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구내식당도 블루리본”…아워홈이 연 ‘프리미엄 급식’ 시대
입력 2026.02.05 06:46
수정 2026.02.05 06:46
급식도 미식 평가 대상…가격·물량 경쟁에 균열
‘밥자랑’까지 등장…런치플레이션이 바꾼 급식 인식
일감 개방 이후 공개입찰 확대…급식사 경쟁 격화
프리미엄 시도 확산 속 B2B 구조 한계도 병존
구내식당에서 회사원들이 식사하는 모습.ⓒ아워홈
단체급식 시장에 ‘프리미엄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 아워홈이 외식 기준에 준하는 미식 평가를 급식 메뉴로는 처음 통과하면서, 그간 가격과 물량에 치우쳤던 급식 시장에 ‘품질 경쟁’이라는 새 기준이 더해졌다. 경쟁의 기준이 점차 미식과 완성도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아워홈은 대중 선호도가 높은 자사 단체급식 메뉴 3종이 ‘블루리본 서베이’로부터 인증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외식이 아닌 급식 분야에서 인증을 받은 것은 아워홈이 최초다. 아워홈은 개선된 메뉴의 맛과 품질을 객관적으로 검증 받고자 인증을 추진했다.
이번에 블루리본 서베이 인증을 획득한 아워홈 메뉴는 스테디셀러로 꼽히는 ▲제육볶음 ▲소불고기 ▲된장찌개 등 3종이다.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메뉴를 아워홈 만의 레시피와 조리 노하우로 완성도 높은 맛을 구현해 '급식의 맛'에 대한 인식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아워홈은 이번 인증을 시작으로 블루리본 서베이의 평가 시스템을 메뉴 개발과 품질 관리 전반에 적용해 ‘급식의 미식화’를 본격 추진한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조리 인력의 전문성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기도 하다. 아워홈 소속 셰프 10명이 ‘밥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했다.
아워홈 블루리본 획득한 대표 메뉴.ⓒ아워홈
업계에서는 이 같은 아워홈의 움직임을 시장 변화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급식에 대한 요구 수준이 높아지면서, 단순히 ‘배를 채우는 한 끼’를 넘어 메뉴 구성과 맛, 식재료 품질, 위생 관리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해석이다.
과거 구내식당은 회사 내에서 ‘끼니를 때우는 장소’의 인식이 컸다. 휴식보다는 회사 상사를 어쩔 수 없이 마주해야 하는 ‘불편한 공간’으로 젊은 세대는 인식했다. 음식도 퀄리티 보다는 저렴한 가격에 중심이 맞춰져 있었다. 점심식사가 회사 복지라는 개념이 희박했다.
그러나 박진영 프로듀서가 이끄는 JYP엔터테인먼트가 보여준 구내식당 모습이 화제가 되면서 구내식당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1년에 20억원 이상을 쓴다는 JYP엔터는 그 자체로 기업에 대한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구내식당 메뉴 인증샷을 SNS에 올려 ‘밥자랑’을 할 만큼 중요한 부분으로 떠오른 것이다. 급식의 질이 개인의 일상 경험을 넘어 기업 이미지와 조직 문화까지 반영하는 지표로 작동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직장 생활의 만족도를 가늠하는 체감 요소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특히 외식 물가 상승에 따른 ‘런치플레이션’이 급식업계 변화를 불러오기도 했다. 점심값 부담이 커지면서 직장인들에게 급식은 체감 물가를 완화하는 핵심 복지로 부상했고, 급식 만족도가 조직 몰입도와 직결되면서 급식의 질을 기업 경쟁력의 일부로 바라보는 인식이 확산됐다.
이 같은 시장 변화 속에서 업계에서는 품질과 미식 수준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인증 확보가 입찰 과정에서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는 핵심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1년 4월 공정위의 구내식당 일감 개방 이후 대기업 계열 급식사 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2021년 이후 대기업 계열 급식사 간 공개 입찰이 확대되면서, 기존 내부거래 중심이던 수주 구조가 경쟁 입찰 방식으로 전환됐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인력 운영 능력과 동일한 품질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 표준화된 운영 시스템의 중요성도 함께 커졌다.
삼성웰스토리 셰프 에디션 ep.1 파스타편 홍보 이미지ⓒ 삼성웰스토리
아워홈을 기점으로 급식업계 전반의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 전반에서는 메뉴 개발 역량과 조리 전문성을 강화하는 한편, 위생·안전 관리 체계와 운영 표준을 고도화하는 등 입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반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삼성웰스토리는 2020년 스타 셰프 협업 프로젝트인 ‘셀럽 테이블’을 선보인 이후, 외식과 급식의 경계를 허무는 다양한 콜라보를 통해 급식의 프리미엄화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에는 약 90개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하며 고객에게 프리미엄 급식 경험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린푸드는 전문화된 개인별 헬스케어 서비스를 앞세우고 있다. 지난 2022년부터 단체급식 개인 영양상담 서비스 ‘그리팅 오피스’를 통해 고객사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전문 영양사가 개인별 맞춤 영양상담을 진행한 뒤 결과에 따라 개인 맞춤형 케어푸드를 제안해주고 있다.
CJ프레시웨는 미쉐린 가이드 선정 레스토랑 오너 셰프 3인과 함께 프리미엄 다이닝 프로젝트 ‘셰프 마스터즈’를 진행하고 있다. 구내식당·푸드코트 등 푸드서비스 사업장에서 특별한 경험을 제공해 이용객들이 식사와 미식 콘텐츠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풀무원푸드앤컬처도 지난해 스타 셰프 에드워드 리, 이연복, 오세득 초청 셀럽식 프로모션과 유명 지역 맛집·외식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급식 공간에서도 외식 수준의 프리미엄 메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식재료를 활용한 친환경 식단 도입 비중도 높여가는 중이다.
이처럼 급식업계에서는 당분간 가격 경쟁과 품질 경쟁이 병존하는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프리미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셰프 협업은 필수가 됐고 이 밖에도 헬스케어, 운영 역량 등 각자의 강점을 앞세워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면서 급식의 성장을 주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급식은 여전히 예산과 계약 조건의 영향을 크게 받는 B2B 영역인 만큼, 프리미엄화 흐름이 단기간에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품질 투자가 곧바로 단가 인상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식이 외식과 같은 잣대로 평가받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아워홈의 블루리본 획득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는 급식 시장의 긍정적 방향성을 제시하는 상징적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급식의 프리미엄화는 단기간에 전면 확산되기보다는, 발주처 성격에 따라 점진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급식은 표준화된 레시피가 중요한 만큼, 그 레시피를 잘 만들어 놓으면 가격 대비 우수한 맛을 내는 식사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