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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체제 변화의 3축(TRIAD), '신의 악단'은 연주를 멈추지 않는다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2.07 08:00
수정 2026.02.07 08:00

북한은 남한과의 체제경쟁에서 패배했다. 그 풍요로움과 그 자유로움과 그 세련됨이 북한은 감히 비교 대상이 되지 못한다. 상황이 이쯤 되니 북한은 연방제 통일이라는 구구절절한 수사를 접고, 남북 관계를 전쟁 중인 ‘적대적 두 국가’로 재정의했다. “우리한테 통일의 ‘통’자도 꺼내지 마라”는 식의 신경질적인 선언이다. 물론 이들이 남한을 적화하겠다는 야욕까지 은퇴시킨 건 아니다. 대남 공작 부서인 통일전선부를 ‘10국’으로 슬그머니 축소해 심리전에 몰두하게 하고, 물리적 도발은 정찰총국으로, 외교는 외무성으로 파편화했다. 겉으론 문을 걸어 잠그면서도 물밑에서는 끊임없이 우리 체제를 갉아먹겠다는 심산이다.


하지만 북한 정권이 좀 불쾌해한다고 해서 우리가 통일의 꿈을 접어줄 이유는 없다. 대한민국 헌법 제4조는 명확히 명한다.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말이다. 통일 한반도의 운영체제는 자유민주주의여야 한다. 기본적인 인권 존중, 의회제도, 복수정당제도, 선거제도,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한 경제질서 그리고 독립된 사법권 등이 확립된 체제를 말한다. 그리고 그 과정은 평화적이어야 한다. 김일성식 무력 통일 같은 구시대적 유물은 발붙일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헌법 제4조는 묘한 모순에 직면한다. 북한 공산 체제가 무너지거나 변해야만 자유민주주의 통일이 가능한데, 그 과정을 ‘평화적’으로 수행하라고 명령하기 때문이다. 총칼 없이 성벽을 허물라는 이 난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결국 정답은 북한 체제 내부의 변화에 있다. 그 변화를 이끌 은밀하고도 강력한 3축체계(TRIAD)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첫째, '보이지 않는 손'이 목을 조르는 시장

북한 주민 생필품의 90%, 식량의 70%를 책임지는 곳은 당의 배급소가 아니라 시장이다. 사실상 북한은 시장경제로 연명하는 중이다. 김정은의 마음은 복잡하다. 굶주린 인민을 먹여 살려주니 고맙긴 한데, 한편으론 시장이 무섭다. 과거 프랑스 혁명의 도화선이 시장(Les Halles)의 물가와 유통망에서 시작되었듯, 시장은 단순히 물건만 오가는 곳이 아니다. 정보가 흐르고 사람이 모이며, 권력의 통제 밖에서 ‘세력’이 형성되는 곳이다.


그래서 김정은에게 시장은 ‘독이 든 성배’다. 배급제를 강화하며 고삐를 죄다가도, 굶주린 민심이 폭발할까 봐 슬그머니 자율성을 허용하는 갈지자 행보를 반복한다. 이미 2009년 화폐개혁 당시, 시장을 억누르려다 거센 반발에 직면했던 트라우마가 그들에게는 있다. 노동이 곧 돈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주민들은 이제 ‘뒷돈’으로 강제 노역을 피하며 국가의 지배력을 비웃는다. 시장은 그렇게 자유의 발원지가 되고 있다.

둘째, 카타콤의 재림, 지하교회

최근 1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신의 악단>은 지하교회의 힘을 극적으로 묘사한다. 2024년 미 국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내 기독교인은 약 20~40만명으로 추산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을 잡는 조직이 국가보위성(우리의 국정원?) 내에 따로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일반 불법 비리 사건은 사회안전성(우리의 경찰청)이 다루지만, 반체제 사건은 국가보위성에서 다룬다. 다시 말해 북한 당국이 기독교인을 단순한 종교인이 아닌 ‘반체제 세력’으로 간주한다는 방증이다. 그래서 반동문화사상배격법에서는 성경책을 소지만 하고 있어서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유포량이 많거나 조직적일 경우에는 사형까지 가능토록 명시되어 있다.


이들은 김일성을 신으로 모시지 않는다. 북한 전역 3000여 개의 영생탑에 새겨진 “위대한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라는 주문보다,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함께 있으리라”는 성경 구절을 믿는다. 로마 제국이 기독교를 박해할수록 카타콤(지하 무덤)에서 그 세력이 더욱 단단해졌던 역사는 북한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영화 속 보위부 간부가 신앙을 접하고 변하는 모습은 허구가 아니다. 2015년 북한에 949일간 억류됐던 임현수 목사는 본인을 취조하던 조사원들이 자신의 설교를 듣고 마음이 변해 과자를 가져다주며 상담을 요청했다고 증언했다. “머리는 혁명을 찬양해도, 심장은 하나님을 찬양한다. 하나님은 그렇게 일하신다”는 신의 악단장의 대사는 북한 체제를 지탱하는 유일사상의 벽에 금이 갈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셋째, 장막을 걷어내는 진실의 확산

안타깝게도 2025년 7월경부터 국정원이 운영하던 주요 대북 단파 라디오와 영상 송출이 중단되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미국이 지원하던 미국의소리(VOA)와 자유아시아방송(RFA)도 송출이 멈췄다. 그나마 자유북한방송, 북한개혁방송, 극동방송, 순교자의 소리 등 민간 방송에서 송출되고 있었던 대북 방송은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 민간 방송들이 분투 중이지만 갈 길은 멀다. 인구의 0.07%만 인터넷을 쓰는 폐쇄 사회에서 북한 주민들은 노동신문이 편집한 조작된 세계만을 보고 산다.


북한 주민들이 우리의 드라마, 대중가요뿐 아니라 다양한 시사 컨텐츠를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실상을 알아야 판단을 할 수 있다. 진실을 두려워하는 독재자에게 ‘사실’을 유포하는 것만큼 치명적인 공격은 없다.


이렇게 무형의 3축체계는 억압에 대항하는 자유, 유일 신격화에 대항하는 신앙, 그리고 닫힌 눈을 뜨게 하는 진실이다. 세상은 눈에 보이는 물리적 힘으로 움직이는 것 같지만, 결국 세상을 뒤집는 것은 보이지 않는 신념과 진실의 힘이다. 북한 체제가 이 세 가지 동력으로 인해 내부로부터 변모할 때, 비로소 헌법 제4조가 꿈꾸는 평화로운 자유민주주의 통일은 현실이라는 궤도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글/ 이인배 전 국립통일교육원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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