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극장 오리지널 IP에 가산점”…스케일 키우는 뮤지컬 지원사업
입력 2026.02.25 08:36
수정 2026.02.25 08:36
'비욘드 대학로' 작가, 작곡가, 연출가 3인1팁 협업 지원
대극장 창작 뮤지컬 지원팀 선발 시 가산점 부여
창작 뮤지컬 지원 사업은, 통상 중소극장을 타깃으로 한다. 그런데 최근 이를 벗어나 다수의 앙상블과 대형 무대 매커니즘, 웅장한 오케스트라 편성을 처음부터 기획 단계에 포함하는 대극장 타깃형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에이콤의 창작 신작 뮤지컬 '몽유도원' ⓒ에이콤
공연기획사 컴퍼니 봄이 주최하는 예비예술인 지원 사업 ‘비욘드 대학로’가 대표적이다. 컴퍼니 봄은 2026년도 모집 공고에 새로운 조항을 신설했다. 사업의 핵심인 ‘작가, 작곡가, 연출가 3인 1팀’ 협업 체계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유지하되, 대극장 창작 뮤지컬 개발을 독려하기 위해 현업 전문가 멘토진을 보강하고, 대극장 규모 뮤지컬을 개발하는 지원 팀에게는 선발 심사 시 가산점을 부여할 계획이다.
이러한 변화는 현재 한국 뮤지컬 업계가 직면한 현실을 정확히 반영한다. K-뮤지컬이 내수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오리지널 대극장 IP(지식재산권)’ 확보가 절실하다. 중소형 창작 뮤지컬은 활성화되었으나, 이를 대극장 규모로 확장하거나 처음부터 대극장용으로 기획된 창작 IP는 극히 드물다.
근본적인 원인은 하이 리스크 구조에 있다. 대극장 뮤지컬은 제작비 규모가 상당하다 보니, 제작사 입장에서는 흥행이 검증되지 않은 신진 창작자의 대본에 선뜻 거액을 투자하기 어렵다. 결국 라이선스 뮤지컬이나 이미 흥행이 보장된 스타 캐스팅 중심의 재연에 의존하게 된다. 이는 신진 창작자의 대극장 진입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해왔다.
창작 대작의 빈곤 현상은 최근 지표로도 확인된다. 올해 개최된 한국뮤지컬어워즈에는 100편이 넘는 작품이 출품됐으나, 대상을 차지한 ‘한복 입은 남자’를 제외하면 대극장 창작 신작은 사실상 전무할 만큼 시장을 견인할 대형 신작의 부재는 업계의 오랜 고민거리다.
반면, 웰메이드 창작 대작에 대한 시장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 흥행에 성공한 ‘몽유도원’ 등의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완성도만 뒷받침된다면 관객은 창작 뮤지컬이라도 기꺼이 지갑을 연다. 시장을 뒤흔들 메가 IP에 대한 수요는 존재하지만, 이를 공급할 파이프라인이 막혀 있는 것이 현재 한국 뮤지컬 시장의 모순이다.
전문가들은 ‘비욘드 대학로’와 같은 대극장 타깃형 지원 사업이 막힌 파이프라인을 뚫어줄 현실적인 돌파구가 될 것으로 평가한다. 핵심은 초기 리스크의 분산이다. 공공 성격을 띤 지원금이 창작 개발의 마중물 역할을 수행한다. 여기에 현장 전문가의 멘토링이 더해져 대본과 음악의 완성도를 끌어올린다.
무엇보다 산업 인프라와의 조기 결합이 긍정적이다. 이 사업에는 대형 제작사인 쇼노트와 공연장인 플러스씨어터가 초기부터 결합한다.창작자는 기획 단계부터 실제 제작과 극장 유통 환경을 염두에 둘 수 있다. 여기에 연출가 김태형, 이오진, 장우성, 작곡가 신경미, 한정림, 작가 한아름, 한재은, 뮤지컬 평론가 최승연 등의 멘토까지 더해져 개발된 대본이 사장되지 않고 실제 무대화로 이어질 확률이 획기적으로 높아진다. 지원과 멘토링, 제작과 유통이 하나의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는 셈이다.
K-뮤지컬의 경쟁력 강화는 결국 오리지널 콘텐츠의 힘에 달려 있다. 중소극장에서 출발해 규모를 키우는 단계별 성장 방식에 더해, 처음부터 대극장을 목표로 기획하고 개발하는 본격적인 대작 인큐베이팅 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