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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관세 압박 고조…이재용·정의선 워싱턴서 '민간 외교' 행보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6.01.30 11:05
수정 2026.01.30 11:05

'이건희 컬렉션' 갈라 디너서 美상무 만나

반도체·자동차 관세 압박 상황 속 회동 주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스미스소니언 예술산업관에서 열린 전시 폐막을 기념하는 갈라 디너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삼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등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을 겨냥해 관세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미국 정계 인사들과 접촉하며 통상 환경 완화를 위한 '민간 외교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가 재계에서 나온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은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 예술산업관에서 열린 '이건희 컬렉션' 전시회의 성공적 마무리를 기념하는 갈라 디너 행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을 만났다. 한미 간에 통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재계 총수들과 미국의 통상 정책을 총괄하는 상무부 수장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러트닉 장관은 앞서 지난 16일 한국을 포함한 주요 반도체 생산국을 향해 미국에 투자하지 않을 경우 '100% 반도체 관세'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직접 경고하기도 했다. 이 발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을 겨냥한 압박으로 해석됐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자동차·목재·의약품 등 품목별 관세와 기타 모든 상호관세(국가별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이미 관세 여파로 수조원의 비용을 부담한 만큼, 관세율이 다시 25%로 상향될 경우 실적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러트닉 장관이 이날 행사에서 직접 축사를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행사 전후로 통상 환경과 관련한 의견 교환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재계 총수들의 정·재계 핵심과의 네트워크 강화는 전략적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행사에는 로리 차베스-디레머 노동부 장관, 마이클 크라치오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 팀 스콧 공화당 상원의원, 앤디 킴 민주당 상원의원 등도 함께 했다.


특히 이재용 회장의 이번 방미는 텍사스 테일러 반도체 공장에 대한 보조금 확정 여부와 추가 인센티브 협상 시기와도 직·간접적으로 맞물려 해석되고 있다. 공식 의제는 아니었지만, 미국 정부 핵심 인사들과의 접촉 자체가 향후 협상 환경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정의선,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 측면지원
수소 생태계 협력 타진한 것으로 알려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8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에서 열린 '이건희 컬렉션 전시 기념 갈라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정의선 회장은 '이건희 컬렉션' 갈라 디너 참석에 앞서 캐나다를 방문해 정부가 추진 중인 캐나다 신형 잠수함 사업(CPSP) 수주 지원에도 나섰다. 캐나다 잠수함 프로젝트는 디젤 잠수함을 최대 12척 건조하는 대형 방산 산업으로, 총 사업비는 60조원 규모로 평가된다.


캐나다 정부는 잠수함 사업을 발주하는 대가로 자국 산업에 기여를 요구하는 이른바 '절충교역'을 주요 평가 요소로 삼고 있다. 업계에서는 캐나다 측이 현대차그룹의 현지 투자 및 산업 협력 가능성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여온 만큼, 정의선 회장의 직접적인 참여가 수주 경쟁에서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캐나다 방문에서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수소 에너지 기술을 기반으로 현지 수소 생태계 조성 협력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캐나다 정부 및 산업계 인사들과 만나 한국 기업 전반의 협력 의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는 단순한 방산 수주 지원을 넘어, 자동차·배터리·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의 중장기 협력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통상 환경에서는 정부 간 외교뿐 아니라 기업인의 신뢰와 네트워크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재용·정의선 회장의 행보는 공식 외교를 보완하는 민간 외교 차원의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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