 있나?
법률전문가가 아니기에 지극히 상식에 기대 하는 말이지만, 판사가 수많은 증거와 증언 가운데 일부만 진실이라고 판단해도 피고인은 범법자가 된다.
정 대표는 "결정적인 10%의 허위 조작으로 나머지 90%의 몸통 전체가 오염될 수 있다"고 했다. 그 '결정적 10%'가 어떤 것일 수 있는지 모호하거니와 그게 나머지 모든 혐의의 신뢰성을 손상시킬 수 있다고 해도 그게 조작인지의 여부는 판사가 판단할 몫이다.
검찰 해체시키면서 공소취소 요구
검찰이 사건을 조작했다면 공소 취소 이전에 검찰의 범죄행위다. 오인ㆍ과실로 인한 공소는 취소할 수 있겠지만 사건을 허위 조작해서 기소했다가 그걸 취소한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중첩적 범죄다.
민주당이 조작 기소를 이유로 검찰에게 공소를 취소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검찰과 범법 연대를 형성하자는 뜻이나 다름없다.
검찰이 허위 조작 증거나 진술을 진실로 믿었다가 나중에 깨닫고 공소를 취소했다면 적어도 그 무능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 특히 이 대통령에 대한 12개의 혐의 모두가 오염된 것이라면 이야말로 검찰청 폐지의 이유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민주당은 이를 사전에 인지해 검찰청 폐지를 강행한 것인가? 일개 시민의 의문이다.
민주당은 중수청·공소청 법안을 오는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로 했다. 정 대표는 앞서 17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공소청 검사의 수사 지휘나 수사개입 여지가 있는 여러 조항을 삭제해 혹시 모를 검사의 수사 개입의 다리를 끊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검사의 특권적 지위와 신분 보장도 내려놓게 했다"면서 "수사·기소 완전 분리와 더불어 검찰도 행정공무원임을 분명히 해 국가공무원법상 징계, 인사 재배치 등의 원칙이 검사에게도 지켜지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과속 주의'신호에도 응하지 않았다는 언론 보도다.
민주당 강경파 검찰 개혁 작업이 그들의 뜻대로 매듭지어진 셈인데, 이로써 검찰은 조직이 폐지되고 검사들은 권력주변에서 배제되고 격리되는 처지가 됐다. 해체되더라도 공소 취소는 해내라는 것인가?
민주당의 기고만장은 절제될 기미가 없다. (사실상의) 입법권 독점은 물론 과도한 권력과시 행태도 버릴 생각이 눈곱만큼도 있어 보이지 않는다.
정 대표는 12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공소취소 거래설'과 관련 "당에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같은 날 김어준 유튜브에서 이를 발설했던 장인수 전 MBC 기자를 고발했다. 다만 김어준씨는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고발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특검으로 진실을 밝히자는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음모론에 편승하려는 저열한 공세라며 멈추라고" 반박했다.
반발‧저항심 속으로 응축되게 마련
이 문제를 거론하는 매체나 개인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결기가 느껴지는데, 이 대통령 수호의지를 확인시키는 한편 지방선거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차단하겠다는 뜻인 듯하다.
어쨌든 이상한 점은 그렇게 특검을 좋아하던 민주당이 이 문제에 대해서는'‘음모론'이라느니'저열한 공세'라느니 하며 되레 역공을 시도한다는 점이다. 걸핏하면 '특검'을 꺼내 흔들어대던 그 정의감은 어디에다 버렸는가.
그래서 정말 진지하게 묻고 싶다. 아무리 정권을 잡았다고 해도 어떻게 이처럼 극단적 정치 상황으로 몰아가기만 하는가? 이렇게 하면 모두가 대통령과 민주당 앞에 엎드리게 되리라고 여기는가? 이같은 행태가 장기집권을 위한 효과적 길 닦기가 된다고 믿는가?
검찰을 없애도 검찰의 역할과 기능은 이어진다. 정권의 눈 밖에 난 검사들을 다 쳐내고 마침내 사법부까지 뒤흔들고 들쑤셔 놓아도 기록은 남는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몰아낼 궁리를 하고, 그게 성공한다 해도 대법원은 건재할 것이고 대법원장도 이어서 등장한다.
그들 모두를 친 정권 인사로 만들 수 있으리라는 것은 희망일 뿐이다. 을러대면 반발·저항의 기운은 잦아들겠지만 그렇다고 없어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반발과 저항이 속으로 응축되면서 분출의 계기를 노리게 된다. 이 같은 과정이 좌파 정치세력의 성공스토리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았는가.
법 가지고 장난치면 법의 보복을 받는다. 아주 소중하고 진지하게 다뤄야 할 입법권을 남용하면 그 수법을 전수받은 세력에 의해 똑 같은 방법으로 갚음을 당할 때가 있게 마련이다. 사법부를 입법·행정부 휘하에 두고 좌지우지 하겠다는 욕심이 솟구칠 때는 되치기의 가능성도 잊지 말아야 한다. 손에 쥔 권력의 무게만큼 겸손할 일이다. 그것이 당의 품격과 미래를 지키는 길이다. 인과응보(因果應報)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이재명 대통령이 가장 큰 권력을 쥐고 있지만 정청래 대표의 권력자 행세 또한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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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