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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망한걸까?"…CJ·한예종, '숏폼 시네마'로 벼랑 끝에서 던진 질문 [D:영화 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01.26 08:57
수정 2026.01.26 09:01

스낵 무비 문법 차용한 한예종 출신 감독들

CJ ENM과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가 손 잡고 선보이는 ‘당신이 영화를 그만두면 안 되는 30가지 이유’는 한국 영화계가 마주한 유례없는 한파를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 기획한, 그 어느 때보다 발칙하면서도 절박한 카드다.


이 작품은 CJ ENM과 한예종 영상원 30주년을 기념한 합작 프로젝트로, 전고운 감독이 총괄 디렉터를 맡아 전체 방향성을 조율했다. 김도영, 정가영, 오세연, 남궁선, 임선애, 윤가은, 정윤석, 강미자, 이요섭, 정재은 등 한국 영화의 과거와 현재, 다음 세대를 잇는 30명의 감독이 각자 3분 분량의 단편을 연출해 이를 하나의 영화로 엮었다.


작품은 1막 ‘예열’, 2막 ‘심연’, 3막 ‘폭발’이라는 구조를 취한다. 1막은 비교적 가벼운 코미디 감각을 앞세워 관객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2막은 창작자와 영화 현장의 현실을 보다 진지하게 응시한다. 3막은 장르적 변주와 형식적 실험을 통해 에너지를 확장하는 흐름을 보인다.


이 과정에서 위기를 비극적으로만 소비해온 기존 담론과 다른 태도를 분명히 한다. 이는 한국 영화의 어려움을 설명하거나 호소하는 방식이 아니라, 관객이 체감할 수 있는 감각과 리듬으로 분해해 제시함으로써 위기를 다루는 접근 자체를 전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장편 중심, 러닝타임 중심으로 작동해온 기존 극장 영화의 문법을 의도적으로 비껴간 구성 역시 같은 맥락에 놓인다. 짧은 러닝타임, 다수의 감독, 파편화된 서사는 완성도나 집중도를 희생하는 선택처럼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현재 극장가가 직면한 조건과 환경을 전제로 새로운 작동 방식을 실험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관성과 거리를 둔다.


특히 국내에서 가장 정통으로 인식된 영화 교육 시스템을 거친 한예종 출신 감독들이, 극장과는 상반된 지점에 놓여 있던 스낵 무비의 문법을 적극적으로 차용했다는 점은 이번 기획의 성격을 분명히 드러낸다.


이 프로젝트는 숏폼을 일시적인 유행이나 장편의 대체재로 소비하지 않고, 제한된 분량 안에 영화적 재미와 감각, 서사적 밀도를 어디까지 응축할 수 있는 지를 실험의 중심에 둔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위기를 설명하는 대신, 창작자 개인이 체감하는 피로와 불안,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각기 다른 결로 드러내며 왜 여전히 카메라를 들고 스크린 앞에 모이는 지를 직접적인 실천으로 보여준다.


형식도, 톤도 제각각인 30편의 단편은 서로 다른 온도의 감정과 시선을 나열하며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질문을 형성한다.


공개 방식 또한 이러한 문제의식을 확장한다. 1월 14일부터 CGV를 통해 1막씩 순차 공개하고 있으며, 전체 작품은 2월 4일부터 5일간 상영된다.


티켓 가격은 3000원으로, 관객에게는 커피 한 잔 값으로 수준 높은 단편들을 극장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춘 선택이다. 극장 입장에서는 비교적 낮은 제작·마케팅 부담으로 좌석 가동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실리적인 장치이기도 하다.


일정 수준의 관객 반응과 성과가 확인될 경우, 이 방식은 장편 영화 개봉 사이에 발생하는 공백을 메우는 상시 운영형 저가 모델로 확장될 가능성도 갖는다.


‘당신이 영화를 그만두면 안 되는 30가지 이유’는 영화를 살리는 방식이 하나로 고정돼 있지 않다는 점을 시사하며, 벼랑 끝에 선 절박함 속에서 한국 영화와 극장이 기존 구조를 탈피해 미래를 더 깊이 고민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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