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통합, 좌석 확대만 목표해선 안돼…운영 효율 고려해야"
입력 2026.02.11 14:49
수정 2026.02.11 15:32
"1만6000석 늘리는게 능사 아냐…유연한 체계 구축 필요"
"모든 열차 부산 안 가도 돼…수요 응답형 서비스로 운행 효율성↑"
AI 등 기술 혁신 추진 목소리…기관 통합에 명확한 목표 수립 과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고속철도 통합 추진 공청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이수현 기자
"1만6000석을 늘리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어떤 역은 주말에 25% 수요가 초과됐다고 하는데 또 다른 역은 전혀 초과가 안됩니다. 철도 통합으로 얻은 유연성을 시민들이 불편했던 지점에 골고루 나눠줄 수 있도록 방향성을 잡아야 합니다"(이진우 한국과학기술원(KAIST) 건설 및 환경공학과 교수)
이달 KTX와 SRT의 시범 교차 운행을 앞두는 등 고속철도 통합 운행에 이어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에스알(SR)간 철도 조직 통합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통합의 목표가 좌석 확대에만 매몰되선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수요에 따라 철도 운행을 늘릴 수 있는 유연한 체계 구축이 선제적으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진우 한국과학기술원(KAIST) 건설 및 환경공학과 교수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고속철도 통합 추진 공청회'에서 고속철도 통합으로 인한 좌석 확대뿐만 아니라 통합으로 얻게 되는 유연성을 시민들이 불편했던 지점에 골고루 나눠줄 수 있도록 방향성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코레일 노조 등에 따르면 고속철도 통합 운행에 이어 코레일과 에스알간 조직 통합이 이뤄지면 하루 최대 1만6000석의 좌석을 추가로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KTX가 20만석, SRT 5만5000석 규모인데 이보다 약 6% 증가하는 셈이다. 이를 통해 기존 KTX·SR 경쟁 체제 문제로 지적된 좌석 부족 문제가 일부 해소될 전망이다.
이진우 교수는 "주말에 어떤 역은 25% 수요가 초과됐다고 하는데 또 다른 역은 전혀 초과가 안 되는 등 출발역과 도착역, 날짜와 시간에 따라 수요와 공급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1만6000석을 늘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며 "늘어나는 좌석이 1만6000석보다 적더라도 국민이 필요로 하는 곳에 적절하게 분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창성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도 "모든 열차가 서울에서 대전, 부산까지 갈 필요는 없다"며 "수요가 많은 구간에 운행을 더 늘리면 운행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도로에서는 수요가 많은 곳에 더 많은 운행을 하는 '수요 응답형 서비스'를 운영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그런 방식으로 철도를 운영해야 낙후 지역에 더 높은 빈도로 철도 운행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동시에 통합과 기술 혁신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 교수는 "기존에는 접근성이 안 좋았던 철도를 일반 교통 수단이 채워주는 역할을 했지만 자율주행이 도입되면 철도 접근성이 높아져 철도의 중요성이 커진다"며 "큰 변화가 있을 때 인공지능(AI)을 적용하는 등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고속철도 통합 추진 공청회' 토론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이수현 기자
고속철도 교차 운행을 시작으로 코레일과 SR간 조직간 통합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이면서 철도 통합으로 인한 국민 편익 증가 방안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호 한국교통연구원 철도교통연구본부장은 "과거에는 코레일에서 파업을 하더라도 SR에서 피해를 완충하는 역할을 해왔다"면서 "두 기관이 통합한 후 파업하게 되면 국민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태병 국토교통부 철도국장도 "국민 편익을 증진하는 동시에 파업 등에 대한 불편이 커져서는 안 된다"며 "노동권과 국민의 권익이 균형을 맞추는 것이 앞으로 논의돼야 할 쟁점"이라고 전했다.
양 기관 합병이 이뤄지면 다시 철도 독점 체제가 되는 만큼 기관이 명확한 목표를 수립해야 한다는 점도 과제로 꼽힌다.
김 연구위원은 "두 기관이 통합하면서 과거 '철도청' 시절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 수 있다"며 "통합의 비전을 제대로 수립한 후 실천하기 위해 정부의 폭넓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토부는 오는 25일부터 KTX와 SRT를 각각 수서역과 서울역에서 운행하는 교차 운행 시범 사업을 진행하며 상반기 중 중련( 2개 이상의 열차를 하나로 연결해 운행하는 방식) 시범운행에 나선다. 이어 하반기 중 KTX와 SRT를 복합 연결하는 등 통합운행을 실시한다.
코레일과 SR간 원활한 기관 통합을 위한 방안도 추진한다. 노사정협의체를 운영하고 고용 안전을 보장하는 한편 필수 유지 운행률(국민 불편 최소화를 위해 노사 협정으로 정한 최소한의 운행 비율) 상향을 검토하는 등 파업 대응책도 마련한다. 이와함께 조직과 인사·보수 등 갈등이 예상되는 분야는 선제적으로 논의해 두 기관 통합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