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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한 끼 식사로…펫푸드 특화 법안이 성패 가른다 [팻밀리③]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입력 2026.02.16 11:00
수정 2026.02.16 11:00

60년 된 낡은 규제…“가축법에 갇힌 개 사료”

글로벌 펫사료 시장 15조원…경쟁력 강화 관건

펫푸드도 반도체처럼…농업의 신성장 엔진 ‘K-헬스케어’

수의학 임상 데이터와 분자 영양 기술로 진화하는 펫푸드 산업과, 제품 출시를 가로막는 규제 장벽의 간극을 대비해 표현한 이미지. ⓒ챗지피티

하드웨어와 데이터가 갖춰지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정비가 없다면 산업의 성장은 멈출 수밖에 없다. 1963년 제정된 현행 사료관리법은 반려동물 사료를 소, 돼지, 닭과 같은 ‘가축 사료’ 범주에서 관리하고 있다.


이는 ‘가족’으로 인식되는 반려동물 식문화를 담아내기에는 60년이라는 세월의 간극이 너무나 크다. 산업계에서는 낡은 법 체계가 오히려 K-펫푸드의 글로벌 경쟁력을 갉아먹는 ‘규제 족쇄’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다.


‘개 사료’보다 ‘반려 식사’…60년 낡은 가축법의 역설


현재 국내법상 반려동물 사료는 산업 동물의 증체(살찌우기)와 생산성에 초점이 맞춰진 배합사료 규제를 똑같이 적용받는다. 사료관리법의 근본 목적이 축산물의 안정적 공급과 품질 관리에 있다 보니, 반려동물의 건강과 영양학적 특수성을 반영할 여지가 좁다.


인체 식품 수준의 고기능성 원료를 사용하더라도 현행법상 표시 기준은 지나치게 경직돼 있어 제품 혁신성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기 어렵다.


특히 ‘처방식 사료’ 분야에서 규제의 벽은 더욱 높다. 특정 질환을 앓고 있는 반려동물을 위한 기능성 사료는 수의학적 임상 데이터가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은 이를 일반 사료와 동일하게 취급하거나 과도한 광고 규제를 적용한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고부가가치 처방식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가로막는 결정적 요인이다. 결과적으로 국내 반려인들은 비싼 가격을 지불하면서도 해외 유명 브랜드의 처방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위생 기준 역시 가축용 사료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 문제다. 프리미엄 사료 시장의 핵심인 ‘안전성’과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식품에 준하는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는 대형 가축용 사료 공장과 동일한 잣대로 관리된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수준의 위생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수입산 브랜드와 경쟁에서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반려동물의 활동 데이터와 유전자 정보를 AI가 분석해 맞춤형 사료를 생산하고, 자율주행 배송으로 연결되는 초개인화 펫헬스케어 산업의 미래를 구현한 이미지. ⓒ챗지피티
규제 샌드박스로 여는 ‘맞춤형 헬스케어’의 문


펫푸드 스타트업 B사 대표는 “맞춤형 사료를 개발해 유전자 분석 결과에 따른 영양 배합을 제안하고 싶어도, 현행법은 이를 표기하거나 광고하는 데 수많은 제약을 둔다”며 “결국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국내 기업들이 규제에 막혀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지 못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발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현장의 비명을 수용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사료관리법에서 반려동물 사료를 완전히 분리해 특수성을 인정하는 ‘반려동물 연관산업 육성 법률(가칭)’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정부는 법 개정 전이라도 혁신 기술이 사장되지 않도록 규제 샌드박스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그간 법적 근거가 부족했던 ‘구독형 맞춤 사료 서비스’나 ‘질병 예방용 기능성 원료’의 시장 진입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법적 정의가 ‘사료’에서 ‘반려동물용 식품’으로 전환되는 순간, 산업 부가가치는 기존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산업용 배합사료 개념에서 벗어나 반려동물 식품 수준으로 진화하는 변화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제미나이
AI와 물류 로봇이 만드는 15조원 시대의 청사진


규제의 빗장이 풀리면 K-펫푸드는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와 결합해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 산업으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려동물의 활동량 데이터, 유전자 정보, 수의학적 진료 기록을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해 매일 아침 아이에게 꼭 필요한 영양 성분이 담긴 사료를 제조하여 새벽 배송하는 시스템이 핵심이다.


이는 단순히 먹거리 산업을 넘어 데이터와 바이오, 그리고 자율주행 물류 로봇이 결합된 융복합 산업의 결정체가 된다.


예를 들어 반려견의 활동 데이터가 비만 위험을 가리키면 AI가 다음 날 배송될 사료의 칼로리를 자동으로 조정하고, 맞춤 영양제를 조합하는 식이다. 단순 제조에서 벗어나 생애주기 전반을 관리하는 서비스 모델로의 확장이다.


기술적 구현을 위해 국내 IT 대기업들과 펫푸드 제조사 간의 협업도 활발해지고 있다. 반려동물의 타액이나 혈액 한 방울로 5분 안에 알레르기 유발 인자를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즉석에서 원료를 조합하는 3D 프린팅 기술도 상용화 단계를 밟고 있다.


이러한 ‘초개인화 사료’ 기술은 표준화된 원료 데이터와 유연한 규제 환경이 만났을 때 비로소 1300만 반려인의 일상에 녹아들 수 있다.


한편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반려동물 연관 산업 규모를 15조원 수준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펫푸드뿐만 아니라 펫테크, 펫헬스케어 산업을 수출 전략 산업으로 지정했다.


박정훈 농식품부 동물복지환경정책관은 “원료 표준화 인프라와 스마트 물류, 그리고 전용 법안이라는 세 축이 완성되면 K-펫푸드는 전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 될 것”이라며 “단순히 수입산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을 넘어, 한국의 앞선 IT 기술력과 결합된 K-펫푸드 모델을 전 세계에 수출하겠다”고 강조했다.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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