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공포'에 얼어붙은 가상자산…추세 전환이냐 추가 폭락이냐
입력 2026.02.23 11:07
수정 2026.02.23 11:23
"비트코인 죽었다" 검색량 사상 최대… 전형적인 심리적 바닥 시그널
케빈 워시의 '긴축 공포'와 가상자산 현물 ETF 순유출로 하방 압력
전문가들 "7.2만 달러 돌파가 추세 전환 분수령… 인내심 가질 때"
11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비트코인(BTC)이 연초 이후 역대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며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번엔 정말 끝났다"는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심리적 저지선이 잇따라 무너지며 공포 심리가 시장을 잠식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현재의 과매도 국면이 강력한 반등의 기점이 될 것이라는 낙관론도 만만치 않다.
시장에서는 저점 매수세 유입에 의한 '추세 전환' 가능성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 통화 정책에 따른 '추가 폭락' 우려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비트코인, 심리적 마지노선 7만 달러 붕괴 후 횡보세
23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플랫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비트코인은 전날 같은 시간보다 5.42% 하락한 6만4421 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1일 7만8000 달러대에서 시가를 형성했던 비트코인은 가파른 하락세를 타며 지난 6일 6만 달러대까지 추락했다. 현재는 6만4000~6만8000 달러 선에서 지지선을 탐색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간 형국이다.
투자 심리는 위축된 상태다. 가상자산 데이터 제공 업체 알터너티브가 추산한 공포 탐욕 지수는 전일 대비 4포인트 하락한 5를 기록하며 극단적 공포 단계를 유지하고 있다. 구글 트렌드에서도 '비트코인은 죽었다(Bitcoin is dead)'의 검색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급락 구간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공포 신호로, 과거에는 주요 바닥권 인근에서 반복된 사례가 있다.
'매파' 케빈 워시 리스크… 유동성 마른 ETF 시장
시장을 짓누르는 가장 큰 요인은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다. 차기 연준 의장 지명자인 케빈 워시의 매파적 성향이 부각되면서 금리 인하 속도 조절과 대차대조표 축소 가능성이 가시화되고 있다. 딜린 우 페퍼스톤 애널리스트는 "워시가 공격적 긴축에 나설 경우 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액시스(Axis) 공동창업자 지미 쉬에도 "차기 연준 의장으로 케빈 워시가 지명된 직후 비트코인이 14% 하락한 것은 그의 매파적 통화 철학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수급 측면에서도 유동성 압박이 거세다. 최근 미국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자금이 계속 빠져나가는 '순유출' 현상이 나타나며 시장을 지탱하던 기관의 매수세가 눈에 띄게 약해졌다. 특히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온체인상 투자자들의 평균 매수 단가로 추정되는 '실질 시장 평균(True Market Mean)' 가격인 7만9000 달러를 크게 밑돌고 있다.
가상자산 전문 매체 더블록은 "온체인 지표상 구조적 가격 범위가 7만9000 달러에서 5만4900 달러까지 확대됐다"며 "미국 현물 ETF 자금 흐름이 순유출로 전환되며 기관 수요가 약해졌고 거래소 누적 거래량 델타도 음수로 돌아서는 등 매도 압력 확대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은 추가 하락에 대한 공포로 이어지고 있다. 맷 호건 비트와이즈 최고정보책임자(CIO)는 "지난 2월 초의 급락이 바닥은 아니었으며 더 큰 고통이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며 투자자들의 인내심을 당부했다.
온체인 데이터상 '바닥 형성' 신호 포착… 7만2000 달러 탈환이 관건
공포 심리가 만연한 가운데서도 여전히 가상자산 시장이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반등론'은 존재한다. 바닥권 형성을 지지하는 온체인 데이터들이 포착되며 이런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가상자산 전문 매체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1000 BTC 이상 보유 고래들은 최근 30일간 9만8000 BTC를 매집했다. 이는 2025년 10월 급락 이전 수준인 309만 BTC 보유량을 회복한 수치로, 대형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에 나섰음을 시사한다.
온체인 데이터 분석업체 글래스노드는 투자자들의 순실현손익 지표가 마이너스 12억4000만 달러에서 마이너스 4억8000만 달러로 완화된 점을 들어 시장이 항복(Capitulation) 단계를 지나 바닥을 형성 중이라고 분석했다. 가상자산 전문매체 코인데스크 역시 파생상품 시장의 레버리지 과열이 해소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비트코인이 7만2000 달러 선을 유효하게 돌파할 경우 본격적인 추세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비트코인 전도사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마이클 세일러는 여전히 낙관론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최근의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은 0이 되지 않는다면 결국 100만 달러가 될 것"이라며 장기 가치에 대한 강한 확신을 피력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유니크레딧의 토마스 스트로벨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의 적정 가치를 약 7만5000 달러로 보고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만약 비트코인이 해당 수준 대비 약 35% 하락해 5만 달러 아래에 머물 경우 구조적 약세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