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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 대신 온기… ‘왕사남’, 설 극장가 흥행 잡고 한국영화 자존심 회복 [D:영화 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02.20 08:47
수정 2026.02.20 08:47

2026년 설 연휴 극장가의 최종 승기는 액션물 ‘휴민트’를 제치고 따뜻한 서사를 내세운 ‘왕과 사는 남자’가 거머쥐며 한국 영화 부활의 강력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19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 기간(14일~18일) 전체 관객 수는 422만 7771명을 기록했으며, 그중 ‘왕과 사는 남자’는 홀로 267만 5451명을 동원하며 압도적인 박스오피스 1위를 수성했다.


당초 극장가는 조인성과 박정민의 출연으로 기대를 모았던 류승완 감독의 신작 ‘휴민트’와 ‘왕과 사는 남자’가 치열한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자 ‘왕과 사는 남자’가 연휴 내내 격차를 벌리며 ‘휴민트’(98만 144명)를 큰 수치로 따돌렸다.


‘왕과 사는 남자’는 연휴 첫날 35만 명으로 시작한 관객 수가 실관람객들의 높은 만족도를 바탕으로 넷째 날 66만 명까지 치솟는 무서운 뒷심을 발휘했으며, 그 결과 누적 관객 수 417만 명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을 가뿐히 넘어섰다.


이번 연휴 전체 관객 422만 명은 총관객 수 350만 명 수준에 머물렀던 지난해 설 연휴와 비교해 시장의 전체 체급이 약 20% 이상 확장된 결과다. 특히 17일 기록한 일일 관객 수 66만 1449명은 2020년 3월 팬데믹 발발 이후 설 연휴 일일 최다 스코어를 경신한 기록으로, 침체되었던 극장가의 회복세를 증명했다.


이러한 흥행의 중심에는 자극적인 ‘도파민 서사’ 대신 전 세대를 아우르는 온기와 공감을 선택한 전략이 주효했다. 역사 속 실존 공간인 청령포를 배경으로 권력에서 밀려난 어린 왕 단종(박지훈 분)과 그를 지키려는 촌장 엄흥도(유해진 분)의 관계를 인간적으로 조명한 이 작품은, 정치적 비극을 연대와 인류애의 서사로 확장하며 명절 가족 단위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또한 단종 역을 맡은 배우 박지훈의 섬세한 연기는 강력한 화제성을 낳았고, 이는 온라인상에서 단종의 실제 역사를 찾아보는 움직임과 다양한 2차 창작으로 이어지며 관객이 관객을 부르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했다.


연휴가 끝난 이후에도 ‘왕사남’의 흥행 질주는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평일에도 49.2%(15만 6821명)로 예매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가족 관객뿐만 아니라 역사적 서사에 매료된 중장년층과 박지훈의 열연에 반응한 MZ세대까지 관객층이 고르게 확장되고 있어,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500만 관객 돌파는 무난할 것으로 예측된다. . 업계에서는 개봉 3주차에 접어들었음에도 예매율 상위권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최종 스코어가 어디까지 치솟을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번 흥행이 남긴 질문은 간단하다. 관객은 여전히 좋은 영화를 기다리고 있다. ‘왕과 사는 남자’의 성공은 강한 장르적 쾌감 없이도 묵직한 여운을 공유할 수 있는 영화에 대한 잠재 수요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확인시켰다. 이는 제작비 상승과 흥행 리스크 확대로 보수화된 편성 전략 속에서도, 정서적 완성도와 세대 공감이라는 본연의 가치가 충족될 때 관객은 기꺼이 극장을 찾는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 시켜줬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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