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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논란 연예인의 '자숙 프리패스' 창구 되나 [D:이슈]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2.07 11:16
수정 2026.02.07 11:16

지상파 '퇴출'과 OTT '강행' 그 이면… 단순한 법적 공백인가, 시청자 판단의 영역인가

최근 사생활 및 법적 공방으로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거나 출연이 불발된 연예인들이 글로벌 OTT를 통해 활동을 이어가며 '심의 이중잣대'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시청자들은 지상파와 OTT를 동일한 TV 콘텐츠로 소비하고 있지만, 법적 규제의 사각지대를 틈타 OTT가 논란 연예인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복귀 창구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디즈니 플러스는 11일 공개하는 예능 '운명전쟁49'에 패널로 출연하는 개그우먼 박나래에 대해 "별도의 편집 없이 예정대로 방송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나래는 전 매니저들과의 갈등 및 불법 의료 시술 의혹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상태다.


주목할 점은 플랫폼의 태도다. 공식 예고편에서 제작진은 박나래의 모습을 숨기는 등 대중의 비난 여론을 의식해 마케팅에서는 배제하면서도 정작 본편에서는 편집 없이 출연을 강행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조직폭력배 연루설로 tvN '유퀴즈 온 더 블록', KBS2 '1박 2일'에서 하차한 조세호 역시 넷플릭스 예능 '도라이버' 차기 시즌 출연을 확정 지었다. 지상파와 케이블 등 기존 방송사들이 논란 직후 즉각적인 '손절'을 택한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플랫폼에 적용되는 법적 근거가 다르기 때문이다. KBS, MBC 등 지상파는 방송법 적용을 받으며 방송의 공적 책임에 따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출연자를 내부 심의위원회를 통해 강제 하차시킬 수 있다.


반면, OTT는 방송법이 아닌 정보통신망법상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된다. 살인이나 마약 등 명백한 중범죄가 아닌 이상, 확정 판결 전까지 '무죄추정의 원칙'을 방패 삼아 출연을 강행해도 이를 제재할 법적 장치가 전무하다.


그간 음주운전을 한 배성우, 마약을 한 탑과 유아인 등 숱한 논란 연예인들이 넷플릭스 등 OTT를 통해 복귀하거나 작품을 공개해온 것도 이 같은 규제 공백 덕분이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소극적인 입장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정식 절차를 진행하거나 가이드라인을 논의 중인 바는 없다"며 "워낙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이 첨예한 영역이라 정부가 직접 건드리기가 조심스럽다"고 입장을 전했다.


이러한 규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인 최민희 의원실 주도로 공개된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통합미디어법)' 초안이 대표적이다. 이 법안은 기존 방송과 OTT, 유튜브 등을 하나의 '시청각미디어' 체계로 통합해 관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법안 역시 이제 막 초안이 공개된 단계인 데다 OTT 등 시장 영역에 어느 정도의 공적 책임을 부과할지를 두고 업계의 반발이 예상돼 실제 법제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결국 법이 미디어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사이, 글로벌 OTT 플랫폼들은 시청자의 법 감정보다는 제작 효율과 상업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상황이다.


다만 OTT의 이러한 행보를 단순히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한 부도덕한 상술로만 볼 수 없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법적 판단이 내려지기도 전에 여론에 의해 연예인의 활동을 강제로 중단시키는 이른바 캔슬 컬처(낙인찍기)의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현행 방송법 심의 체계는 사소한 민원에도 취약할 만큼 모호한 기준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며 "반면 온라인 영역은 시청자가 직접 콘텐츠를 선택해 소비하는 구조인 만큼, 그 판단 또한 시청자의 몫으로 남겨두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또한 "명백한 범죄가 아닌 이상, 연예인이 가진 명성 자본을 인위적으로 박탈하는 검열의 형태는 위험할 수 있다"며 "작품과 행위자를 분리할 수 있는 지에 대한 고민과 함께, OTT 플랫폼들이 막대한 위약금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공개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시장의 논리와 시청자의 선택권을 존중하겠다는 판단이 깔린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박나래와 조세호의 사례는 한국 미디어 생태계가 마주한 과제를 시사한다. 누군가에겐 '불편한 노출'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선택할 권리'의 문제인 셈이다. 법적·정책적 가이드라인이 마련되기 전까지 대중의 도덕적 감수성과 플랫폼의 자율성 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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