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충당금 두둑한데…'ELS 과징금' 하향 조정되나
입력 2026.02.12 07:02
수정 2026.02.12 07:02
12일 3차 제재심…2조원대 과징금 깎이나
은행 "자율배상 합의율 96% 감안해야"
생산적 금융 부담 완화 기조 반영될까
금감원은 12일 제3차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주요 은행에 대한 과징금 부과 규모를 확정한다. ⓒ연합뉴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사태로 인한 은행권의 제재 수위가 이르면 이번 주 결정된다.
금융감독원이 당초 예고했던 과징금 규모는 2조원에 육박하지만, 은행권이 역대급 속도로 자율 배상을 진행하며 사후 수습에 총력을 다한 점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당국이 생산적 금융 공급 능력을 고려해 과징금을 은행들이 쌓아둔 충당금 수준으로 하향 조정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 제3차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주요 은행에 대한 과징금 부과 규모를 확정할 계획이다.
지난달 29일 열린 2차 제재심에서 쟁점이 많아 결론을 내지 못했던 만큼, 이번 3차 심의에서는 최종 결론이 도출될 전망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이들 은행에 대해 총 2조원 규모의 과징금을 사전 통보한 바 있다.
은행별로는 판매 규모가 가장 큰 국민은행이 약 1조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하나·농협은행이 각각 3000억원대, SC제일은행이 1000억원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이다.
은행권은 그간 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피해 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왔다는 점을 강조하며 과징금 경감을 호소해 왔다.
실제 은행권은 현재까지 총 1조3000억원 규모의 자율 배상을 완료했으며, 전체 피해자의 약 96%와 합의를 마친 상태다.
금융노조 역시 전날까지도 은행권이 자율 배상으로 책임을 다한 부분을 제재에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석구 금융노조위원장은 지난 11일 오후 서울 금융감독원 본원 앞에서 'ELS 사태-금감원 불완전제재 책임규명 2차 기자회견'에서 "자율 배상으로 책임을 다한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민사상 중징계를 직원들에게 가한다면 금감원이 불완전 제재를 쏟아내는 기관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없을 것"이라며 "명확한 근거 없는 제재 조치로 금융 노동자들의 삶의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역시 이같은 은행권의 요구를 감안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9일 서울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2026년 업무계획'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사안은 소비자 피해 규모가 크고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불완전판매가 문제 된 대표적 사례인 만큼 신중하고 면밀하게 접근하고 있다"면서도 "은행들의 사후 대응 노력을 제재 수위 결정 시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관건은 과징금이 은행들이 미리 쌓아둔 충당금 수준까지 낮아질지 여부다.
은행권은 지난해 실적 발표를 통해 과징금 및 배상금에 대비한 충당금을 이미 반영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1조원의 과징금을 통보받은 국민은행은 약 3350억원을 충당금으로 쌓았다.
약 3400억원의 과징금이 예상되는 신한금융은 절반 수준인 1846억원을, 4000억원에 가까운 과징금을 내다보는 하나금융은 약 30% 수준인 1137억원을 충당금으로 책정했다.
SC제일은행은 1000억원대 과징금 통보액 전액을 충당금으로 적립하며 가장 보수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금융당국이 사전 통보한 과징금을 원안대로 밀어붙일 경우, 은행권은 이미 적립해 둔 충당금을 대폭 상회하는 추가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이는 은행의 자본 적정성 지표를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생산적 금융 기능을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큰 금액의 자율 배상금을 지출한 상황에서 과징금을 그대로 부과받을 경우, 은행들의 자본 적정성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이는 금융 현장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