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제 불가한 저주, 6개 에피소드로 쪼개진 공포의 명과 암 ‘귀신 부르는 앱: 영’ [D: 볼 만해?]
입력 2026.02.17 08:44
수정 2026.02.17 08:44
연락, 결제, 촬영, 길찾기, 업무까지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 스마트폰이 공포의 매개체가 된다면 이야기는 가장 빠르고 현실적으로 스며든다. 영화 ‘귀신 부르는 앱: 영’은 바로 그 지점을 겨냥하는 작품이다.
ⓒ하트피플
영화는 6인의 감독이 6개의 에피소드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어 저주가 네트워크처럼 퍼져나가는 공포를 설계한다. 전반부는 ‘앱 호러’의 장점을 영리하게 끌어올린다. 첫 에피소드 ‘잠금해제’는 ‘영’이라는 앱이 세상에 풀려나가는 그 시작을 짧고 빠르게 보여주며 관객을 세계관에 접속시키는 역할을 해낸다. ‘새벽출근’은 라이브 방송을 보고 난 뒤 어느 순간 휴대폰에 ‘영’이 깔려 있다는 설정을 툭 던지며 공포를 현실로 당겨온다.
문제는 후반부로 갈수록 그 연결 고리가 느슨해진다는 점이다. 초반처럼 ‘영’이 어떤 경로로 확산되고 사람들의 일상이 어떻게 연결되는 지에 대한 설계가 촘촘히 이어지기보다는, 에피소드마다 공포의 결이 달라지며 개별 아이디어에 더 집중하는 인상이 강해진다.
옴니버스 공포가 어느 정도는 이야기마다 생기는 온도차를 감수해야 하지만 도시 전체가 하나의 저주망으로 묶인다는 콘셉트가 강렬했던 만큼, 중후반부에서 앱의 존재감이 흐려지며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폐쇄된 고속버스라는 공간의 압박감 위에 공포를 얹은 ‘고성행’의 아이디어가 참신해 이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장편이 펼쳐졌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자신’, ‘귀문방’처럼 앱의 활용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에피소드들은 단절감을 키울 수 있다. 특히 ‘자신’은 관객이 주인공의 서사를 따라갈 최소한의 정보가 더 제공됐다면 공포의 설득력이 한층 올라갔을 법하다. 공포가 강렬할수록 관객은 왜 이 인물이 지금 이 공포를 겪는 지를 본능적으로 찾게 마련이어서, 설정과 감정선의 빈칸이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초반의 유기성을 끝까지 유지하는 데에는 아쉬움이 있지만, 몇몇 에피소드는 테크 호러의 익숙한 공식을 벗어나며 분명히 ‘한 방’의 재미를 선사한다. 하나의 완결된 서사를 기대하기보다, 각기 다른 공포의 결을 맛보고 싶은 관객이라면 영화를 보고 나온 뒤 무심코 스마트폰 화면을 한 번 더 켜보게 될 것이다. 18일 CGV 단독 개봉, 러닝타임 87분, 15세 이상 관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