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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보호 법안이 고용 줄일 수도” 외식업계, 노동법 개정에 반발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6.02.12 07:02
수정 2026.02.12 07:02

비용 압박 누적…고용 규제까지 겹쳐

"1인당 연 505만원 추가 부담" 주장

가족 경영 외식업 '현실 무시'

무인화 가속·폐업 확산 우려도

서울시내 음식점에서 직원들이 서빙을 하고 있다.ⓒ뉴시스

외식업계가 또 하나의 제도 변화 앞에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노동 규제 전반이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업계의 현실을 외면한 정책에 힘이 실리고 있어서다. 고정비 부담이 누적된 상황에서 고용에 대한 규제까지 강화될 경우 생존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로 풀이된다.


지난 10일 소상공인연합회와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주요 소상공인 단체들은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안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보장에 관한 기본법’과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를 핵심 문제 법안으로 지목했다.


외식업계는 이미 최저임금 인상, 임대료 부담, 배달 플랫폼 수수료 등 비용 압박이 중첩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연장·야간근로 수당과 사회보험료 부담까지 확대될 경우 인건비 구조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목소리다.


이날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일하는 사람 기본법 시행으로 특고·프리랜서 등이 근로자로 인정될 경우, 소상공인은 1인당 연간 약 505만 원 추가 법정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는 소상공인 평균 영업이익(2500만 원)의 20%를 상회하는 규모다.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운동본부 측은 가족 경영으로 근근이 운영되는 영세 사업장에 연장·야간 수당 등 복잡한 노동 규제를 일괄 적용하는 것은 사실상 경영 포기를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가족 경영 형태로 간신히 유지되는 영세 외식업장의 특수성을 강조했다. 인력 운용의 유연성이 사라질 경우 직원 감축이나 영업시간 단축, 최악의 경우 폐업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는 설명이다. 고용을 유지하라는 취지와 달리, 오히려 반대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갈비집이나 한식당 등은 업종 특성상 온 가족이 함께 운영하는 형태가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 조리, 서빙, 고객 응대가 분리된 구조상 인력이 빠지면 매장 운영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분식집이나 카페처럼 키오스크나 셀프서비스로 대체하기도 어렵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갈비집이나 한식당은 조리부터 서빙, 고객 응대까지 인력이 동시에 돌아가야 하는 구조라 가족 경영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며 “이런 업종에 동일한 노동 규제를 적용하면 사람을 줄이거나 문을 닫으라는 이야기로 들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몰 내 햄버거 매장에서 직원이 버거를 서빙하고 있다.ⓒ뉴시스

업계는 자영업 생태계 전반에 미칠 파장도 우려하고 있다. 폐업률이 소폭만 상승해도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노동 보호와 영세 사업장 현실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규제 확대 이전에 단계적 적용이나 지원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요구도 잇따른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업계는 코로나 창궐 이후 서빙과 배달 등에 로봇을 빠르게 도입하고 있는 추세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동시에 일손을 구하기가 어려워진 탓이 크다. 과거 자동차 등 제조업 중심에 머물렀으나 최근에는 외식 서비스 업종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규제 부담이 커질수록 자영업자들은 고용을 유지하기보다 아예 사람을 뽑지 않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며 “키오스크나 셀프 주문으로 대체가 가능한 업종은 무인화가 더 빨라질 수 밖에 없고, 그렇지 못한 업종은 폐업 위험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제도 취지와 달리 고용은 줄고 업종 간 격차만 더 벌어질 수 있다”며 “외식업 현장의 현실을 고려한 단계적 적용이나 보완책 없이는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외식업계를 중심으로 번지는 반발은 단일 업종의 이해관계를 넘어, 침체된 자영업 시장 전반의 위기 인식을 드러낸다는 평가도 나온다. 보호를 명분으로 한 제도가 현장에서는 또 하나의 부담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정책 설계의 정교함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노동 보호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장의 체력을 고려하지 않은 일괄 적용은 또 다른 구조조정을 부를 수 있다”며 “영세 사업장이 버틸 수 있는 속도와 방식으로 제도를 설계하지 않으면 결국 일자리 감소와 상권 위축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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