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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문법 비껴간 판결, 계산기 두들기는 기업들[기자수첩-산업]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입력 2026.02.02 07:00
수정 2026.02.02 07:00

대법원, 삼성전자 '목표 인센티브' 임금성 인정

퇴직금 재산정 현실화…수천억 원 잠재 부담

다수 대기업서 유사 소송 진행…리스크 가중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대법원이 삼성전자 목표 인센티브를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성과급의 범위를 넓힌 판결이자, 기업이 오랜 기간 유지해온 보상 체계의 기준선을 다시 그은 결정이기도 합니다. 법전이 경영자들의 책상을 가로지른 이번 판단은 산업 현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성과 인센티브와 목표 인센티브를 구분했습니다. 경영성과의 사후적 분배에 가까운 성과 인센티브는 임금성이 부정됐지만, 사전에 산식이 정해지고 정기적으로 지급돼 온 목표 인센티브는 근로의 대가로 봤습니다. 지급 규모가 어느 정도 확정된 금원이라는 점이 근거였습니다.


재계가 느끼는 부담은 단순히 인건비 증가에 있지 않습니다. 기업의 보상 구조에 법리가 적용되면서 불확실성을 내포한 비용이 새롭게 발생했다는 점이 큽니다.


재직자의 임금이 즉각 오르는 구조는 아니지만, 퇴직자와 퇴직 예정자를 중심으로 퇴직금 재산정 부담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됩니다. 삼성전자처럼 임직원 수가 수만명에 이르고, 장기근속 비중이 높은 기업일 수록 수천억원 단위의 잠재 부담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번 판단은 삼성전자에만 국한되지 않을 가능성도 큽니다. 이미 SK하이닉스·삼성디스플레이·한화오션 등 다수 대기업에서 유사 소송이 진행 중이며, 사전에 합의된 성과급 재원이 '고정적 금원'으로 해석될 여지도 남았습니다. 특히 성과급 재원을 사전에 합의해 둔 기업의 경우, 이번 판결 논리가 그대로 적용될 여지가 생겼습니다.


예컨대 최근 반도체 업황 호조로 대규모 이익을 거둔 한 기업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사전에 정해 지급하기로 한 바 있습니다. 성과급 규모는 이미 내부적으로 계산 가능한 상태였고, 이번 판결이 제시한 '고정적 금원'이라는 기준에 비춰보면 해석의 여지를 남깁니다.


경영자들의 책상은 법전만큼이나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경영의 문법이 충분히 교차하지 못한 사법의 판단이 과연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물음표가 남았습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이번 판단에 놀란 것은 법리의 정합성 여부를 떠나 그 이후 감당해야 할 부담이 너무 명확해졌다는 데 있다"고 말했습니다.


법리는 명확해졌겠지만, 그 기준선을 감당해야 할 책임은 산업 현장으로 넘어왔습니다. 기업들은 벌써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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