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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시계 되감기… 韓산업계, '150일의 불확실성' 속으로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입력 2026.02.23 11:24
수정 2026.02.23 11:24

미국 연방대법원 "트럼프 상호 관세 정책은 위법"

트럼프, 플랜B 가동…무역법 122조 관세 15% 적용

美 "주요 교역국 301조 조사"…韓, 불확실성 이어지나

반도체·자동차·가전 등 우리기업들 "상황 예의주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두번째)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이 나온 뒤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기자들에게 질문을 받고 있다. 이 자리엔 존 사우어 법무차관(맨 왼쪽),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왼쪽 셋째),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이 참석했다. ⓒAP/연합뉴스

미국의 관세 정책에 제동이 걸리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시적 우회 통로를 선택했다. 한국 산업계를 둘러싼 정책 환경은 다시 유동 상태로 진입하는 모습이다. 단기적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무역법 301조 등 후속 조치가 예고되며 불확실성은 한층 고조되는 흐름이다.


23일 산업계 및 재계에 따르면 반도체, 가전, 자동차 등 주요 기업들은 한시적으로 부과된 '글로벌 관세'와 향후 가동 가능성이 거론되는 '무역법 301조'의 파급 효과를 정밀 점검하고 있다.


미국의 정책 변화는 법원의 판단 직후 이뤄졌다. 미 연방대법원은 20일(현지시간) 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가 대통령 권한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곧바로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전 세계 수입품에 15%를 일괄 부과하는 전면적 한시 관세로 방향을 틀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세에 몰리며 강수를 뒀지만, 당장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게 산업계 안팎의 평가다. 반도체, 자동차·부품, 철강 같은 한국의 대미 주요 수출 품목은 상호 관세가 아닌 무역법 232조 등에 따른 품목별 관세 체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관세 리스크'가 또다시 수면으로 올라오면서 우리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한층 더 고조될 것이란 데에 의견이 모인다. 전문가들은 당장의 충격보다 정책 방향의 불확실성에 무게를 둔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단기적으로 큰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진 않는다"면서도 "다만 트럼프가 품목 관세 인상 등 추가 조치를 어떻게 가져갈지 예측이 어렵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의 박주근 대표 역시 "당장 우리 기업들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커지겠지만,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관세 압박의 수단이 다변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무역법 122조를 활용한 전면관세 카드로 방향을 틀었다. 122조는 대통령이 국제수지 문제 해결을 이유로 최대 15% 관세를 150일간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트럼프 행정부에 주어진 이 150일은 단순한 관망 구간이 아니라 정책의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시간으로 해석된다. 이 시간표 안에서 한시적으로 관세의 재정 효과를 방어하는 동시에 연장 권한을 쥔 의회를 향해 제도화를 압박하려는 정치적 조치가 읽힌다는 평가다.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사 착수 계획을 언급했다. 무역법 301조는 외국 정부의 불공정한 무역관행으로 미국의 이익이 침해될 때 관세 등으로 보복 조치에 나설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301조는 특정 산업을 겨냥한 '정밀 타격'에 가깝다.


외국 정부의 대응 전략이 미국의 통상이익을 침해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상대국 협의와 공청회 등 절차가 동시에 진행된다. 조사 주체인 미국무역대표부가 어떤 산업을 표적으로 삼느냐에 따라 충격의 방향과 크기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은 트럼프의 조치에 따른 영향을 면밀히 분석 중이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 산업인 반도체의 경우 이번 판결의 직접적 적용 대상은 아니지만, 미국 내 투자 압박의 수위가 한층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현지 투자와 생산지 재배치 등 전략적 선택을 앞두고 포트폴리오의 재구성을 논의해야 한다.


가전·자동차·철강 등 실물 제조업은 보다 즉각적인 변동성에 노출돼 있다. 상호관세 무효 이후 행정부가 품목별 관세 인상 카드를 꺼낼 경우, 기존 관세 체계의 재편 가능성이 커진다. 기업들은 가격 전가, 수익성 재배분 등 대응 시나리오를 재차 구성해야 한다.


결국 미국 내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대응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주원 연구본부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조사가 한국에 먼저 취해지진 않을 것"이라면서 "매를 먼저 맞는 게 절대 유리한 상황이 아닌 만큼, 정부와 기업은 발을 맞춰 상황을 지켜보고 싸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트럼프는 이번 판단으로 정치적으로 고립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도 있다. 이미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라면서 "정부와 기업은 서두르지 않고 현재 국면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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