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이어 보아까지 떠났다…'SM 3.0'의 미래는 [D:가요 뷰]
입력 2026.01.17 13:13
수정 2026.01.17 13:14
SM엔터테인먼트의 시작을 함께 열었던 이수만, 유영진에 이어 보아까지 회사를 떠나면서 'SM 3.0' 체제가 본격적인 과도기에 들어섰다.
ⓒSM엔터테인먼트
16일 SM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지난 12일 보아가 지난해 12월 31일부로 회사와 계약을 종료했다. 이로써 보아는 SM과의 25년 동행을 마무리 했다.
보아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상황에서 그와 함꼐 SM의 근본을 담당했던 이수만과 유영진 등은 이미 회사를 떠나 독립 레이블을 구축한 상황이다.
SM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총괄프로듀서를 맡아 현진영부터 에스파까지 수많은 아티스트를 배출한 이수만은 현재 A20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중국을 거점으로 한 글로벌 걸그룹 '에이투오 메이'(A20 MAY)를 프로듀싱 중이다. 에스파 '넥스트 레벨'(Next Level) 등의 편곡과 작사를 맡은 유영진 역시 프로듀서로 합류해 2023년 이전 SM의 정체성을 중국 시장에서 이어가는 모양새다.
SM재팬의 대표를 역임하며 보아의 일본 활동 등 아티스트들의 매니지먼트를 총괄한 남소영은 지난해 11월 CJ ENM 산하 웨이크원으로 자리를 옮겨 총괄 대표로 맡았다. 웨이크원은 남 대표 선임과 함께 제로베이스원·이즈나·알파드라이브원을 두 개 센터로 나눠 관리하는 체제로 재편했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데뷔한 알파드라이브원은 이런 변화가 가장 먼저 드러난 사례다. 데뷔 앨범의 타이틀곡 '프릭 알람'(FREAK ALARM)에는 라이즈 '톡 색시'(TALK SAXY), 엔시티 127 '질주' 작곡에 참여한 토니 페라리가 참여했으며 수록곡 '로우 플레임'(RAW FLAME), '시나몬 쉐이크'(Cinnamon Shake) 등에도 SM 소속 아티스트의 곡에 많이 참여한 작사·작곡진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발매 당일 '기존 웨이크원의 노래와 퀄리티가 다르다', 'SM 소속 아이돌의 느낌이 난다'는 반응이 이어지기도 했다.
SM 안에서 쌓아온 시스템과 인력들이 이제는 바깥으로 흩어져 각자의 케이팝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보아의 이탈이 특히 상징적인 건 그가 단순한 1세대 가수를 넘어 엔시티 위시의 총괄 프로듀서이기 때문이다.
ⓒSM엔터테인먼트
데뷔 당시부터 하우스·UK 개러지 등을 섞은 트렌디한 팝 사운드로 SM 특유의 실험적인 비트보다는 대중성을 노린 라이즈, 탄탄한 군무와 '포커스'(FOCUS) 등 하우스풍 음악으로 인기를 쌓아가고 있으나 아쉬운 보컬 실력과 그룹 색이 뚜렷하지 않은 하츠투하츠 등과 달리 이수만이 SM을 나간 해에 '라스타트'라는 소속사 자체 서바이벌을 통해 데뷔한 엔시티 위시는 엔시티 특유의 네오함을 덜어내 젠지 세대의 학생 팬들에게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그 자리에 별과 날개 등으로 표현되는 일명 '위시 코어'라 불리는 자신들만의 소년미를 구축한 데에는 보아의 역할이 크다. 그는 엔시티 위시의 총괄 프로듀서로서 그룹의 콘셉트와 무대 연출부터 곡 녹음 등 전반적으로 깊게 관여해 팬들의 신임을 얻은 바 있다.
이수만이 있던 SM과 나간 이후의 색깔을 이어주는 역할이었던 보아마저 회사를 떠나면서 작곡가 켄지 정도를 제외하면 SM의 기존 색이 회사 내부에 아예 사라진 것 아니냐는 아쉬운 반응이 나오는 건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SM 아이돌 같다'는 반응을 얻는 팀 중 상당수는 SM 바깥에서 나오고 있다. 이수만·유영진이 있는 A20의 중국 걸그룹, 남소영 대표가 총괄하는 웨이크원의 알파드라이브원처럼 SM 출신 인력들이 다른 회사의 IP를 키워주는 구조다. 때문에 정작 현재의 SM은 고유의 색깔이 흐려지는 것 같다는 감상도 나오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는 과도기적인 혼선일 수 있다. 여러 레이블을 가지고 공격적으로 신인 아이돌을 론칭하는 하이브 등과 경쟁해야 하는 시장에서 SM이 더 이상 '괴짜 실험', 대중적이지 않은 장르로 승부 보긴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다만 이런 전략이 오래된 팬들이 말하는 'SM스타일'을 아예 없애는 방식이 되지 않으려면 회사 내부에서도 새 시스템 속에서 SM다운 실험을 어떻게 계속할 건지에 대한 답을 내야 한다.
이미 흩어진 이수만, 유영진 등 SM 1세대 인력들에 이어 엔시티 위시를 프로듀싱한 보아마저 떠난 SM 사단이다. 한 시대를 이끌던 인물 중심 레이블이 IP·시스템 중심 회사로 넘어가며 '핑크 블러드' 팬덤을 유지할 수 있을지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