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조선 "물 들어올 때 노 젓자"…공모채 증액발행 러시
입력 2026.02.16 07:00
수정 2026.02.16 07:00
한화 계열사·LIG넥스원 등 주문 몰리며 발행 규모 확대
민평금리 대비 낮은 수준으로 자금 조달…이자부담 완화
수주·실적 기대감 반영…"우호적 업황, 높은 수요 지속"
올해 들어 공모채 시장에서 방산·조선 기업들의 대규모 자금 확보가 잇따르고 있다.ⓒ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방산과 조선 업계가 잇달아 공모 회사채 발행에 나서며 대규모 자금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을 크게 웃도는 주문이 몰리자 발행 규모를 늘리는 사례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업황 개선 기대와 수주 확대 흐름 속 재무 구조를 정비하고 중장기 프로젝트에 대비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공모채 시장에서 방산·조선 기업들의 흥행이 잇따르며 관련 업종 전반으로 자금 조달 열기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한화그룹 방산 계열사를 중심으로 대규모 자금 확보가 이뤄졌다. 한화오션은 지난 3일 1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기관 수요예측에서 2년물 500억원 모집에 2480억원, 3년물 1000억원 모집에 295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총 5430억원의 자금이 모이면서 최종 발행 규모를 2600억원으로 확대했다.
수요가 몰린 만큼 금리도 희망 밴드보다 낮게 결정됐다. 당초 한화오션은 개별 민평금리(민간 채권 평가사가 평가한 기업의 고유 금리)에 –30bp~+30bp(베이시스포인트·1bp=0.01%포인트)를 가산한 수준에서 금리를 제시했다. 실제 수요예측 결과 2년물은 –10bp, 3년물은 –26bp에서 모집 물량을 채웠다.
이는 시장에서 평가한 금리보다 낮은 수준에서 자금을 조달한 것이다. 투자자들이 높은 금리를 요구하지 않고도 채권을 매입하겠다는 뜻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자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이다. 조달 자금은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 차환과 기한부 어음(유산스) 차입금 상환에 사용될 예정이다.
한화시스템도 2000억원 모집에 1조4400억원의 주문이 몰리며 발행 규모를 4000억원으로 늘렸다. 희망 금리밴드로는 개별 민평금리 대비 -30bp~+30bp를 제시해 2년물 -9bp, 3년물 -3bp, 5년물 파(PAR, 0bp)에서 목표액을 채우는 성과를 냈다. 확보한 자금 가운데 상당 부분은 만기 도래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상환에 투입되고 일부는 협력사 물품대금 지급 등에 활용될 계획이다.
같은 기간 LIG넥스원도 2200억원 모집에 1조2600억원의 수요를 확보해 3400억원으로 증액 발행했다. 민평금리 기준 –30bp~+30bp를 제시해 3년물 -4bp, 5년물 –2bp에서 물량을 채우며 안정적인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앞서 올해 공모채 시장의 포문을 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2500억원 모집에 3조2300억원의 주문을 받아 발행 규모를 5000억원으로 확대한 바 있다. KAI 역시 2500억원 모집에 1조8700억원의 수요를 확보했다. 두 회사 모두 언더 발행(전 만기 구간에서 민평 금리 대비 낮은 수준에서 발행)에 성공했다.
이처럼 방산·조선 기업들이 증액 발행에 나서는 배경에는 실적 개선과 수주 잔고 확대가 있다. 중동과 유럽을 중심으로 무기 체계 수출이 늘고 있고 국내에서도 함정·잠수함·유도무기 등 대형 프로젝트가 이어지면서 중장기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는 평가다. 조선업 또한 고부가가치 선박과 특수선 수주가 확대되며 재무 체력이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증액 발행에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민평금리 대비 10bp 이상 낮은 금리로 발행했다”며 “비우호적인 업황 내 기업의 경우 수요예측 과정에서 경계감이 높아질 것으로 판단되는 반면, 업황이 우호적이거나 안정적 등급 전망이 부여된 기업에 대해서는 높은 수요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